지난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가 kt의 4-2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이강철 감독 등 kt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에서 들어오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kt가 안방에서 삼성을 상대로 싹쓸이 승리를 거두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6-4로 역전승을 따냈다. 올림픽 휴식기 이후 키움 히어로즈와의 첫 3연전을 모두 패하며 5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kt는 0.5경기 차이로 3위를 달리던 삼성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선두 자리를 탈환했고 이강철 감독도 개인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48승33패).

kt는 올림픽 이후 첫 등판한 고영표가 6이닝5피안타4실점을 기록했고 이대은,주권,김재윤으로 이어지는 불펜투수들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번째 투수 이대은은 2019년8월17일 이후 약 2년 만에 승리를 챙겼다. 타석에서는 황재균과 강백호,박경수,심우준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제라드 호잉이 이틀 연속 결승타를 기록하며 외국인 타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약 없는 마이너 생활 도중 찾아온 kt의 영입제안

2018년과 2019년 호잉은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외야수였다. 호잉은 2018년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306 30홈런110타점85득점23도루를 기록하며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공인구의 반발력이 떨어진 2019년에도 124경기에서 타율 .284 18홈런73타점74득점22도루를 기록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게다가 2019년5월에는 호잉의 아내가 대전에서 딸을 순산하면서 호잉에 대한 야구팬들의 호감도는 더욱 올라갔다.

하지만 '영원한 이글스맨'이 될 거 같았던 호잉도 역시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야 하는 외국인 선수였다. 호잉은 한국 생활 3년째가 되던 작년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194 4홈런14타점12득점5도루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당시 한화는 호잉의 사정을 고려해 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한화는 시즌 개막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작년 6월 새 외국인 선수 브랜든 반즈를 영입했고 호잉은 리그 최고의 호타준족 외야수에서 1할타자로 전락한 채 초라하게 한국을 떠나게 됐다. 2018년부터 호잉과 친분을 쌓아왔던 하주석만 호잉이 출국하기 전 호잉을 찾아가 작별인사를 나눴다(당시 하주석은 햄스트링 미세 손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 호잉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난 호잉은 지난 3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했지만 경기에 뛰지 못한 채 방출됐다. 그리고 5월에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호잉은 지난 6월18일 2017년 이후 4년 만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운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콜업이었지만 호잉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호잉은 어디까지나 에르난데스의 공백을 위해 빅리그에 올라온 '임시 선수'였고 호잉이 빅리그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2경기에 출전한 호잉은 3번의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4일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그렇게 기약 없는 마이너리거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호잉에게 KBO리그의 kt 위즈에서 연락이 왔다. 한화에서 방출 당한 지 1년 만에 다시 KBO리그에 복귀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6경기 5타점4득점, '호잉 효과' 누리는 kt

kt는 올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난 MVP 멜 로하스 주니어의 대체 선수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스위치 히터 조일로 알몬테를 영입했다. 하지만 외야 한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알몬테의 수비는 끔찍한 수준이었고 이강철 감독은 알몬테를 지명타자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kt의 클럽하우스 리더인 유한준의 자리를 빼앗을 만큼 알몬테가 뛰어난 타격의 소유자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하던 2018년 .321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있는 알몬테는 kt에서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271 7홈런36타점18득점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무엇보다 태업논란이 나올 정도로 경기를 대하는 태도와 팀에 대한 애정 등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결국 kt는 한화 시절 그라운드 위에서의 열정 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던 호잉을 영입해 팀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자가격리를 거치고 팀 훈련을 치르면서 몸을 만든 호잉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곧바로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고 있다. 1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조율한 호잉은 1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3회 삼성 선발 최채흥을 상대로 우측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kt 이적 후에 터진 첫 홈런이자 이날 경기 kt를 승리로 이끈 결승 홈런이었다.

호잉은 15일 경기에서도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5회 2루수 실책으로 1루를 밟았을 뿐 첫 세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잉은 7회 강백호가 동점 적시타를 기록한 후 이어진 4-4 상황에서의 무사 3루 기회에서 좌완 이승현의 초구를 밀어쳐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희생 플라이를 기록했다. 비거리가 다소 짧았지만 김민수 포수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강백호가 결승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후반기부터 경기에 투입되고 있는 호잉은 6경기에서 타율 .217 1홈런5타점4득점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하긴 힘들지만 호잉은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두 번의 결승타를 포함해 4타점을 기록하면서 점점 팀에 녹아 들고 있다. kt가 호잉을 영입하면서 가장 원했던 부분인 '결정력'에서 기대에 부응하며 빠른 시간에 올 시즌 '대권'에 도전하는 마법사 군단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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