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기에서 우승한 마산고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에서 우승한 마산고 선수단이 고윤성 감독을 행가레쳐 주고 있다.

▲ 협회장기에서 우승한 마산고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에서 우승한 마산고 선수단이 고윤성 감독을 행가레쳐 주고 있다. ⓒ 김현희


지난 15일, 강원도 횡성에서는 광복절을 맞이하여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 고교야구대회(이하 '협회장기') 결승전이 열렸다. 결승무대까지 오른 학교는 창단 후 첫 전국무대 우승을 노리는 마산고등학교와 2018년 청룡기 선수권대회 이후 3년 만에 전국 우승을 노리는 광주 동성고등학교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동성고가 한 수 위였지만, 막강 화력을 앞선 마산고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전국대회 결승전은 순간의 집중력에서 승패가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학교든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객관적인 전력이 그대로 스코어에 나타나는 듯 싶었다. 동성고가 2-0 리드를 잡으면서 경기 주도권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특히, 동성고 선발로 나선 3학년 신헌민(18)이 최고 148km에 이르는 속구 구속을 뽐내고 있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마산고의 역전은 다소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마산고는 6회 초 공격에 들어서자마자 2학년 신용석(17)의 역전 투런 홈런을 신호탄으로 8회에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대거 5득점, 9-3으로 대승하며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마산고의 현재 안현민, 미래 신용석 '포수 전성시대' 지켜봐 주세요!

마산고의 우승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마산 지역을 연고로 한 고교 중에서는 최초로 전국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 대통령배, 봉황대기, 협회장기)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동향의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가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우승, 대구 대붕기 지방대회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있었지만, 야구팬들이 모두 인지하는 대회에서 우승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마산고의 경우 창단과 재창단을 반복(1942년 창단-1971년 재창단-1980년 다시 창단)하며 야구부의 존속과 해체의 역사가 공존했기에 이번 우승이 상당 부문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도루상-수훈상을 받은 안현민 포수임에도 발이 빨라 도루상을 받은 안현민은 제2의 제이슨 켄달을 노리고 있다.

▲ 도루상-수훈상을 받은 안현민 포수임에도 발이 빨라 도루상을 받은 안현민은 제2의 제이슨 켄달을 노리고 있다. ⓒ 김현희

 
이러한 마산고의 우승에는 두 명의 안방마님이 있었다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3학년 포수 안현민과 2학년 포수 신용석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에는 3학년 안현민이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됨에 따라서 2학년 신용석이 지명타자로 나서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둘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프로무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인재들이기도 하다.

3학년 포수 안현민은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발을 갖춰 마치 전직 메이저리거 제이슨 켄달(前 피츠버그)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수이면서도 발이 빠른 켄달은 2011년 은퇴하기 전까지 15년간 189개의 도루를 기록했으며, 1998~2000년까지 3년간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안현민 역시 빠른 발로 대회 내내 8개의 도루를 기록, 동성고의 김도영을 제치고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현민은 "김도영과는 친분이 없지만, 평소 그 친구의 플레이를 좋아해 왔다. 그저 김도영만 제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도루상까지 받게 됐다."라며 우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포수로서의 기본 능력도 좋아 2루 송구 능력이나 프레이밍, 블로킹 모두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싸울 줄 안다는 점이 안현민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통하여 얻어진 별명도 '싸움닭'이다. 프로 구단에서 원하는 점도 이렇게 기본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파이팅 넘치는 패기일 것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포수 신용석 협회장기 대회에서 역전 투런포를 기록하며, 내년을 더 기대하게 하는 2학년생 신용석

▲ 내년이 더 기대되는 포수 신용석 협회장기 대회에서 역전 투런포를 기록하며, 내년을 더 기대하게 하는 2학년생 신용석 ⓒ 김현희

 
안현민이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앞세워 이번 대회 안방마님으로 활약한 것과 달리, 2학년 신용석은 장타력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타점을 올리는 클러치 능력을 갖췄다. 특히, 6회에는 경기 흐름을 바꿔 놓는 역전 중월 투런 홈런을 기록하면서 내년을 더 기대하게 했다. 내년에는 안현민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쓸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용석은 "사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 연습이 상당히 좋다. 내년에는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내가 좋은 포수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라며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고 구속 148km의 속구를 지닌 투수의 공을 정확히 맞받아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내년 시즌을 기대해 볼 만하다.

마산고의 현재 안현민, 미래 신용석이 모두 안방마님이라는 점에서 야구팬들은 이 둘의 존재를 조금 더 주목해 봐도 좋을 듯하다. 향후 프로 무대에서 안방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꽤 흥미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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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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