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로이터/연합뉴스

 
축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손흥민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손흥민은 오는 16일 0시 30분(한국 시각) 안방인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1라운드를 치른다. 2015년 8월 EPL에 진출했던 손흥민은 어느덧 토트넘에서 맞이하는 7번째 시즌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올리며 토트넘 구단 역사상 첫 2시즌 연속 10-10(득점-도움)클럽에 가입했고, 각종 대회를 통틀어 무려 22골 17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리그와 공식전을 기준으로 모두 한 시즌 최다 득점과 도움 기록이다. 토트넘 6시즌 동안 누적 기록은 280경기 출장 107골 64도움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은 리그 7위와 리그컵 준우승에 그치며 무관을 벗어나지 못했고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데도 실패했다. 성적부진으로 시즌 후반 주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토트넘은 비시즌 누누 산투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며 재정비에 나섰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축구인생에 있어서 또 한번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거취 문제를 놓고 다양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손흥민은 지난달 토트넘과 전격적으로 4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2025년까지 런던을 지키게 됐다. 급여 조건은 비공개지만 '풋볼 인사이더'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의 재계약 후 주급은 20만 파운드로 늘어날 거라고 전망되며 이는 팀내 최고 주급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톱 수준에 해당한다.

토트넘이 오랫동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서 많은 주력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현재 간판스타인 해리 케인도 이적을 요청하며 구단과 갈등과 빚고 있는 상황이다. 몇 년간 꾸준한 활약 속에서 가치가 크게 상승한 손흥민 역시 유럽 명문 클럽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대두되었지만, 손흥민은 예상을 깨고 구단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충성심을 드러내며 잔류를 선택했다. 이미 지금까지 이룬 업적에 더하여 손흥민은 사실상 '토트넘 레전드'의 길을 예약해놓은 것이다.

물론 손흥민의 결정에 축구 팬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핵심선수를 지켜낸 토트넘 팬들은 당연히 환호하고 있지만 국내 팬들은 다소 실망하거나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이했다. 토트넘과의 계약이 완료되는 2025년이면 손흥민은 34세로 어느덧 은퇴를 바라볼 나이가 된다. 토트넘과의 이번 계약은 손흥민이 선수 인생의 최전성기에 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대형 계약의 기회로 여겨졌다.

손흥민은 화려한 선수경력에 비해 프로 무대에서는 아직 우승트로피가 없다. 토트넘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도 나가지못하고, 당분간도 우승권 전력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손흥민은 자신의 최전성기를 모두 토트넘에 바치는 길을 선택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선택이 훗날 손흥민의 커리어를 논할 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토트넘 잔류 선택과 30대를 기점으로 손흥민의 축구인생도 어느덧 '후반전'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함부르크-레버쿠젠-토트넘을 거치며 차근차근 쌓아온 지난 11년의 경력이 아시아의 유망주에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인정받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정상의 기량을 유지하며 눈부신 업적을 쌓을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은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팀의 핵심으로 중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5경기 중 4경기에 출전해 3골 4도움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토트넘의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않다.

변수는 역시 케인의 잔류 여부다. 지난 시즌 23골 14도움으로 리그 득점과 도움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한 케인은 손흥민하고만 무려 14골을 합작할만큼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만일 케인이 떠난다면 토트넘의 전력은 크게 약화된다. 또한 손흥민이 케인을 대체하여 중앙 공격수로 포지션을 전향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우승권보다는 주로 중위권팀에서 경쟁력을 보였던 사령탑을 맡아왔던 누누 산투 감독의 지도력도 아직 의구심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뒷심부족으로 약점을 보였던 수비진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맨체스터시티-맨유-리버풀-첼시 등 강팀들이 즐비한 EPL에서 토트넘의 전력은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있는 중상위권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BBC는 2021-2022시즌을 전망하며 토트넘의 성적을 6위로 예상했다.

한편으로 손흥민이 이제는 플레이스타일이나 포지션의 변화도 고려해야할 시기가 왔다. 20대까지의 손흥민은 스피드와 공간침투를 주무기로 하여 직접 득점을 노리는 윙포워드였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선수들은 30대를 전후로 부상과 운동능력이 저하하면 기량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소속팀 감독들은 손흥민의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성향을 파악하고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게 하거나 수비부담까지 안기는 경우도 많았다. 이대로라면 토트넘과 계약이 완료되는 2025년까지 손흥민의 최고의 기량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손흥민은 다행히 선수생활 내내 큰 부상을 당한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몇 년째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만 햄스트링 부상을 두 번이나 당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더 이상 젊기만 한 선수가 아니며 격렬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조금씩 누적되었을 몸의 이상신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초기에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앞세운 윙어로 활약했으나 나이를 먹어가며 간결한 움직임과 마무리를 중시하는 전문 스트라이커에 가깝게 변신하며 장수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을 넘어 어느덧 프리미어리그와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다음 시즌 토트넘의 성패도 손흥민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손흥민은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한국축구의 10회 연속 본선진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도 짊어지고 있다.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손흥민의 축구인생 2막에 많은 팬들의 기대와 희망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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