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관중석이 가득 찼고 그들은 세계 축구팬들의 부러움 속에 멋진 시즌 개막을 알렸다. 상대 팀이 전통의 강팀 아스널 FC이기 때문에 1만 6479명 홈팬들은 더 큰 기쁨을 나눴다.

무려 74년 만에 올라온 가장 높은 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21-22 개막 게임에서 브렌트포드의 벌들이 상대 팀에게 꽤 아픈 벌침을 놓아준 셈이다. 1889년에 창단한 브렌트포드 FC는 엠블럼에 꿀벌을 크게 그려놓은 축구 클럽이다. 

덴마크 출신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브렌트포드 FC가 한국 시각으로 14일(토) 오전 4시 런던 서부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강팀 아스널 FC를 2-0으로 물리치고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브렌트포드의 벌들, 다시 날다
 
 브렌트포드의 세르지 카노스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21-22 아스널과의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브렌트포드의 세르지 카노스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21-22 아스널과의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Photo

 
커뮤니티 스타디움 관중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이 몰아쳤다. 30~40년도 아니고 무려 74년 만에 홈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해서 흥분되는 게임을 뛴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여한이 없었다. 그래서 관중석에는 붉은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세로 줄무늬 고유의 유니폼을 입은 노년의 팬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더구나 상대 팀은 그동안 함부로 만날 수도 없는 아스널 FC라는 최고 수준의 팀이었기에 더 흥미로웠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의 시즌 개막 휘슬이 울리고 12분 만에 1만 6479명 홈팬들이 열광하는 멋진 공격이 나왔다. 이반 토네이의 역습 패스를 받은 골잡이 브리앙 음베우모가 위력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을 아스널 골문을 향해 날린 것이다. 비록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는 아쉬운 슛이었지만 브렌트포드 홈팬들은 프리미어리그의 공기를 실로 오랜만에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0분 뒤에 정말로 브렌트포드 FC의 새 역사를 장식하는 멋진 첫 골이 나왔다. 어웨이 팀 아스널 FC 수비가 어설프게 걷어낸 높은 공을 향해 에단 피노크가 헤더 패스를 넣어주었고 이 공을 받은 미드필더 세르지 카노스가 과감하게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이다. 바로 앞에 아스널 수비수가 있었고 공이 빠져나갈 각도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빨려들어간 멋진 골이었다. 독일 출신의 골키퍼 베른트 레노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기둥 옆으로 빨려들어가는 카노스의 슛을 막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순위 8위에 그치는 바람에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아스널 FC가 아무리 어웨이 게임이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프리 시즌 몇 게임을 통해 팀의 간판 골잡이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다고 하지만 아스널에는 좋은 미드필더들이 있기에 후반전 반격에 나섰다.

51분에 아스널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에밀 스미스 로우가 과감한 역습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날렸다. 하지만 브렌트포드 FC 골문을 지키고 있는 다비드 라야 골키퍼가 각도를 잡고 앞으로 나오며 침착하게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막아냈다.

이 위기를 넘긴 홈 팀 브렌트포드 FC가 73분에 놀라운 추가골을 뽑아냈다. 직전에 교체로 들어온 마스 베크 쇠렌센이 왼쪽 옆줄 밖에서 던진 롱 스로인이 아스널 FC 골문 바로 앞에 떨어졌고, 이 첫 바운드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이 뒤로 넘어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뇌르고르의 이마에 제대로 걸린 것이다. 덴마크 출신 감독이 덴마크 출신 풀백에게 교체 카드를 써서 딱 2분 만에 덴마크 출신 미드필더의 추가골을 뽑아냈기에 더 놀라웠다.

발등에 벌침을 맞은 듯 화끈거림을 느낀 아스널 FC는 87분에 왼쪽 측면 역습을 전개하며 1골이라도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것마저도 상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고 말았다. 키어런 티어니의 왼 측면 컷 백 크로스를 받은 공격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페페의 왼발 돌려차기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브렌트포드 FC 골키퍼 다비드 라야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이렇게 브렌트포드 FC가 74년 만에 쓰는 새 역사의 첫 페이지가 완성된 것이다. 브렌트포드의 벌들은 이제 21일(토) 오후 11시 크리스탈 팰리스를 만나기 위해 셀허스트 파크로 찾아간다. 아스널 FC는 23일(월) 오전 0시 30분에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슈퍼 컵을 연거푸 들어올린 강팀 첼시 FC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인다.

새 시즌 개막을 알린 유럽의 빅 리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관중석을 여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이 게임이 열린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에 수용 가능 좌석수를 거의 다 채운 1만 6479명 홈팬들이 찾아와 열광했고 다른 리그들도 개막하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 티켓을 팔았다.

스페니시 프리메라 리가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시각에  발렌시아 CF와 헤타페 CF의 게임으로 시작했는데 최대 수용 인원의 20%가량에 해당하는 9868명의 관중들이 들어와 홈 팀 발렌시아 CF의 1-0 승리를 응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도 프리미어리그보다 조금 빠른 금요일 저녁에 개막했는데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바이에른 뮌헨이 1-1로 비긴 보루시아 파크 관중석의 50%에 약간 못 미치는 2만 2925명 관중이 찾아왔다.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는 16일(월) 오전 0시 30분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 FC를 상대로 시즌 첫 게임을 뛴다. 양봉업자라는 별명이 있는 손흥민과 진정한 벌들의 팀이라 할 수 있는 브렌트포드 FC의 첫 게임은 오는 12월 2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021-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결과
(8월 14일 오전 4시,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 

브렌트포드 FC 2-0 아스널 FC [득점 : 세르지 카노스(22분,도움-에단 피노크), 크리스티안 뇌르고르(73분)]

브렌트포드 FC 선수들
FW : 이반 토네이, 브리앙 음베우모(86분↔마커스 포르스)
MF : 리코 헨리, 비탈리 야넬트, 크리스티안 뇌르고르, 프랭크 온예카(80분↔비드스트럽), 세르지 카노스
DF : 에단 피노크, 폰투스 얀손, 크리스토퍼 아예르(71분↔마스 베크 쇠렌센)
GK : 다비드 라야

아스널 FC 선수들
FW : 폴라린 발로건(58분↔부카요 사카)
AMF : 가브리엘 마르티넬리(71분↔레이스 넬슨), 에밀 스미스 로우, 니콜라스 페페
DMF :  그라니트 자카, 알베르트 삼비 로콩가
DF : 키어런 티어니, 파블로 마리, 벤 화이트, 칼룸 체임버스(81분↔누누 타바레스)
GK : 베른트 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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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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