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만 보던 모습이 32년 만에 현실이 됐다. 이벤트 기획 의도도, 경기 내용도 모두 성공적이었다.

13일(한국시간 기준) 오전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에 위치한 임시 야구장에서 2021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열렸다. 장소는 화이트삭스의 홈 구장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가 아닌, 옥수수밭에 세워진 작은 규모의 야구장이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기획한 '꿈의 구장' 경기로, 이번 주말 맞대결을 갖는 두 팀이 시리즈 첫 경기를 이 곳에서 맞이한 것이다.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옥수수 밭밖에 없는 아담한 장소에서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했다.

영화 <꿈의 구장>을 현실로 만든 메이저리그 사무국

이번 행사의 기획에 있어서 기반이 된 것은 영화 <꿈의 구장>이다. 1989년(미국 현지 기준, 국내 개봉 연도는 1991년)에 개봉한 영화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승부 조작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다루었다.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화이트삭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고의로 패배한 사건으로, 이번 행사에서 화이트삭스가 홈 팀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 레이(케빈 코스트너 분)는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라는 계시를 받으면서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게 됐고, 해당 사건으로 영구제명된 선수들이 유령으로 나타나서 그곳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블랙삭스 스캔들이 일어난 지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19년, 영화를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사무국은 영화 촬영지였던 다이어스빌의 옥수수밭을 매입했다. 그리고 그 장소는 8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으로 변신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8월 두 팀의 꿈의 구장 경기가 개최됐어야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규시즌 경기 수가 축소되면서 양키스가 아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원정 팀이 바뀌었다. 여기에 세인트루이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서 꿈의 구장 경기를 1년 미루어야만 했다.

다행히 올핸 정규시즌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고, 많은 팬들이 기다려왔던 꿈의 구장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양 팀 선수단은 1910년대 유니폼을 착용하는가 하면, 주연 배우 케빈 코스트너도 등장해 현장을 방문한 팬들과 잠시나마 시간을 갖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치열... 호평 속에 내년을 기약한 꿈의 구장 경기

옥수수 밭에서 하나둘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향하면서 꿈의 경기 시작을 알렸고, 초반부터 홈런포가 나왔다. 1회말 화이트삭스의 호세 아브레우가 선제 솔로포로 포문을 열었고, 3회에는 양 팀이 홈런을 하나씩 주고 받았다. 특히 담장 밖으로 타구가 넘어갈 때 공이 옥수수 밭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8회말까지 화이트삭스가 7-4로 앞서가면서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양키스가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애런 저지의 추격 투런포에 이어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상대 마무리 리암 헨드릭스로부터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역전을 이끌어냈다.

홈 팀 화이트삭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9회말 1사 1루 기회를 잡았고, 팀 앤더슨이 좌완 투수 잭 브리튼의 초구를 밀어쳤고, 타구는 우측 담장 너머에 있던 옥수수 밭에 떨어지면서 꿈의 구장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화이트삭스의 극적인 1점 차 9-8 승리였다.

경기를 했던 선수들도, 지켜본 팬들도 하나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MLB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 역시 내년에도 이 곳에서 경기가 열릴 것이라고 전하면서 꿈의 구장 경기가 올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단순히 이벤트라고 해도 익숙하지 않은 구장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사무국과 구단 및 선수들 그리고 팬들까지 모두 적극적이었다. 단 한 경기였음에도 메이저리그의 기획이 남긴 진한 여운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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