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프리킥은 이세은이 잘 차 넣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4분 뒤에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찬 프리킥이 골문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되어 들어간 것은 모두가 보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축구장에서 보기 드문 2골이 월요일 창녕의 여름밤을 수놓으며 아름다운 우승 트로피를 만들어준 것이다.

김은숙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이 9일 밤 10시 경남 창녕스포츠파크 천연잔디구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 여자축구선수권대회 일반부 결승전에서 라이벌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을 2-0으로 물리치고 우승 감격을 누렸다.

이세은의 날카로운 왼발 결승골

지난해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인천 현대제철이 힘겹게 경주 한수원을 따돌리고 8년 연속 우승의 위업(관련 기사 : [인천 현대제철, 8년 연속 '축구 여왕' 꿈 이루다] 바로가기)을 이뤘지만 그 다음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경주 한수원의 추격은 거침이 없었다. 올 시즌에도 라이벌 두 팀은 WK리그 일정상 현재까지 두 번 만나 각각 1승씩 승점 3점을 나눴다. 

이번 전국선수권이 열리기 직전인 7월 19일에 열린 WK리그 14라운드 결과는 홈 팀 경주 한수원이 3-1로 완승을 거둔 것이어서 바로 이 대회에서 또 만났을 때 그 내용과 결과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게임 시작 후 9분 만에 인천 현대제철의 직접 프리킥 골이 그림같이 빨려들어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세은이 왼발로 감아올린 공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경주 한수원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은 것이다. 반대쪽 골문을 지키고 있는 김정미(인천 현대제철)와 함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골키퍼 계보를 잇고 있는 윤영글(경주 한수원)이 이세은의 프리킥 궤적을 잘못 예측하여 앞으로 약간 나와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내준 골이었다.

프리킥 위치가 측면이었기에 동료 선수들과 미리 짜 놓은 세트 피스로 예상했지만 이세은의 날카로운 왼발은 다수의 상상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리고 4분 뒤에도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이번에도 이세은의 왼발 프리킥이었다. 4분 전 궤적과는 사뭇 다르게 낮은 얼리 크로스 형태로 뻗어왔다. 그런데 이 공이 골문 바로 앞에서 한 번 튀면서 그대로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박세라, 정영아 등 경주 한수원 수비수들은 상대 필드 플레이어들을 하나씩 묶는 데 성공했지만 양쪽 필드 플레이어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바운드 프리킥을 대비하지는 못했다. 프리킥 골에 축구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하지만 4분 간격을 두고 들어간 이세은의 거짓말같은 프리킥 2골은 다시 봐도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경주 한수원은 현재 WK리그 득점 랭킹 공동 1위(14게임 8골, 게임 당 0.57)에 올라서 있는 외국인 선수 둘(나히, 이네스)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끝내 김정미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전 추가 시간 1분, 나히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여민지가 헤더로 골을 노린 것이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고, 69분에는 센터백 정영아의 후방 크로스를 받은 여민지가 또 하나의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왼쪽 기둥을 스치고 나가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일주일 뒤 15라운드부터 다시 이어가는 WK리그에서 두 팀은 한 번(9월 16일 21라운드, 인천 남동구장) 더 만나게 되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 시즌처럼 챔피언결정전 두 게임에서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위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9년 연속 우승 위업을 노리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34점 11승 1무 2패 35득점 10실점)이며, 2위는 경주 한수원(30점 9승 3무 2패 33득점 14실점)이다.

제20회  전국 여자축구선수권대회 일반부 결승 결과
(9일 오후 10시 창녕스포츠파크 천연잔디구장)

인천 현대제철 2-0 경주 한수원 [득점 : 이세은(9분), 이세은(13분)]

◇ 제20회 전국 여자축구선수권대회 일반부 최종 순위 및 개인상 내역
우승 : 인천 현대제철
준우승 :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공동 3위 : 세종 스포츠토토, 화천 KSPO

최우수선수상 : 장슬기(인천 현대제철)
우수선수상 : 손윤희(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득점상 : 박믿음(화천 KSPO)
GK상 : 김정미(인천 현대제철)
수비상 : 윤영글(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최우수지도자상 : 김은숙, 박넝쿨, 박성열(이상 인천 현대제철)
우수지도자상 : 김봄봄, 박규홍(이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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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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