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메달에 도전한 대표팀과 김연경의 마지막 여정이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스코어 0-3(18-25, 15-25, 15-25)로 패배했다. 세르비아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대한민국은 최종 성적 4위로 대회 일정을 마감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 이후 이날 경기까지 하루의 시간이 있었던 라바리니호는 훈련 대신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 및 몸상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8강에서 터키를 꺾을 때처럼 반전의 드라마가 나오길 바랐지만, 세르비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보스코비치 봉쇄 실패, 1세트 잡지 못한 것이 컸다

세계랭킹 6위 세르비아에 비해 전력 면에서 열세를 보이던 것이 사실이고, 예선에서 한 차례 만났을 당시에도 세트스코어 0-3 패배를 안겼던 팀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

4강전에서는 페르난다 가라이가 있었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펄펄 날아다니면서 경기를 주도했고, 1세트에만 14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대한민국 선수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6-6에서 김희진의 연속 서브 득점으로 리드를 잡고 13-10까지 달아나기도 했지만, 세르비아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17-17에서 6연속 실점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이 다소 뼈아팠다.

1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보스코비치 이외의 선수들도 공격을 시도했고, 대표팀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18-24에서 보스코비치의 블로킹 득점이 나오면서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힘 한 번 쓰지 못한 2, 3세트

2세트 역시 세르비아에 끌려다녔다. 보스코비치에 비해서 조용했던 비앙카 부사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고, 박정아와 김희진의 공격이 상대의 벽에 막히는 등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6-13으로 7점 차까지 벌어지면서 추격 의지가 꺾였고,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상대의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흘러갔다. 결국 세르비아가 20득점에 먼저 도달한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15-25로 2세트를 마무리했다.

3세트 개시 직후 김연경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특히 대각선 방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상대의 수비를 흔들었다. 여기에 보스코비치의 서브범실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이 4-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범실이 나오면서 3점을 연속으로 줬고, 대표팀이 한 점을 만회한 이후에는 보스코비치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세르비아가 4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3세트가 다 끝나기도 전에 30득점을 채우는 등 경기 내내 존재감을 뽐냈다.

1, 2세트와 마찬가지로 세르비아가 먼저 20득점을 달성했고, 이때 대한민국과의 격차는 8점 차까지 벌어져 있었다. 3세트에 안혜진, 표승주 등 교체 멤버들을 투입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것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결국 15-25로 마지막 세트마저 내주고 말았다.

가능성 엿본 여자 배구, 투지는 박수 받아 마땅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등 강팀을 꺾었던 예선부터 대한민국 여자 배구는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터키와의 8강전에서는 세계랭킹이나 전력 면에서 보더라도 터키에 열세를 보였던 대표팀이 유쾌한 반란을 만들었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열렸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8개국 가운데 15위에 머무르는 등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을 맞이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올림픽에 출전한 김연경은 끝까지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에이스 노릇을 다했다. 비록 대표팀은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지만,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를 함께하면서 수준급 선수들을 만나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선수들의 투지는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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