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5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근대5종 펜싱 랭킹라운드 경기. 한국 김세희가 러시아 울리아나 상대로 점수를 따 낸뒤 환호하고 있다. 김세희는 랭킹라운드에서 깜짝 2위를 기록했다.
근대 5종은 사격, 펜싱(에페), 수영, 승마, 육상 경기로 종합점수를 매겨 순위를 결정하는 종목이다.

▲ '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5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근대5종 펜싱 랭킹라운드 경기. 한국 김세희가 러시아 울리아나 상대로 점수를 따 낸뒤 환호하고 있다. 김세희는 랭킹라운드에서 깜짝 2위를 기록했다. 근대 5종은 사격, 펜싱(에페), 수영, 승마, 육상 경기로 종합점수를 매겨 순위를 결정하는 종목이다. ⓒ 연합뉴스

 

근대 5종. 현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이 고안한 이 종목은 '비인지 종목'이라는 이유로 중계는 커녕 경기 결과조차도 공유되지 않던 종목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출전을 해도,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이런 종목이 있긴 있었냐" 하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그랬던 만큼 선수들의 바람도 '종목이 알려지는 것'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근대 5종 간판 전웅태 선수는 매체와의 인터뷰 때마다 근대 5종이라는 종목이 알려지기를 바라왔다. 지난해 KBS N의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와서 한 고민마저도 '종목이 어떻게 알려질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올림픽 막바지, 전웅태 선수가 일을 냈다. 전웅태가 대한민국 올림픽 사상 첫 근대 5종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써낸 것이었다. 한국이 근대 5종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 한국 선수단이 파견된 이후 처음이었다.

더욱이 전웅태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성적 역시 '역대 최고'라는 말이 어울렸다. 전웅태와 함께 달렸던 정진화 선수는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도 사상 최초로 김세희와 김선우라는 두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김세희는 11위로 여자 근대 5종 사상 최고 성적을, 김선우는 17위라는 성적을 써냈다.

'비인지' 57년의 한

펜싱, 수영, 그리고 승마, 마지막으로 달리기와 사격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에 걸쳐 경기를 펼쳐야 하는 근대 5종. 대한민국에서 근대 5종이라는 종목에 선수를 처음 파견한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승마 선수였던 최귀승 선수가 처음으로 도쿄 무대를 밟아 경기를 펼친 것.

하지만 그 후 1984년 LA 올림픽까지 한국 선수단이 파견되지 못했다. 다섯 종목, 그 중에서도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펜싱과 승마를 감당할 역량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강경효 선수를 비롯해 당시 고교생이었던 김명건 선수가 출전해 그 중 김명건 선수가 최종 순위 12위를 기록하면서 점점 세계와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 나왔다. 김미섭이 11위를 기록하며 한국에도 '만능 스포츠맨'이 세계적인 실력을 갖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미디어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들어 열린 올림픽에서도, 아시안 게임에서도 근대 5종 선수단은 끊임없이 파견되었지만 무관심은 마찬가지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정진화가 11위를 기록하며 타이 기록을 써냈을 때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에 나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냈을 때도 미디어 매체의 근대 5종에 대한 무관심은 여전했다. 그랬던 무관심 탓에 '비인기', 나아가 '비인지 종목'이라는 멍에가 씌워졌고, 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메달에 앞서 종목을 알리는 것이 되었다.

당장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전한 전웅태가 그랬다. 보통의 선수들의 고민이라면 "메달을 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련을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를 했을 테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근대 5종을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지"였다. 무엇보다도 간절한 고민이었다.

그 때 서장훈은 "답은 나와있다"며 전웅태에게 자극을 주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 정말 전웅태는 6일과 7일에 걸쳐 출전한 올림픽 경기에서 '죽어라' 칼을 찌르고, 수영하고, 달리고, 그리고 총을 쏘고, 말을 탔다. 그렇게 극적으로 동메달을 따내게 되었다.

드디어 이름 알린 '근대 5종', 관심 계속 이어지길

사실 올림픽 막판 동메달이었던 터라 이번 경기 역시 중계 없이, 다른 종목에 비해 크지 않은 관심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달랐다. 여자부 경기에서부터 중계가 이어진 것. 다른 선수들을 뚫고 펜싱을 펼치고, 수영하고, 달리는 김선우와 김세희 선수의 모습에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이어진 남자부 경기에서도 미디어,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단 하나의 방송사만 중계해도 '대박'이 되었을 근대 5종의 7일 수영, 레이저 런 경기는 KBS와 MBC에서 생중계로 안방을 찾았다. 시청자들 역시 전웅태 선수, 그리고 정진화 선수가 흘린 땀방울, 그리고 첫 메달을 축하할 수 있게 되었다.

전웅태 선수는 8일 오후 8시부터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에 태극기를 들고 나선다. '만년 비인지 종목'이었던 근대 5종을 누구보다도 알리고 싶었던 전웅태였기에 폐막식 기수로 나서는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신이 날 터.

이제는 세계에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된 전웅태 선수는 더 큰 목표를 노린다. 전웅태 선수는 공식 인터뷰에서 "앞으로 은메달과 금메달이 더 남았다"면서, "다음에는 더욱 높은 위치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니 그런 포부를 돕기 위한 과제가 남았다. 근대 5종에 대한 관심이 이대로 식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있다. 선수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선전을 준비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지금 이어지는 관심을 더욱 키워나가는 것이 선수들에게 응원이 되는 셈이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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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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