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번 올림픽 유일한 무패팀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에서 브라질에게 세트스코어0-3(16-25,16-25,16-25)으로 패했다. 브라질에게 세 세트 모두 16-25로 패한 한국은 오는 8일 미국에게 0-3으로 패한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세르비아와는 지난 2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어 한국이 0-3으로 패한 바 있다).

한국은 김연경과 박정아가 나란히 10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브라질과의 전력 차이를 실감한 채 완패를 당했다. 브라질은 페 가라이가 17득점으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가비가 12득점, 탄다라 카이세타 대신 주전으로 출전한 로사마리아도 10득점을 기록했다. 준결승에서 맞붙었던 한국과 브라질은 8일 상대를 세르비아와 미국으로 바꿔 동메달과 금메달을 걸고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전력 차이와 체력의 한계는 뚜렷했다

지난 7월 31일 한일전 명승부가 벌어질 때까지만 해도 여자배구는 축구와 야구에 밀려 지상파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한일전 승리를 만든 여자배구는 8강에서 세계 4위 터키에게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 각 언론에서는 브라질과의 4강전이 열리는 6일 오전부터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상파 3사는 이날 앞 다투어 한국과 브라질의 4강전을 생중계했다.

브라질은 6일 오전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공격수 탄다라 카이세타가 도핑에 적발되며 한국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선수층이 두꺼운 브라질은 로사마리아 몬티벨러가 탄다라의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다. 하지만 탄다라의 금지약물 적발로 브라질 선수 전원이 도핑 검사를 받으면서 컨디션 조절과 사기 면에서 최상이 아닐 확률이 높다. 한국이 이 허점을 파고 든다면 브라질을 괴롭힐 수 있었다.

앞선 4강 첫 경기에서 미국이 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은 가운데 한국은 1세트 초반 브라질의 탄력 넘치는 공격에 고전하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한국은 세트 중반 양효진의 블로킹과 김연경의 후위공격으로 3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브라질의 마크리스 세터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공격수들을 고루 활용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한국은 세트 후반 표승주와 정지윤, 안혜진을 투입해 2세트에 대비했고 16-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첫 세트에서 브라질에게 3개의 블로킹을 허용했던 한국은 2세트 초반 양효진의 공격과 블로킹, 김희진의 서브득점을 묶어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브라질은 로사마리아의 블로킹과 공격, 가비의 중앙 후위공격으로 리드를 잡았고 한국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점수차가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 세트 후반 이소영과 박은진을 투입했지만 브라질 주장 나탈리아에게 연속 3득점을 허용하면서 2세트도 9점차로 패했다.

3세트에서 김희진, 김수지 대신 이소영과 박은진을 먼저 투입한 한국은 초반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며 브라질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양효진의 속공이 상대 블로킹에 걸리고 이소영의 리시브가 흔들렸고 박정아의 공격이 밖으로 벗어나면서 점수차가 벌어졌다. 한국은 세트 중반 이후 '캡틴' 김연경이 힘을 내며 추격을 시도했지만 브라질은 여러 선수를 투입하며 25-16으로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김연경을 제외하면 브라질 선수들에 비해 이름값이나 경력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양 팀의 전력 차이는 지난 7월 25일 조별리그 첫 경기 결과(브라질 3-0 승리)가 말해주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3번이나 풀세트 접전을 벌이면서 한국은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한 번도 무기력한 표정을 짓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격려와 박수가 필요한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라바리니호 브라질 김연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