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폴란드 도착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폴란드 도착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 NHK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다가 제3국으로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가 폴란드에 도착했다.

벨라루스의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전날 일본 도쿄에서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했다고 영국 BBC, 일본 NHK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100m, 200m 등 단거리 경주가 주종목인 치마노우스카는 코치로부터 갑자기 1600m 계주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자,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계주 종목에 사전 상의 없이 출전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것 아냐"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표팀과 코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대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본국으로 귀국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코치들은 그를 차에 태워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데려갔다. (관련 기사 : 때가 어느 땐데... 금메달 못 땄다고 배신 낙인, 강제 소환도)

하지만 치마노우스카는 공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강제 송환을 피했다. 그는 벨라루스로 돌아가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희망했고, 폴란드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비자 발급을 허용하며 망명이 성사됐다.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폴란드 도착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폴란드 도착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 NHK

 
주일 폴란드대사관에 머물다가 전날 일본을 벗어나는 항공편에 탑승한 치마노우스카는 오스트리아 빈을 경유해 이날 폴란드에 도착했다. 폴란드로 직행할 경우 벨라루스 상공을 통과하다가 비행기가 강제 착륙당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해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은 치마노우스카는 BBC에 "나는 정치적인 항의를 하는 것이 아니고, 벨라루스 올림픽 선수단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망명한 것"이라며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을 배신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부는 치마노우스카의 남편에게도 망명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그의 남편은 최근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이동한 상태이며, 곧 폴란드에 입국해 치마노우스카와 만날 예정으로 전해졌다.

IOC, 벨라루스 상대로 조사 착수... 징계 논의 
 
 폴란드에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인터뷰를 전하는 BBC 갈무리.

폴란드에 망명한 벨라루스 육상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의 인터뷰를 전하는 BBC 갈무리. ⓒ BBC

 
한편, IOC는 벨라루스가 치마노우스카를 강제 송환하려 한 사건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조사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NOC)는 이번 사건에 대한 주요 외신의 논평 요청에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 

벨라루스는 부정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간 철권 통치를 휘두르고 있다. 최근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지만 군경을 동원해 유혈 진압했으며, 이 시위대 참가한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구금했다. 

IOC는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회식 및 경기 참석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 제재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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