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전주원 감독의 작전 타임 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전주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올림픽] 전주원 감독의 작전 타임 1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한국 전주원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여자농구 대표팀이 최근 귀국했다. 13년 만에 올림픽 본선무대에 진출했던 여자농구 대표팀은 아쉽게 3전 전패로 8강 진출에 실패하며 일찍 올림픽 일정을 마감했다.

비록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오히려 호의적이다. 사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농구 대표팀의 성적을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주원호는 세계랭킹 3위 스페인을 비롯해 4위 캐나다, 8위 세르비아까지 만만치 않은 강호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한국농구의 저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2월 열린 최종예선에서도 만났던 스페인-중국 등에게 30~40점차 이상으로 대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멤버들이었는데도 경기력은 격세지감이었다.

한국여자농구의 레전드인 전주원 감독은 여자농구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사상 단체구기종목 첫 여성 감독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로 화제가 됐다. 전 감독은 세계 최고인 올림픽 무대에서 뛰어난 전술적 역량과 안정된 리더십을 보여주며 '스타출신-여자 감독들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보기좋게 극복했다.

아쉬운 것은 전주원 감독과 대표팀의 동행이 이번 올림픽으로 일찍 끝났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전주원 감독이 물러나면서 최근 대표팀을 이끌 새 지도자 공모 계획을 밝혔다.

전주원 감독이 공개 모집으로 대표팀 감독직에 응모한 것이 지난해 3월이었고,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최종적으로 감독에 선임된 것은 올해 1월 말,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하여 대표팀이 소집된 것이 지난 5월이었다.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6개월, 실질적으로 팀을 지휘한 것은 3개월도 되지 않는 단명 감독이 된 셈이다.

현직 우리은행 코치를 겸임하고 있던 전주원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또한 전주원 감독이 물러나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한 팀으로 응모했던 이미선 코치도 대표팀을 떠난다.

전주원 감독은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 인터뷰에서부터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던 결정인지 중간에 또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비록 올림픽에서 전패를 했지만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향후 국제대회 일정 등을 감안해도 농구협회 측에서 보더라도 전주원 감독 체제를 이어가는 것이 누가봐도 합리적이었기에 아쉬운 결말이다.

원칙적으로는 가급적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전임 감독을 뽑는 게 맞다. 전주원 감독은 엄밀히 말해 전임 감독이 아니라 소속팀 코치를 겸임하고 있던 구조였다. 또한 전 감독은 우리은행과 대표팀에 걸쳐 풍부한 코치 경험을 지니고 있었지만, 성인팀 감독 경력은 국가대표팀을 맡아 이번 올림픽에 나선 것이 처음인 초보 감독이었다.

올림픽 대표팀 소집과 대회 본선일정이 모두 WKBL(여자프로농구) 비시즌에 치러졌고 전 감독이 올림픽을 끝으로 일찍 사임하면서, 대표팀 감독이 소속팀 코치를 겸임하는 데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농구대표팀의 경우, 2015년 이후 허재-김상식-현 조상현 감독으로 전임감독제를 지켜오고 있다.

전주원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연장하는 대신 소속팀 복귀를 선택했다고 해서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농구가 여성 감독이 쉽게 나오기 어려운 특수성이나, 도쿄올림픽에서 희망을 보여준 대표팀의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너무 빠른 이별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림픽에서 한국농구는 지역방어는 물론 맨투맨, 스위치 등 다양한 전술을 들고 나와 높이와 개인기술에서 우위인 세계 강호들을 괴롭혔다. 박지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하여 엔트리 12명을 거의 모두 활용하는 과감한 로테이션 전략도 돋보였다. 선수를 기용할 때와 변화를 줄 때의 타이밍을 제대로 짚으면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대처해내가는 유연한 작전 구상과 결단력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올림픽을 통해 축적한 귀중한 경험과 가능성이 그대로 단절되고, 다시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쉽고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전 감독이 떠나도 올림픽을 경험한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건재하지만, 감독이 바뀌면 농구스타일과 선수활용방식도 완전히 바뀐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자칫 '선수빨'에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감독 한 명의 변화'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당장 전주원 감독만 해도 완전한 전임감독이었던 이문규 전 감독이 이끌던 시절과 비교하여 선수구성은 비슷하지만 경기력이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전주원 감독 본인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통해 선수들이 경험치를 많이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을만큼 큰 무대를 겪어본 경험의 유무는 감독에게도 큰 차이가 된다.

전주원 감독의 후임자에게는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2021을 시작으로 내년 9월 열리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2022 FIBA 여자농구월드컵까지 중요한 국제대회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1년 이상 대표팀에 전념하며 안정적으로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농구협회도 이제는 국제대회가 임박할 때마다 벼락치기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 강화와 확실한 목표의식을 바탕으로 한 '장기 프로젝트'를 갖춰야 한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없이 막연히 애국심과 성적만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새 감독 역시 국제농구의 흐름이나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에 눈과 귀가 열려있어야한다. 기껏 신임 감독을 선임했는데 오히려 올림픽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사라지고 대표팀 전력이나 운영구조가 다시 올림픽 이전으로 퇴행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시 여자농구의 미래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선 농구협회의 의지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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