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일본의 야구 맞대결은 언제나 팽팽한 접전이 진행되다가 사소한 실수에서 큰 균열로 이어지면서 승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8월 4일 저녁 일본의 요코하마 구장에서 펼쳐진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과 팽팽한 승부를 펼치다가 8회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주요 장면들을 요약해본다.

1회~5회: 양팀 선발투수의 팽팽한 진검 승부 

1회초 대한민국은 선두타자 박해민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1사 후 이정후가 2루타를 치면서 1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4번 양의지와 5번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쉽게 선취점의 기회를 놓친다.

그러나 일본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는 한일전의 무게감 탓인지 공 하나하나에 신중하게 승부를 걸었고 1회에만 30개 가까운 투구수를 기록했다. 도미니카 전에서도 야마모토는 1회초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결국 힘겹게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그 이후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선발투수 고영표(kt)는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과 완급피칭으로 효과적으로 일본 타선을 봉쇄하였다. 첫 한일전 등판이라 긴장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 시작 후 첫 상대한 강타자 야마다 데스토(야쿠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회에는 아사무라(라쿠텐), 야나기타(소프트뱅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곤도(닛폰햄)도 범타로 처리하는 깔끔한 피칭으로 기싸움의 우위를 점한다.

2회까지 호투하던 고영표는 3회 선두타자 무라카미(야쿠르트)와 카이(소프트뱅크)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는다. 이후 보내기 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사카모토(요미우리)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허용한다. 타선이 한바퀴 돌면서 일본 타자들은 고영표의 투구 패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봤던 대한민국 배터리는 3회 중반부터 볼배합을 바꾸면서 대응하기 시작한다. 추가점을 내줄 수 있는 상황에서 고영표는 스즈키 세이야(히로시마)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 탈출에 성공한다.

1회 위기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야마모토를 상대로 대한민국 타선은 4회에 반격을 기대했지만 중심타선인 이정후(키움), 양의지(NC)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고 김현수(LG)마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다.

3회에 선취점을 내준 고영표는 4회 2사까지 잘 막았지만 곤도의 유격수 깊은 플라이 타구를 오지환(LG)이 포구 순간 볼을 떨어뜨리면서 출루를 허용한다. 2사 1루에서 무라카미가 첫 타석에 이어 또 다시 안타로 출루하며 2사 1,3루 위기를 허용한다. 실책 후 기분 나쁜 추가점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에서 고영표는 5할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던 카이 타쿠야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를 탈출한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격언이 무색하게 5회초 공격에서 오재일(삼성)과 오지환(LG)이 야마모토의 낙차 큰 커브와 스플리터에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2사 후 허경민(두산)이 우전안타로 모처럼 출루에 성공한다.

일본 배터리는 2사 1루 황재균(kt) 타석에서 노볼 투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상황에서 타임을 걸어 타자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야마모토의 폭투로 2사 2루의 찬스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국제대회에서 클러치 능력을 자주 선보였던 황재균이 한방을 터뜨려주길 기대했지만 야마모토의 커브를 참지 못하고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차라리 야마모토의 투구수를 최대한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구원투수를 최대한 빨리 올리는데 주력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만큼 일본 선발투수 야마모토는 견고한 피칭을 이어갔다. 

투수진인 안정을 이어가자 5회말 일본 타선은 선두타자 야마다 데스토(야쿠르트)가 중월 2루타로 진루하며 찬스를 만들어낸다. 후속타자 사카모토(요미우리)의 우익수 깊은 플라이로 1사 3루의 상황이 이어졌고 대한민국은 또 다시 실점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3번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오릭스)에게 중전안타를 내주며 추가점을 허용한다. 하지만 고영표는 4번 스즈키 세이야, 5번 아사무라 히데토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혼신의 91구 역투를 펼친다. 5이닝 동안 일본 강타선을 상대로 탈삼진 7개를 잡아내고 2실점으로 막으면서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6회초: 마침내 막힌 혈이 뚫렸다

6회초 대한민국은 선두타자 박해민이 좌익수 쪽 짧은 안타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사토가 빙의한 듯한 상대 좌익수 곤도의 포구 미스를 노린 박해민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무사 2루의 찬스를 잡는다. 그리고 후속타자 강백호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큰 스윙 대신 기술적으로 짧은 스윙에 의한 좌익수 안타로 1점을 만회했다. 좌익수의 곤도의 송구를 포수가 잡았다면 아웃이 될 수도 있었지만 포수 카이 다쿠야가 볼을 뒤로 흘리면서 점수를 따는 데 성공한다.

야마모토의 올림픽 11이닝 무실점 행진에 종지부를 찍은 대한민국 타선은 서서히 야마모토의 투구 패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3번 이정후는 야마모토의 낙차 큰 승부구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압박하더니 우익 선상 안타로 무사 1,3루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4번 양의지는 타석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라는 기합을 넣으면서 전의를 불태웠지만 결국 야마모토의 낙차 큰 변화구에 배트가 나가면서 삼진으로 물러난다.

자신의 공에 완벽히 리듬을 맞추는 대한민국 타선의 기세에 선발투수 야마모토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양의지 타석을 마지막으로 94개의 공을 던지고 6회 1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다.

5번 김현수 타석에서 일본 벤치는 좌완 이와사키(한신)를 마운드에 올린다. 그러나 이나바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최고의 마무리였던 좌완 이와세(주니치)로부터 역전타를 쳐낸 김현수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김현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와사키를 상대로 동점 중전안타를 뽑아낸다. 하지만 1사 1,2루 역전 찬스에서 오재일, 오지환이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6회말~7회말: 조상우 타임

경기는 다시 새로운 흐름으로 접어들었고 6회말 일본 공격부터 대한민국의 두 번째 투수로 차우찬(LG)을 마운드에 올린다. 차우찬은 예리한 변화구와 완급조절을 앞세워 승부를 걸었고 세 명의 좌타자(야나기타, 곤도, 무라카미)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온다.

대한민국 벤치는 필승조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진다. 조상우는 2사 2루 상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카이 타쿠야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2루 위기를 맞이한다. 타석에는 2019 프리미어12 결승전 당시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뼈아픈 역전 3점 홈런을 쳐냈던 야마다 데츠토 (야쿠르트)가 올라왔다.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양의지는 기습적으로 2루 견제구를 던졌고 첫 판정은 세이프로 선언되었다. 그러나 2루수 황재균이 아웃을 확신하고 강력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김경문 감독은 단 한 번 사용 가능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상우는 야마다를 낙차 큰 변화구로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탈출한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는 2번 사카모토를 삼진, 3번 요시다를 삼진, 4번 스즈키 세이야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완벽하게 일본 타선을 잠재운다.

8회~9회: 팽팽한 승부에 균열을 가져온 실수

8회초 대한민국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증명했던 '약속의 8회'가 또 다시 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7회초부터 일본 벤치는 과감하게 올 시즌 데뷔한 신인 이토 히로미(닛폰햄)을 마운드에 올렸다. 대한민국 타선은 독특한 키킹 동작을 보유한 이토의 투구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다가 2사 후 캡틴 김현수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2루타로 찬스를 만들어낸다.

대한민국 벤치는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한 오재일 대신 도미니카 공화국 전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최주환(SSG)을 대타로 내세운다. 빠른 배트 스피드를 보유한 최주환은 과감하게 스윙했지만 아쉽게 2루 땅볼로 물러난다.

8회말 일본 공격에서 대한민국은 또 다른 마무리 요원 고우석(LG)을 마운드에 올린다. 고우석은 최고 시속 153km의 과감한 돌직구와 빠른 슬라이더를 앞세워 볼 카운트를 잡았고, 포수 양의지는 일본 타자들이 고우석의 직구를 노리는 점을 간파하고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를 결정구로 주문하여 일본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1사 후 야나기타가 좌전안타로 출루한 후 곤도의 병살타성 타구 때 1루까지 진루한 곤도가 2루 쪽으로 진루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투수 고우석이 곤도를 태그하면서 아웃을 주장하면서 심판진의 재량에 의해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병살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고우석이 베이스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아쉬움이 드는 장면이었다. 후속타자 무라카미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면서 대한민국 배터리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 벤치는 무라카미를 고의 4구로 거르고 우타자 카이 타쿠야와의 승부를 선택했다. 

고우석은 베이스 커버 실패 이후 급격히 제구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카이마저 볼넷으로 진루시킨 고우석은 까다로운 타자 야마다와 대결을 펼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결국 야마다에게 주자 일소 3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2-2의 팽팽한 균형은 깨지게 된다. 2019 프리미어12 결승에 이어 야마다는 또 다시 대한민국 대표팀에 비수를 꽂는 역전타를 터뜨린다. 약속의 8회는 대한민국이 아닌 일본의 차지가 되었다.

대한민국 벤치는 신인 김진욱(롯데)을 마운드에 올렸고, 김진욱은 초구 승부로 사카모토를 유격수 플라이로 돌려 세운다. 9회초 대한민국 공격에서 일본 벤치는 마무리 구리바야시(히로시마)를 마운드에 올린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대한민국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다. 구리바야시의 폭투로 오지환은 2루까지 진루했지만 후속타자 허경민은 3루 땅볼로 물러난다.

대한민국 벤치는 9번 황재균 타석에서 박건우(두산)를 대타로 투입한다. 하지만 박건우는 구리바야시의 스플리터에 아쉽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2사 2루의 상황이 된다. 마지막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박해민은 아쉽게 2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종료된다.

투수진은 선발 고영표가 충분히 제 몫을 다했고 조상우도 변함없는 철벽투를 선보였지만 고우석의 부진이 뼈아팠다. 타선에서는 양의지와 오재일이 좀처럼 타격감을 되찾지 못하고 흐름을 끊고 있다. 당장 내일 펼쳐질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보다 원활한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의지와 오재일의 타순 조정으로 분위기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 투수 야마모토 공략에 성공했지만 고우석이 아쉬운 실수 이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부분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패자 준결승에서 미국을 넘어서야 일본에게 설욕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쉽지만 부디 미국에게 설욕에 성공한 후에 결승에서도 일본에게 설욕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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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dailybb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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