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모가디슈>가 입소문을 타고 영화관으로 관객을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생기를 잃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가디슈>는 8월 4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예매율을 압도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연출보다는 액션 배우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주먹이 운다>(2005)와 <짝패>(2006)의 각본과 연출로 감독의 이미지를 각인한다. <부당거래>(2010)와 <베를린>(2013)으로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낸 그는 2015년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으로 등극한다. 그는 <군함도>(2017)로 한국 현대사의 통점(痛點)을 영화화하기도 한다.
 
<모가디슈>는 우리에게 낯선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남북대결과 공조 그리고 민족애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을 사로잡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호크 다운>(2001)으로 널리 알려진 내전의 나라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모가디슈>. 두 시간의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흡인력이 강한 영화가 <모가디슈>다.
 
남북대결
 
<모가디슈>의 시공간은 비교적 단순하다. 1990년 11월 28일 소말리아 국립대학 앞에서 시작하여 1991년 1월 12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공항에서 끝난다. 불과 45일 만에 극적인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기 때문에 객석의 몰입도가 매우 높다. 사건 장소 역시 모가디슈 지역에 몰려 있기에 영화의 집중도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소말리아에 한국 외교관이 파견된 지 3년 만에 얻어낸 대통령 면담이 어이없이 사라져버려 고통받는 한신성 대사. 그를 비웃듯 북한의 오랜 아프리카 외교 역사를 자랑하는 림용수 대사.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하마드 바레 대통령과 그의 족벌세력. 그들 사이에서 각축을 벌이는 남북한 외교관들이 안쓰럽다.
 
<모가디슈>에서 남북대결을 구체화하는 인물들은 강대진과 태준기다. 안기부 출신 강대진과 보위부 출신 태준기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화해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대결은 물리적 폭력으로 절정에 이른다. 국가보안법을 발판으로 삼아 반공을 국시로 하는 한국의 강대진 참사관.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철두철미 무장한 태준기 참사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강대진이 북한 외교관 일행을 전향시키려는 장면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입증한다.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그들에게 구원의 통로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이데올로기 전쟁의 희생양으로 써먹으려는 강대진.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추적하던 태준기가 사태를 방관할 리 없기에 벌어지는 일장 활극이 흥미롭다.
 
남북공조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1990년 12월 30일 아이디드가 이끄는 반군이 모가디슈에 입성함으로써 소말리아는 본격적인 내전에 접어든다. 전기와 통신이 끊기고, 대사관마저 반군에게 털리게 된 북한 외교관들의 목숨 건 탈출이 시작된다.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줄 중국 대사관과 소련 대사관 역시 반군의 공격으로 폐쇄된 상황.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교전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남북한 대사가 머리를 맞댄다. 남북공조가 시작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집트 대사관에, 남한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원조를 요청하기로 한다. 여기서 림용수 대사가 한신성 대사에게 묻는다.
 
"만일 어느 한쪽만 탈출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소?"
"한쪽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북공조가 절정에 이르는 장면은 희극적이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남북한 외교관 일행이 힘을 합쳐서 모래주머니와 책을 탈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손발을 척척 맞추는 남과 북의 사람들. 강대진이 북한 어린이를 안고 사선을 넘는 장면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입증하는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잘 만들어진 장면
 
<모가디슈>에서 수많은 관객이 꼽는 대표적인 장면은 긴박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전일 것이다. 누구든 이 지점에서 손에 땀을 쥐고, 숨을 멈춘 채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리라. 영화에게 허용된 가장 효율적이고 익숙한 추격 장면. 생사를 걸고 쫓고 쫓기는 사람들과 긴장감 그리고 속도감이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풍성하게 탈취한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액션 전문 배우이자 감독 류승완의 또 다른 면모가 확연히 드러난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촛불로 불 밝힌 대사관저에서 밥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남북한 사람들. 시장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먹기를 주저한다. 꺼림칙한 것이다. 한 대사가 림 대사의 밥그릇과 자신의 밥그릇을 바꾼다. 고개를 끄덕이는 림 대사.
 
분주하게 오가는 젓가락이 반찬과 반찬 사이에서 부딪치고, 깻잎절임에서 젓가락이 멈춘다. 혼자 힘으로는 적절한 양의 깻잎을 덜어내기 어렵다. 오직 한국인들만이 식용으로 한다는 깻잎. 누군가의 젓가락이 깻잎을 눌러주고, 첫 번째 젓가락 주인은 원하는 만큼 깻잎을 가져간다. 이것이야말로 남북공조를 제대로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장면 아닐까!
 
1990년에나 있을 법한 사발면과 초록색으로 똬리를 튼 모기향까지,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꼼꼼하게 소품을 준비한다. 소품이 살아야 구조가 살아난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지킴으로써 영화의 사실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흔한 신파조 대사나 진부한 포옹 또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이어지는 이별 장면을 상큼하게 생략한 영화 <모가디슈>.
 
공존을 위하여
 
탄환이 빗발치는 죽음의 질곡을 넘어 질주하는 차량을 끝까지 추적하는 소말리아 사람들. 그들은 반군이든 정부군이든, 좌든 우든 공통의 입장을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모두 우리 땅에서 나가라!"
 

<모가디슈>에서 이 장면이 우리 관객에게는 낯설게 다가온 듯하다. 친정부든 반정부든 그들은 똑같은 하나의 목소리로 소말리아와 소말리아인을 위한 소말리아의 완전한 자치권을 주장한다. 좌우 공조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이뤄지다니?! 어쩌면 이것이 미군을 필두로 한 유엔의 다국적군이 소말리아를 완전히 철수한 배경 아닐까 생각한다.
 
왼손잡이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을 위로하는 림 대사에게 한 대사가 말한다.
 
"왼쪽만 쓴다고 하면 의심받을까 봐 양손 다 씁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이다. 하지만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정황은 전혀 새롭지 않다. 안기부와 보위부의 안내를 받으며 영원히 작별해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못내 어둡다.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 뒤를 돌아보아도 안 된다. 그것이 30년 전 남북한이 공존하는 방식이었다.
 
1991년 9월 17일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다. <모가디슈>의 공조가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30년 세월이 흘렀다. 지난 7월 27일 오전 10시 한국전쟁 정전협정 68주년 기념일에 남북한 통신 연락선이 재개통되었다. 남북공조를 통한 평화만이 남북이 공존하는 유일한 방도임을 확인하도록 인도하는 영화 <모가디슈>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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