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잔나비 정규 3집 <환상의 나라>

잔나비 정규 3집 <환상의 나라> ⓒ 페포니뮤직

 
그룹사운드 잔나비는 지난달 28일 정규 3집 앨범 <환상의 나라>를 발표하면서 이런 소개 문구를 선보였다. 

'환상의 나라로! 여전히 꿈과 희망, 사랑과 우정, 성실과 용기가 넘쳐흐르는 곳!'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면 새롭고 완벽한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를 주는 그런 소개다. 실제로 그렇다. <환상의 나라>에는 타이틀곡 '외딴섬 로맨틱'뿐 아니라 수록곡 '용맹한 발걸음이여', '비틀 파워! 등 제목만으로도 동화 같은 환상을 주는 13개의 트랙이 실렸다. 

앨범 전곡을 작사·작곡한 잔나비의 최정훈은 "재미있는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한숨에 이어간다. 타이틀곡 듣고 좋으셨다면 눈을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숨에 즐겨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전곡을 한번에 쭉 들으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타이틀곡 '외딴섬 로맨틱' 한 곡만 들어도 괜찮겠다. 왜냐하면 이 한 곡에 이미 가장 진한 환상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어느 외딴섬 로맨틱을/ 우리 꿈꾸다 떠내려 왔나/ 때마침 노을빛이 아름답더니/ 캄캄한 밤이 오더군

이대로 이대로/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노를 저으면 그 소릴 난 들을래/ 쏟아지는 달빛에/ 오 살결을 그을리고/ 먼 옛날의 뱃사람을 닮아볼래 그 사랑을"


매번 느끼지만 잔나비는 '결정적 단어'를 구사해 노랫말을 짓는 것 같다. 이번 곡에선 '뱃사람'이란 단어가 노래 전체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힘을 품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보편적인 뱃사람의 스토리가 겹쳐져서 그럴 것이다. 배를 타고 한 번 떠나면 오랫동안 연인 혹은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사람, 무사하게 돌아와 사랑하는 이와 재회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사람, 그리움과 기다림의 상징인 사람. 이것이 뱃사람이 가진 스토리다. 이 곡이 환상 속에서도 묘한 슬픔을 뿜어내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듣는 이는 뱃사람 홀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면서 노를 저어 가는 외딴섬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그 풍경이 마치 각인처럼 청자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면서 이 노래는 완성된다. 시간 배경은 밤, 장소는 외딴섬, 주인공은 뱃사람이니 이 조합이야말로 얼마나 로맨틱한 합인가. 그리고 얼마나 쓸쓸한가.
 
 잔나비 정규 3집 <환상의 나라>

잔나비 최정훈 ⓒ 페포니뮤직

 
이 곡을 작사·작곡한 최정훈은 정지용 시인의 '오월 소식' 일부를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 인용했다고 밝혔다. '오월 소식'을 찾아봤다.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중략)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로만팈을 찾어갈가나.

오월처럼, 첫여름처럼 풋풋하고 설레던 날들을 다시금 기억하게 만드는 시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외딴섬 로맨틱'이라는 제목만을 따온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데 마음 한 편 어딘가 저릿한 그런 감성까지도 따와 가사 행간에 심어놓았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외딴 섬에 한 소녀와 두 소년이 아름다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뮤비를 보면서 다시 노래를 들으니 이 곡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환상의 나라라고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은 바다 건너 피는 꽃이 아니래/ 조그만 쪽배에로/ 파도는 밑줄 긋고

먼 훗날 그 언젠가/ 돌아가자고 말하면/ 너는 웃다 고갤 끄덕여줘/ 참 아름다운 한때야/ 오 그 노래를 들려주렴/ 귓가에 피어날 사랑 노래를"


쪽배라는 단어도 참 쉽지 않은 단어다. 요즘 가요에서 마주치기 결코 쉽지 않은 단어. 잔나비만의 특유의 감성은 이렇듯 요즘 사람들에겐 낯설 만큼 오래되고 그러면서도 정다운 뉘앙스를 띤 단어들을 가사의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서 형성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잔나비의 곡은 시와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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