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계랭킹 4위의 강호 터키를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을 기대하게 됐다.  

한국의 승리 비결은 '원팀'이었다. 맏언니 김연경과 오지영부터 막내 박은진까지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똘똘 뭉쳤다.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해도 슬럼프를 겪거나 부상에 시달리던 선수들도 분전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120% 해냈다. 

이날도 주전과 교체 멤버를 가리지 않고 대표팀 선수 전원이 코트를 밟아 승리를 합작했다. 승패를 결정할 5세트 막판에는 박정아가 치명적인 서브 리시브 실수를 하고, 공격마저 상대 블로킹에 막혀 고개를 떨구자 김연경을 비롯한 모든 선수가 다가와 독려했다. 이에 힘입은 박정아는 날카로운 대각 공격을 성공하며 분위기를 살렸고, 이를 김연경이 마무리하며 준결승행으로 이어졌다.

"김연경, 별 중의 별"... 국제배구연맹도 '찬사'
 
 김연경의 도쿄올림픽 활약을 전하는 국제배구연맹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김연경의 도쿄올림픽 활약을 전하는 국제배구연맹 공식 트위터 계정 갈무리. ⓒ 국제배구연맹

 
이날도 김연경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무려 28점을 올린 산술적 활약뿐 아니라 끊임없이 동료 선수들을 일깨우고 독려하는 장면은 그가 왜 '배구 여제'인지를 보여줬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한국의 승리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또다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김연경은 하늘 위 수많은 별 중에서도 오직 하나뿐인 별이라는 것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모든 것을 이룬 김연경이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득점왕과 MVP까지 차지했지만 한국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아깝게 패하며 4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당시 일본에 당했던 패배를 고스란히 되갚아주고, 8강에서도 터키를 꺾으며 한국을 또다시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김연경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도 뛰어났다. 특히 3세트 접전 상황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이어지자 거칠게 항의했다. 비록 경고를 받았지만, 자칫 맥이 빠질 수도 있었던 선수들은 김연경을 믿고 다시 힘을 냈다.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당초 메달권 후보가 아니라는 외신의 전망을 보기 좋게 깨고 준결승까지 올랐다. 김연경은 경기 후 "올림픽 개막 전에는 누구도 우리의 준결승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준결승 그 이상, 결승에 가겠다"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내보였다. 

승부처에 더욱 빛난 박정아와 양효진

그러나 배구는 엄연히 단체 경기다. 아무리 뛰어나도 선수 한 명의 활약만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강한 상대를 꺾을 수는 없다.

이날 김연경도 박정아와 양효진의 득점 지원이 있었기에 공격 부담을 덜고, 마음 놓고 수비에 가담할 수도 있었다. 특히 박정아와 양효진은 단순히 득점의 숫자를 넘어 중요한 순간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특히 해결사로서의 활약을 자주 펼쳐 클러치 박으로 불리는 박정아는 어려운 토스도 묵묵하게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1세트에 다소 부진했으나 이날 최대 접전이었던 3세트에서도 상대의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막아 분위기를 띄웠고, 듀스 상황에서는 세트를 마무리 짓는 득점을 올렸다.

5세트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한국을 되살리는 득점을 올린 박정아는 이날 16점을 올리며 5년 전 리우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국내프로배구 최고로 꼽히는 양효진의 블로킹은 올림픽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상대가 타점 높은 공격을 자랑하는 터키였기에 양효진의 활약은 더욱 중요했다. 양효진은 이날 한국이 기록한 12개의 블로킹 중 절반인 6개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1세트를 힘없이 내준 뒤 자칫 팀이 무너질 수도 있었던 2세트에서 양효진의 블로킹은 동료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어느덧 32세의 베테랑이 된 양효진도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3년 후 열리는 파리올림픽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올림픽이기에 더욱 간절한 양효진의 활약은 그래서 더 빛났다.

터키전, 라바리니 감독 전략 통했다

공격 외에서는 대표팀을 이끄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전략을 빼놓을 수 없다. 터키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려면 상대의 리시브를 흔드는 서브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특히 주로 교체 멤버로 나서던 박은진을 이날 5세트에 선발로 투입한 것은 '신의 한 수' 였다. 10-1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박은진의 날카로운 서브에 터키의 리시브가 연속 두 차례나 그대로 한국 쪽으로 넘어왔고, 이를 김연경이 놓치지 않고 다이렉트 공격을 성공시키며 12-10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염혜선의 활약도 중요했다. 올림픽 전 주전 세터였던 이다영이 불미스러운 일로 빠진 자리에 라바리니 감독은 염혜선을 선택했다. 

염혜선은 김연경만 바라보지 않고 박정아, 김희진 등 다른 공격수는 물론이고 센터진까지 활용하는 다양한 토스를 선보이며 라바리니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불리한 판정이 나올 때면 누구보다 과감히 어필하는 등 팀 전체를 독려하는 라바리니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올림픽 준결승 진출에 큰 힘이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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