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고영표 '아쉽네' 7월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경기. 선발투수 고영표가 4회말 사구로 출루를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 [올림픽] 고영표 '아쉽네' 7월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경기. 선발투수 고영표가 4회말 사구로 출루를 허용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력을 다해 하나로 뭉친다면 넘지 못할 벽은 없다.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여정에 반드시 넘어야 할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13년 전 준결승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낸 기억을 떠올리면, 객관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4일 저녁 일본 요코하마구장에서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을 치른다. 잠수함 투수 고영표(30, KT)를 선발로 내세운 한국은 일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3, 오릭스)를 상대한다.   

야마모토는 올해 일본프로야구(NPB)에서 16경기에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점 1.82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113.2이닝 동안 삼진을 121개를 빼앗고 볼넷은 24개만 내준 특급 투수다. 16경기 가운데 13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대표팀 전력분석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SSG 이진영 타격코치는 "일본 연수 시절에 본 야마모토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보다 더 뛰어난 투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구위, 제구, 체력 모든 면에서 빼어난 투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그렇지만 낮은 변화구를 잘 걸러내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면, 예상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야마모토는 세 가지 구종을 140㎞대 중후반으로 던질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속구는 평균구속이 151.6㎞에 이르고, 경기 초반에는 157㎞까지 측정된다. 평균 152㎞에 이르는 빠른 공은 KBO리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공이다. 한국 대표팀 타자들이 야마모토가 던지는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좌-우타자 구종별 구사 비율.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좌-우타자 구종별 구사 비율. ⓒ 장강훈, SDE


속구와 조화를 이루는 구종은 평균 147㎞짜리 컷패스트볼과 144㎞짜리 스플리터다. 커터는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휘어지고, 스플리터는 속구처럼 날아들다 뚝 떨어진다. 문제는 커터와 스플리터 모두 150㎞까지 구속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124㎞대 커브, 136㎞대 슬라이더를 타자 유형과 카운트에 따라 완급조절형으로 던진다. 다섯 가지 구종을 모두 제구할 수 있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빠른 공 하나만 노리기도 애매하다.
 
완벽에 가까운 투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국리그에서도 다섯 번은 패전의 멍에를 쓴 만큼 파고들 약점이 있다. 야구 빅데이터 업체인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에 의뢰해 야마모토의 코스별, 구종별 피안타율을 살펴봤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야마모토의 투구 성향과 구종, 구속 등을 종합하면 이 코치가 밝힌 '선택과 집중'을 조금 더 과감하게 하는 것이 공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기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140㎞대 중후반의 세 가지 구종을 타자 입장에서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분모가 생긴다. 벨트선 아래로 날아드는 공은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 특히 고속 스플리터는 낙폭이 상당해, 벨트선 아래로 날아들다가 발목 높이까지 떨어진다. 속구 타이밍에 스윙을 시작하면, 여지없이 헛스윙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NPB에서 야마모토가 던진 스플리터에 우타자는 47%, 좌타자는 38%의 헛스윙율을 보였다. 피안타율이 0.101밖에 되지 않아 2스트라이크 이후 32%나 결정구로 던졌다.
 
달리 생각하면, 겨드랑이와 벨트선 사이 구간을 스트라이크존으로 설정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힘이 실린 하이패스트볼은 눈에서 가까울수록 커트하기 용이하다. 본능적으로 스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환, 최주환, 김현수, 강백호 등은 높은 공에 특히 반응이 좋은 편이다. 어깨 높이로 날아들다 떨어지는 스플리터는 벨트선 근처로 떨어진다. 타이밍이 맞으면 장타를 뽑아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커터는 속구나 스플리터 등 결정구를 던지기 위한 포석으로 구사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한쪽 코스를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도 세울 만하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구종, 코스별 피안타율 표.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구종, 코스별 피안타율 표. ⓒ 장강훈, SDE


야마모토의 코스별 피안타율을 살펴보면 좌타자 몸쪽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스플리터가 무려 5할에 이르렀다. 몸쪽 가운데는 커터가 0.667, 커브가 0.750, 속구가 0.389로 수직 상승했다. 가운데 높은 코스로는 주로 속구를 던졌는데, 피안타율이 0.357로 시즌 평균(0.259)보다 1할 가까이 많은 안타를 내줬다.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우타자 바깥쪽 길목을 잡고 높은 코스에 집중하면 난공불락의 성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낮은 쪽과 우타자 몸쪽을 과감하게 버리는 전략으로 나서면 상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는 상대가 자기 플레이를 불편하게 하도록 만드는 쪽에 승산이 있다.

한국이 난적 일본전에서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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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최고의 직업은 기사를 쓰지 않는 야구기자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야구를 보고 관계자들에게 궁금한걸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기사를 쓸 수 없는 처지가 되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야구 뿐이라 연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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