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대회인 2019 프리미어 12에서 그리던 올림픽 출전권을 딴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단은 귀국길에서 웃으며 돌아올 수 없었다. 슈퍼라운드와 결승전에서 연달아 일본을 만난 대표팀은 마운드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에도 연달아 패하며 아쉬움 속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올림픽 야구 2연패를 노리는 대한민국 앞에도 암초가 나타났다. 4일 저녁 성사된 한일전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살려야 하는 한국도, 올림픽 첫 금메달을 노리는 일본도 이번 경기를 넘어야만 금메달에 가까워진다. 그렇기에 프리미어12에서의 기억을 자꾸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의 연패(連霸)를 위해서는 2년 전 있었던 일본과의 경기에서의 연패(連敗)를 상기해야 하는 것. 2년 전 두 번의 경기를 토대로 이번 대회에서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짚었다.

세 명의 타자를 주의하라

2019 프리미어 12에서 만났던 일본 선수들 대다수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도 참전한다. 특히 타선에서의 '간판 타자'들이 그대로다. 기쿠치 료스케, 야마다 테츠토, 그리고 스즈키 세이야는 지난 대회에서도 한국에게 골탕을 먹였고, 이번 대회에서도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타자들로 꼽힌다.

일본 국가대표팀 부동의 4번 타자인 스즈키 세이야는 지난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한국을 괴롭혀왔다. 한국이 앞서나가던 1회말부터 따라가는 점수를 내며 일본의 역전승에 공을 세운 스즈키 세이야는 대회 종료 직후 프리미어 12 대회 MVP로 선정되었을 정도.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에 선발되었지만, 조별리그에서 안타가 나지 않으며 부진하던 모습을 보이던 스즈키는 미국 - 일본 전에서 그 동안의 부진을 씻어내는 홈런을 터뜨리며 살아날 채비를 하고 있다. 살아날 채비를 하는 스즈키 세이야를 막아내는 것이 한국 마운드의 임무가 되었다.

기쿠치 료스케의 경우 프리미어12의 첫 번째 한일전에서 선취점을 냈던 타자이다. 당시 선발로 나왔던 이승호를 상대로 적시타를 쳐낸 기쿠치 료스케는 한국을 상대로 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내며 대표팀을 괴롭혔다. 일본은 이 경기에서 열 점을 내며 대량 득점 경기를 펼쳤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기쿠치의 역할은 마찬가지다. 기쿠치 료스케는 도쿄 올림픽 미국 - 일본 경기에서도 경기가 뒤진 상황 한 점을 따라가는 적시타를 쳐내며 일본의 연장전 승리에 일조했다. 영양가 높은 안타를 상당수 쳐내며 상대를 괴롭히니만큼, 이번 대표팀에서도 더욱 주의해야 할 타자이다.

야마다 테츠토 역시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 대표팀의 호타준족인 야마다 테츠토는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경기 초반 양현종을 상대로 석 점짜리 홈런을 쳐냈던 바 있다. 특히 이 점수는 그대로 결승타가 되어 일본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마다의 타격 능력 역시 그대로이다. 오히려 도쿄 올림픽에서는 한 수 위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별리그 멕시코전에서 2안타 4타점을 쓸어담은 야마다는 A조 1위를 굳히는 점수를 냈다. 도쿄 올림픽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내는 야마다 테츠토를 상대로 대표팀 마운드가 조심성 있는 투구를 펼쳐야 할 필요가 보여진다.

야마모토와의 '리매치', 뚫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2019 프리미어 12에서 한일전 2연패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똑같이 일본 땅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만큼은 지난 두 번의 대전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2019 프리미어 12에서 한일전 2연패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똑같이 일본 땅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만큼은 지난 두 번의 대전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 박장식

 
이번 대회 선발 투수는 NPB 최고의 우완 에이스로 꼽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지난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처음 국제무대에 데뷔했던 야마모토는 결승전 추격을 대비하던 한국의 불씨를 꺼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8회 초, 두 점 차 상황에서 등판했던 야마모토는 이정후를 삼구 삼진, 김하성을 초구 플라이아웃,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리드오프와 중심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추격을 시도했던 한국으로서는 뼈아픈 아웃 카운트를 야마모토에 내줬던 것.

도쿄 올림픽에서도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경기에 나섰고, 한일전에서는 선발 투수로 낙점되어 경기를 치른다. 주의해야 할 것은 야마모토가 2년 전에 비해 빠른 구속을 장착하고 나섰고, 경기 운영 능력도 더욱 올라갔다는 것. 야마모토의 최고 구속은 158km/h에 달한다.

물론 야마모토와 '리매치'를 치를 이정후도 2년 전에 비해 더욱 나아졌다. 2019년 당시 키움에서 리드오프와 중심타선 사이를 오가던 이정후는 올해 키움의 완벽한 중심타선으로 거듭났다. 대표팀에서도 3번 타자를 줄곧 맡을 정도로 타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다.

다른 타자들 역시 야마모토의 강속구를 뚫어내야 한다. 일본 대표팀이 야마모토에 거는 기대는 2015년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오타니가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에 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런 상대의 바람을 깨어낼 수 있도록 대표팀 선수들이 야마모토의 투구 수를 늘리고, 끈질기게 괴롭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림픽'의 DNA, '준결승전의 기적'을 믿어라
 
 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 9회말 2사 3루 김현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 9회말 2사 3루 김현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에도 기대할만한 요소가 많다. 이번 한일전 리드오프로 나서는 박해민, 완벽에 가까운 타격으로 지난 아시안게임에서의 논란을 씻어낸 오지환, 그리고 '올림픽 DNA'를 지니고 있는 대표팀의 캡틴 김현수가 타선에서 힘을 보태줄 태세를 보이고, 마운드 위에서는 '토종 옆구리' 고영표가 일본 대표팀을 요리할 준비를 마쳤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올림픽', 그리고 '준결승에서의 한일전'이라는 한국 선수들이 분투할만한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맞물렸다. 올림픽의 한일전 상대전적은 4승 0패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을 일본을 상대로 두 번의 승리를 거뒀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두 번 물리쳤다.

특히 최근 일본과 맞붙었던 두 번의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좋은 성적을 펼쳤다.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약속의 8회' 이승엽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우승의 발판을 세웠고, 2015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상대 마운드를 뚫어내고 거둔 '기적의 9회'로 도쿄 땅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 깃든 DNA를 믿고, 자신있게 플레이를 펼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을 터. 저녁 7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이 선배 선수들, 그리고 자신들이 이뤄냈던 극적인 순간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는 것은 어떨까. 2008년에 이어 2021년의 승자가 한국 야구가 될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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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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