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고 있고 누적관객 1억 명을 돌파한 하정우는 송강호와 함께 현존하는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힌다. 특히 하정우는 단역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독립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와 드라마 <히트>로 얼굴을 알리고 2008년 <추격자>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면서 본격적으로 흥행배우로 올라선 '자수성가형 배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 하정우는 자신이 걸어온 길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하정우의 아버지가 바로 다정다감한 이미지와 변화무쌍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는 중견배우 김용건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유명한 가족의 그늘에 기대지 않고 홀로 성장한 스타들은 얼마든지 있다.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 등을 연출하며 7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조카 니콜라스 케이지도 그 중 한 명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유명 영화 감독인 삼촌의 그늘에 기대지 않기 위해 활동명까지 바꿨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배우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1997년6월에 개봉한 <콘에어>는 서울에서만 1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 1997년6월에 개봉한 <콘에어>는 서울에서만 1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연기력과 흥행력 두루 갖춘 만능배우

니콜라스 킴 코폴라가 본명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루크 케이지에서 이름을 따와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활동명을 지었다(루크 케이지는 MCU 영화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아 국내 대중들에게 썩 유명한 캐릭터는 아니다). 1984년 <버디>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케이지는 <아리조나 유괴사건>, <뱀파이어 헌터>, <광란의 사랑> 같은 초기작에서 다소 기괴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했다.

그렇게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가던 케이지는 1995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인생작을 만났다. 술에 의존하는 실직한 시나리오 작가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장에서도 술을 마시며 연기한 케이지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통해 199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케이지는 1996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에 출연해 세계적으로 3억35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리며 흥행배우로 우뚝 섰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사실 케이지가 <더 록>에서 겁 많은 생화학무기 전문가를 연기할 때만 해도 연기파 배우의 블록버스터 영화 외도 정도로 생각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케이지는 <더 록>을 계기로 블록버스터 상업배우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이는 차기작 <콘 에어>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탈모가 진행중인 알코올 중독자를 연기했던 케이지는 <콘 에어>에서 전직 최정예 특공대원을 연기하며 본격적인 액션 연기에 뛰어 들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외에도 존 쿠샥, 존 말코비치, 스티브 부세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 범죄 액션 스릴러 <콘 에어>는 세계적으로 2억24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케이지는 <더 록>을 시작으로 <콘 에어>, <페이스 오프>까지 세 편 연속으로 세계흥행 2억 달러를 돌파하며 주가를 한껏 끌어 올렸다. 실제로 <더 록> 출연 당시 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케이지의 출연료는 2년 후 <스네이크 아이즈>에 출연할 때는 1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2000년대 초반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케이지는 2004년과 2007년 <내셔널 트레저>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8억 달러가 넘는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평판은 좋지 않았지만 2007년에는 <고스트 라이더>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2010년대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50대 후반이 된 니콜라스 케이지는 <내셔널 트레저3>와 <페이스오프2>의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전역하는 날 사람 죽여 인생 꼬이는 이야기
 
 니콜라스 케이지는 <콘에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관객지향적인 배우로 변신했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콘에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관객지향적인 배우로 변신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군인이 휴가를 나오거나 전역을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겠지만 일단 집으로 가서 군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는 일이다.

최정예 특공대원 포(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하필이면 전역하는 날 아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갔다가 동네 건달들과 시비가 붙었다. 난투 도중 한 명을 죽게 만들고 일급살인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포는 모범적인 수감생활로 8년 만에 가석방을 허가 받지만 하필이면 '콘 에어'로 불리는 강력범죄 죄수 수송기에 타는 바람에 또 한 번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이 꼬인다.

<콘 에어>는 비행기를 탈취한 사이러스 그리섬(존 말코비치 분) 일당의 계략을 특공대원 출신의 포와 외부에서 포를 돕는 연방 보안관 빈스 라킨(존 쿠삭 분)이 막아내는 액션 활극이다.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악당은 물론 주인공조차도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지만 국내에서는 몇 장면이 삭제되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 결과 <콘 에어>는 서울에서만 97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준).

니콜라스 케이지가 숀 코넬리와 함께 출연했던 <더 록>에서 현장 경험이 부족한 무기전문가로 나온 것처럼 <콘 에어>에서는 존 쿠삭이 비슷한 역할을 담당했다. 초반에는 그저 혈기만 앞세우는 FM보안관이었지만 포와 본격적으로 콤비를 결성(?)한 후에는 활약이 점점 커진다. 특히 러너 착륙장에서 크레인을 통해 비행기의 이륙을 막는 장면은 오토바이 추격신과 함께 영화 전체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다. 

<콘 에어>의 엔딩 곡으로 쓰인 리앤 라임스의 OST < How Do I Live >도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69주 동안 순위권에 머물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다만 영화에서는 리앤 라임스가 아닌 트리샤 이어우드가 부른 버전이 쓰였다. <콘에어>의 OST < How Do I Live> 는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불행하게도 경쟁 상대가 셀린 디옹이 부른 <타이타닉>의 OST < My Heart Will Go On >이었다. 

살인마들이 두려워하는 살인마 갈랜드
 
 <콘에어>에서 전설의 갈인마 갈랜드를 연기한 스티브 부세미는 개성 있는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다.

<콘에어>에서 전설의 갈인마 갈랜드를 연기한 스티브 부세미는 개성 있는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포는 가석방 대상자로 중간에서 내릴 예정이었지만 포를 제외한 '콘 에어'로 수송되는 범죄자들은 모두 미 전역의 교도소에 격리 수용될 예정인 '악질' 흉악범'들이다. '살인마 빌리'로 불리는 윌리엄 데드포드는 아내의 부모, 형제를 모두 죽였고 '다이아몬드 도그' 네이던 존스는 전국총기협회 회의장을 날린 장본인이다. 납치, 강도, 살해, 금품 강탈 등 '범죄의 토털 패키지'로 불리는 사이러스 그리섬은 39살 인생에서 25년 동안 감옥에 수감된 인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악명 높은 범죄자들도 꺼려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37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괴물' 갈랜드 그린(스티브 부세미 분)이다. 마치 한니발 렉터처럼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콘 에어'에 탑승한 갈랜드는 포박을 풀어주는 것을 두고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 위험인물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순간에도 해맑게 노래를 부르고 어린 소녀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등 명성에 비하면 썩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갈랜드를 연기한 배우 스티브 부세미는 왜소한 체격에 개성 있는 얼굴, 뛰어난 연기로 90년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파고> 등 컬트 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콘 에어>를 비롯해 <아마겟돈>, <아일랜드> 등 대형 상업 영화에도 심심찮게 얼굴을 비춘다. 부세미는 픽사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도마뱀 괴물 랜달 보그스 목소리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내를 연기한 배우 모니카 포터는 모델 출신으로 <콘 에어>가 자신의 첫 메이저 영화였다. 포터는 <콘 에어> 이후 <패치 아담스>, <스파이더 게임>, <쏘우> 등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고 미드 시리즈 <페어런트 후드> 시즌1·4·5·6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2014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포터는 2017년 드라마 <위즈덤 오브 더 크라우드> 출연을 끝으로 활동이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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