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전 패전투수로 기록된 고영표 3회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 고영표도 미국의 대포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미국전 패전투수로 기록된 고영표 3회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 고영표도 미국의 대포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WBSC


말 할 필요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대표팀 타선은 1회를 빼고는 무기력했고, 마운드 역시 위태위태한 상황 속에서 한 순간에 무너졌다. 오히려 이스라엘전 6-5 승리가 의외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 중인 국가대표팀 야구가 미국에 2-4로 완패, 조2위를 확정하며 남은 일정을 힘겹게 가져가게 됐다.

그 동안 미국은 대표팀을 만날 때마다 정대현과 같은 '팔색조 사이드암'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를 의식한 듯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사이드암 고영표(kt)를 선발로 내세우면서 미국의 타선을 막아보려 했다. 초반에는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먹혀 들어가면서 미국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듯 했지만, 힘으로 밀어 붙이는 미국에 대표 두 방을 허용하면서 뼈아픈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 이대로는 동메달도 어렵다

1회 초 공격 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 가는 듯 했다. 박해민의 내야 안타에 이은 이정후의 우중간 안타, 그리고 김현수의 땅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선취점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대표팀 타선이 선발 닉 마르티네즈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면서 이렇다 할 득점 찬스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타선에서 힘을 내지 못한 만큼, 박빙의 리드를 지켜야 하는 마운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만했다.

캐나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 황당했다는 이야기도 변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나 프리미어 12에서도 나왔던 변수였기 때문이었다. 대표팀이 전원 KBO 리그 선수로 구성된 만큼, 구심의 판정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그 존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였다. 되려 미국 선수단이 그러한 점을 역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대표팀을 공략했던 점이 인상적이었을 정도였다.

이제 대표팀은 스스로 '지옥의 문'에 들어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휴식일 없이 바로 8월 1일 오후 7시에 A조 2위 도미니카와 경기를 치른 이후, 이 경기 결과에 따라 2일, 혹은 3일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해야 맥시코 vs 이스라엘전 승자와 대결을 펼칠 기회를 얻는다. 이 두 경기를 모두 잡아야 일본 vs 미국 승자와 만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조별리그 1위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대표팀에게 동메달 획득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이스라엘전을 통하여 말끔하게 경기를 끝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그 민낯이 미국전 패배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미니카가 만만한 팀도 아니다. 옛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앙헬 산체스가 여전히 좋은 구위를 선보이고 있고, 호세 바티스타, 멜키 카브레라 등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상당히 익숙한 전직 메이저리거들도 대거 포진되어 있다. A조 첫 경기 일본전에서도 9회까지 3-1 리드를 잡는 등 결코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어센시오의 블론 세이브만 아니었다면, 일본 역시 안방에서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전승 우승을 차지하는 등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상대다.

만약에 도미니카에도 패한다면, 대표팀은 패자부활전으로 몰리면서 매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하단부 사진 참조). 그나마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 대표팀 출신의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다. 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쇄신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표팀은 동메달은 커녕 빈 손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

※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 경기 일정
 
대표팀 남은 일정 도미니카를 격파해도 대표팀은 이후 연속 경기를 펼쳐야 한다.

▲ 대표팀 남은 일정 도미니카를 격파해도 대표팀은 이후 연속 경기를 펼쳐야 한다. ⓒ KBO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