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지난 30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3살 늦둥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가 찾아왔다. 아빠는 바쁜 업무 탓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엄마는 '오은영 바라기'인 딸의 강력한 요청으로 출연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엄마의 육아 고민은 금쪽이가 자신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가 심해 일상의 모든 일은 함께 하려 하는데, '엉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과연 일상 속 모습은 어떨까. 금쪽이는 엄마가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태블릿 PC를 들고 소파로 직행한 후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이를 짐작한 엄마가 전화를 걸어 원격 수업을 들으라고 설득했지만, 금쪽이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엄마가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이번에는 수신조차 거부했다. 금쪽이는 원격 수업에 접속하기 싫다고 말했다. 무슨 까닭일까. 단순한 투정일까. 

얼마 후 겨우 컴퓨터 앞에 앉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취미인 그림 그리기에 빠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수업은 뒷전이었다. 원격 수업이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졌다. 1시간 후 금쪽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오냐'고 묻더니 조금 더 일찍 오라고 보챘다. 처음에는 그런 금쪽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금쪽이가 계속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게 아닌가. 

금쪽이는 무서우니 빨리 오라고 재촉했다. 하루에 통화를 많이 할 때는 무려 160통이나 할 정도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통화 빈도에 스튜디오의 MC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육아 때문에 10년 넘게 재택 근무를 했던 엄마는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생활에 어려움을 느꼈고, 불가피하게 사무실을 얻어 출퇴근을 시작한 뒤로 금쪽이가 전화로 집착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금쪽이는 두 달째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있었다. 학기 초에는 학교도 잘 나가고 친구들도 사귀나 싶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낮과 밤의 생활이 바뀌더니 차츰 등교를 거부했다고 한다. 엄마는 워낙 금쪽이가 자신과 붙어있다보니, 금쪽이가 자는 동안만큼은 해방된 기분이라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낮에 잠을 자도 내버려뒀다고 털어놓았다. 그 때문에 방치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점심 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급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금쪽이는 태블릿 PC를 거실로 가져 나오더니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컴퓨터 모니터(원격 수업)라도 보고 있으라고 했지만, 금쪽이는 들은 체 만 체했다. 속에서 천불이 난 엄마는 주방 구석에서 금쪽이 몰래 눈물을 훔쳤다. 식탁에 앉은 금쪽이는 휴대폰을 쳐다보기 바빴다. 

금쪽이는 그토록 애타게 엄마를 찾아놓고서 막상 엄마가 나타나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엄마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쪽이를 어떻게든 공부시키려고 애썼지만, 금쪽이는 엄마의 질문과 설득에 '몰라'를 연발하며 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보고 있던 MC들은 마치 고구마 100개를 먹은 표정이 됐다. 

금쪽이는 소파에 앉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요구했다. 정형돈은 그 모습을 보고 "상전 모시는 느낌"이라며 씁쓸해했다. 굳이 엄마에게 시키는 이유가 있을까. 금쪽이는 TV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 엄마가 반드시 옆에 붙어 있기를 원했다. 춥다고 하면 이불까지 가져다 주었다. 과일까지 대령했다. 다들 어이없어 했지만, 오은영은 홀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금쪽이는 또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지난 번처럼 토할 수 있으니 소화가 되면 먹으라고 말렸다. 금쪽이는 "나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고 속상해했다. 엄마를 몸종마냥 부려먹고, 습관적 음식 섭취를 하고, 보는 사람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금쪽이의 일상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오은영은 이 모든 것이 '오해'라고 단언했다. 설명이 필요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금쪽이는 불안정 애착 중 집착형에 속했다. 식탐은 구강 감각을 이용해 불안을 진정시켰던 것이고, 물리적 배고픔이 아니라 정서적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금쪽이가 "나도 먹고 싶어서 먹는게 아니"라고 말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또 엄마를 부려먹는 건 엄마를 자신의 옆에 붙여놓으려는 의도였다. 엄마를 옆에 둠으로써 마음의 안정감을 찾으려는 행동이었다.  

마치 '분리불안'과도 같았다. 하지만 워낙 엄마가 바쁘다보니 거절 빈도가 높았다. 금쪽이는 이 방법 저 방법 써보다가 뭔가 먹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100% 응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기분 좋게 엄마를 호출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엄마와의 유일한 긍정적 상호작용이었다. 금쪽이는 엄마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걸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 때문에 끊임없이 엄마에게 무언가를 보채고 요구했던 것이다. 애착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은 걸까. 오은영은 집착형 불안정 애착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부모'를 꼽았다. 오은영의 설명에 엄마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애시당초 예민하고 까다로운 금쪽이는 어린 시절 엄마의 반응에 일관성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과연 잠들기 전의 금쪽이는 어떤 모습일까. 예상했던 대로 금쪽이는 혼자 잠들지 못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야 했다. 엄마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잔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금쪽이는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요구했다. 엄마가 덥다며 들어주지 않자 거세게 반응했다. 심지어 아기처럼 칭얼대기까지 했다.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좁은 침대로 올라가 금쪽이를 안아줬다. 

13살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금쪽이는 물을 마시고 싶다며 기어코 엄마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정작 물은 입술을 축이는 정도만 마셨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며 태블릿 PC를 찾았다. 엄마는 처음으로 '안돼!'라고 만류했지만 금쪽이도 안간힘을 썼다. 겨우 저지했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칭얼거림이 시작되더니 급기야 엄마의 팔, 손등, 가슴, 얼굴을 할퀴듯 긁는 게 아닌가. 

"엄마 무서워. 다 없어질 거 같아. 엄마 죽지 마."

금쪽이는 흐느끼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발버둥치는 듯한 손짓을 하기도 했다. 심해지는 투정에 지친 엄마는 금쪽이를 피해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금쪽이는 더욱 심하게 울어댔다. 또 한 차례 태블릿 PC를 두고 육탄전이 벌어졌다. 겨우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금쪽이가 두려움을 호소했다. "엄마 죽지 마"라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며 울먹였다. 모두에게 힘겨운 밤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를 들들 볶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금쪽이는 왜 손으로 엄마를 긁어댄 걸까. 그건 촉각을 통한 마음 진정법이었다. 어두운 밤이라 시각이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촉각을 동원했던 것이다. 긁는 행위는 금쪽이에게 이 순간이 고통스럽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고통스러울까. 우선, '밤'이 무서웠다. 

정작 목이 마르지도 않으면서 엄마에게 물을 떠오라고 시킨 까닭은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잠들면 무섭기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의 '잠'을 '죽음'과 유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쪽이의 두려움은 엄마의 죽음에서 기인했다. 금쪽이는 왜 '엄마의 죽음'이라는 공포를 갖고 있는 걸까. 오은영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금쪽이가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졸라서 한달이나 시달린 끝에 넥타이로 목을 맨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에는 너무 힘든 나머지 당장의 고통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모습을 금쪽이가 여과없이 지켜봤던 것이다. 비로소 금쪽이의 행동이 이해됐다. 마음 속에 죄책감을 갖고, 사랑하는 엄마를 볼 때마다 양가감정을 품었을 것이다. 

정형돈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자책하고 있다면 엄마를 도와주는 행동을 해야 할 텐데 어째서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궁금해 했다. 오은영은 금쪽이는 사건 이후 너무 불안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그러면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고통과 불안을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게 되기 마련인데, 모든 여력과 에너지를 거기에 다 쏟다보니 타인을 돌아보거나 이해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 설명했다. 

현재 금쪽이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공포가 기억에 각인돼 특히 밤에는 엄마가 없으면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은영이라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여겨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내 행동을 보면 오해하겠지만, 사실 나 그런 애 아니에요. 나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요'라고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었을까. 

"엄마한테 전화를 많이 하는 이유가 있어?"
"엄마가 안 올 것 같아서... 나도 안 그럴 걸 아는데 자꾸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아."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언제 가장 무섭냐는 질문에 금쪽이는 "엄마가 '죽고 싶다'고 할 때"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1년 전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진짜 죽을까봐 무서웠다며 아직도 다 생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라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끝내 오열하고 말았다. 엄마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해는 풀렸지만 여전히 금쪽이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오은영은 의학적 치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애써 피해왔던 그날의 일을 금쪽이와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오은영이 중재자가 돼주기로 했다. 엄마는 그날이 일은 금쪽이이 잘못이 아니라며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금쪽이는 그런 엄마에게 안아달라며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규칙적 일상을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오은영의 목소리를 담은 기상 알람을 듣자 금쪽이는 기적처럼 벌떡 일어났다. 원격 수업을 받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물론 여전히 딴짓을 하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속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밝은 미소로 금쪽이가 책상에 앉아 원격 수업에 참여하기로 한 노력에 대해 칭찬했다. 금쪽이 입장에서 부드럽게 대처한 것이다. 

혼날 것을 예상했던 금쪽이는 엄마의 예상밖의 반응이 놀라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다고 것을 약속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주의력을 키우기 위해 밸런스 운동을 제안했다. 흔들리는 밸런스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동작을 수행하며 주의력과 자신감을 높이는 정적감각 훈련을 통해 금쪽이는 자신이 몸을 다루는 일에 익숙해졌다. 엄마와 함께 연습도 꾸준히 해나갔다. 

또, 하나의 금쪽처방은 '나비 포옹법'이었다. 엄마가 외출할 때 불안함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양손을 나비 모양으로 교차해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하루에 160통씩 전화를 걸었던 금쪽이는 변할 수 있을까. 태블릿 PC로 오은영의 응원 메시지를 듣고 난 후 나비 포옹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전화를 하지 않고 버텨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다. 

금쪽이의 극적인 변화로 엄마의 생활도 한결 편안해졌다. 변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노력하는 게 힘들었던 나날이었지만, 이제 서로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됐기에 금쪽이와 엄마는 할 수 있다는 힘을 공유하게 됐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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