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 왓챠

 
김정일 사망 이후 권력 승계 1순위로 꼽히던 김정남이 암살됐다는 사실은 북한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여러나라를 긴장시킨 사건 중 하나로 남아있다. 한 국가의 지도층이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공항에서 대낮에 살해당했고,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 대부분은 북한으로 돌아갔거나 자취를 감췄다.
 
오는 8월 12일 개봉을 앞둔 <암살자들>은 이 사건을 과감하게 건드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다. 미국 다큐멘터리스트이자 제작자인 라이언 화이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얼핏 사건의 진실을 쫓는 추격 다큐로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에게 접근해 독성 물질을 바른 혐의로 사형 위기에 몰렸던 두 여성 용의자를 중심에 세운다.
 
영화의 화자는 감독 자신이 아닌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두 기자다. <워싱턴 포스트>의 베이징 지국장인 안나 파이필드 그리고 하디 아즈미다. 전자는 미국과 국제적 시각에서 사건을 비교적 객관화할 수 있는 화자이고, 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매체 기자로서 사건에 보다 가까이 접근해 본질을 바라보고 하는 화자다.
 
감독은 이 두 기자의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용의자로 몰린 시티와 도안을 바라봤다.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인 이 젊은 여성은 사건 발발 최초엔 북한에 포섭된 전문 암살자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북한 요원의 꾀임에 속아 '몰래 카메라' 영상을 위한 전문 배우로 일한 경우였다. 즉, 일반 시민에게 장난을 친 후 그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아 콘텐츠로 파는 일이다.
 
2017년 2월 13일, 김정남 사망 직후 이 두 여성은 2년의 기간 말레이시아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아야 했다. 살인죄가 확정되면 교수형을 면할 수 없었고 사실상 북한 요원들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미흡한 수사로 도주했기에 사건의 진실이 영영 가려질 운명이기도 했다. 영화는 재판에 활용된 CCTV 영상, 피고인의 변호사들, 경찰 수사 기록과 기자의 메모를 바탕으로 제법 꼼꼼하게 사건을 재구성했고, 두 여성이 어떻게 이용당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 왓챠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암살자들> 관련 이미지. ⓒ 왓챠

 
흔히 알려진 건 김정남 살해 후 주요 용의자가 두 여성이었다는 사실 뿐이다. 실제로 두 여성은 신경 독소를 김정남에게 묻힌 건 맞지만 본인들은 그게 예전부터 찍어온 몰래 카메라인 줄 알았다고 한다. 영화는 사형 위기 직전 돌연히 기소를 취하한 말레이시아 검찰의 모습에 주목하며, 김정은 정권이 해당 사건을 마중물 삼아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게 됐음을 잡아낸다.
 
'거대한 장기판의 말들'. 영화는 두 여성을 그렇게 표현했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큰 그림을 위해 희생당할 뻔했던 힘 없는 여성의 현실을 짚으며 영화는 폐쇄적이고 비인도적인 북한 정권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상 영화의 제목은 미끼였을 뿐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제시카 하이그레이브 프로듀서와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관객들이 제목 이면에 있는 또다른 진실을 봤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의 본질은 힘없는 여성에 대한 착취"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들의 말대로 시티와 도안 모두 각자의 고국에서 경제적 하층 계급에 속했고, 배우나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꾀임에 빠진 사례였다. 이 말은 사회적 약자라면 누구든 국제 정치와 음모에 이용당하고, 버려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작진의 의도를 면밀하게 이해하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진실이 보일 것이다.
 
한줄평: 치밀한 구성과 강렬한 메시지가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평점: ★★★★(4/5)

 
영화 <암살자들> 관련 정보

감독: 라이언 화이트 (Ryan White)
출연: 시티 아이샤, 도안 티 흐엉, 하디 아즈미, 안나 파이필드 외
상영시간: 104 분
수입 및 공동배급: ㈜더쿱
배급: ㈜왓챠
제공: kth
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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