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AKMU, 콜라보 앨범으로 컴백 AKMU(악동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오피셜 비디오 트레일러.

AKMU(악동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오피셜 비디오 트레일러. ⓒ YG엔터테인먼트


"40번 이상 듣다보니 '낙하'가 밝고 긍정적이게 느껴진다."

지난 26일 공개한 악뮤(AKMU)의 신곡 '낙하'(feat. 아이유)에 달린 댓글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감상평이다. 이 노래의 오묘함을 잘 표현한 후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낙하'를 처음 들었을 때 나 역시도 추락하는 사람의 이미지만 머리에 생생하게 그려졌던 것이다.

두 번 들어도, 세 번 들어도 똑같았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한 사람이, 그 짧은 순간에 온갖 절망과 고독을 혼자 다 짊어지고서 멀어져가는 처절한 그림이 계속 그려졌다. 그런데도 추락은 멈추지 않고 한없이 이어진다. 중독되는 선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들었을 땐, 그러나 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희망이 어스름한 새벽처럼 조금씩 밝아오는 것만 같았다. 멜로디를 즐기느라 귀 기울여 듣지 못했던 가사도 들리기 시작했다.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죄다 낭떠러지야, 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내 손을 잡으면/ 하늘을 나는 정도/ 그 이상도 느낄 수 있을 거야/ 눈 딱 감고 낙하- 하-/ 믿어 날 눈 딱 감고 낙하/ 눈 딱 감고 낙하- 하-/ 믿어 날 눈 딱 감고 낙하"

어쨌든 떨어지는 건 팩트다. 떨어지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다. 눈 딱 감고 낙하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라고 덧붙이는 화자의 속삭임 때문에 이 노래는 묘하게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다. 빤하지 않아서 좋다. 절망가면 절망가고, 희망가면 희망가인 많은 노래들 속에서 악뮤의 '낙하'는 절망 속의 희망가, 희망 속의 절망가처럼 들린다. 

넌 할 수 있으니 하늘을 날아오르라는 응원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하늘로 비상하라는 응원보다 더 위로가 된다. 눈 딱 감고 낙하하라고 종용하는데도 왠지 결국은 내가 죽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긍정적인 기운이 감도는 건 이 노래가 지닌 오묘함의 핵심이다.   
 
AKMU, 콜라보 앨범으로 컴백 AKMU(악동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오피셜 비디오 트레일러.

AKMU ⓒ YG엔터테인먼트


"만일 낙하하더라도 아래에 땅이 없다면 지구 반대편에 가서 날아오르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만든 곡이다." (찬혁)

이 곡을 작사·작곡한 악뮤 찬혁의 곡 소개를 듣고서 비로소 수수께끼는 풀렸다. 땅이 없다는 가정이 놀라웠다. 만일 땅이 없다면 추락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선 떨어짐이 아닌 날아오름으로 뒤바뀔 거라는 발상 자체가 억지스럽지 않은, 논리적인(?)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니 추락하는 것들은 모두 절망적일 거라는 나의 생각은 오해였던 거다. 우리의 추락은 어쩌면 비상일지도 모른다.  
 
"초토화된 곳이든/ 뜨거운 불구덩이든/ 말했잖아 언젠가 그런 날에/ 나는 널 떠나지 않겠다고"

내가 추락하는 순간에도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가사를 곱씹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추락한다, 비상한다 등등 내게 주어진 '상황' 자체가 절망이나 희망인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 해주는 누군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존재' 자체가 절망이나 희망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비록 추락하는 중일지라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고 그와 눈맞춤 할 수만 있다면 죽지 않을 것이다.  
 
AKMU, 콜라보 앨범으로 컴백 AKMU(악동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AKMU(악동뮤지션) 콜라보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 YG엔터테인먼트

 
댓글들을 더 찾아보니 다들 비슷하게 느낀 듯했다.

"자살하라는 가사인가 생각할 때 쯤... 하루 열 번씩 듣다 보니 한 사람을,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어졌어요. 좋은 노래 감사합니다." 

"나도 낙하하는 중이었는데... 낙하하는 건 무서운 게 아니구나."  


진정으로 강해지는 건 한 번도 추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내가 추락을 경험했으나 그런 나락에서조차 희망을 붙들어 안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지난 낙하들을 자랑스러워하며, 또한 그때 떨어지던 내 곁에서 함께 떨어져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들 덕분에 내 발 아래 땅은 사라졌고, 지금 돌이켜보니 그건 희망을 넘어선 하나의 기적이었다.
 
"Ooh show how we love/ 보여주자 웃을 준비를 끝낸 그들에게/ 아무것도 우리를 망가뜨리지 못해

눈 딱 감고 낙하- 하-/ 믿어 날 눈 딱 감고 낙하/ 셋 하면 뛰어 낙하- 하-/ 핫 둘 셋 숨 딱 참고 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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