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비난의 중심인물은 당시 군입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발탁되어 병역혜택을 받게된 유격수 오지환(LG트윈스)이었다.

당시 오지환의 성적이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가 아닌데 병역 혜택을 위해 끼워맞추기 식으로 엔트리에 포함되었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정작 아시안 게임에서도 오지환이 현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여 경기에 제대로 출장하지 못하면서 비난이 더욱 점화되었다.

결국 대회가 끝난 후 당시 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선동열 감독은 본인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팀 감독을 사퇴하게 되었다.
 
[올림픽] '신난다'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2사 만루 상황 양의지가 몸에 맞는 공으로 득점하며 승리를 거두자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올림픽] '신난다' 29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2사 만루 상황 양의지가 몸에 맞는 공으로 득점하며 승리를 거두자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오지환이 과연 대표팀에 발탁될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가장 유력한 주전 유격수 후보였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그 빈자리에 여러 명의 선수들이 거론되었다. 이미 병역 특혜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오지환을 다시 올림픽에 출전시킬 것인지 여러 추측이 오갔지만 김경문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는 오지환이라고 선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혔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야구 대표팀의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무엇보다도 투수진 중에 확실한 이닝이터가 없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선발 요원 비중을 최대한 높인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빠른 투수교체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갈 것임을 암시하였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패배를 거듭했다. 2013 WBC (네덜란드 0:5패), 2015 프리미어12 (일본 0:5패), 2017 WBC (이스라엘 1:2패), 2018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만 1:2패) 등에서 야구 대표팀은 첫 판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결국 2013, 2017 WBC에서는 예선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도쿄올림픽 B조에 속한 대한민국은 4년 전 수모를 안겨준 이스라엘과 리턴매치를 펼쳤다. 양팀 합계 6방의 홈런이 나오는 대접전 끝에 대한민국은 연장 10회말 양의지가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결승점을 따내면서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올렸다.

이스라엘은 홈런으로만 5점을 뽑아내면서 대한민국 투수진을 괴롭혔는데 10회말 상대 투수 제레미 블리치의 제구 난조에 힘입어 행운의 여신을 대한민국 편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 1차전의 주요 키워드를 살펴본다.
 
[올림픽] '역전'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7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오지환이 역전 2루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 [올림픽] '역전'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 7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오지환이 역전 2루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경기를 지배한 오지배

오지환(LG)이 없었다면 이기기 힘든 승부였을만큼 오지환이 자신의 별명(오지배)대로 경기를 지배했다. 3회초 호투하던 선발 원태인(삼성)이 메이저리그 출신의 강타자 이안 킨슬러한테 선제 투런홈런을 빼앗기며 0-2로 끌려갔다. 선취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승부에서 대한민국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4회말 2사 1루에서 오지환이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경기의 흐름을 빠른 시간 내에 되돌릴 수 있었다. 오지환은 4-2로 끌려다니던 7회말 이정후, 김현수의 연속 홈런포로 동점을 만든 이후 2사 2루의 상황에서 경기 개시 후 처음으로 리드를 가져오는 역전 2루타를 터뜨린다.

수비에서도 오지환은 폭넓은 수비범위를 선보이면 내야진의 안정을 가져왔다.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얕은 결승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나 상대의 호수비에 아쉽게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오지환은 고비 때마다 중요한 타점을 쓸어 담고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치면서 3년 전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난의 목소리를 찬사의 목소리로 바꿀 준비를 마쳤다. 

2.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

선발투수 원태인은 1회초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상대 타순이 한바퀴를 돈 3회 이안 킨슬러에게 변화구로 승부를 걸다가 선제 투런 홈런을 허용한다. 우려했던 선발 투수진의 빈약한 높이에 대한 걱정이 다시 스며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김경문 감독은 4회부터 또 다른 선발요원 최원준(두산)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상대 타선을 효율적으로 봉쇄한다.

그러나 호투하던 최원준도 상대 타선이 한 바퀴를 돈 직후에 라이언 라바웨이에게 투런 홈런을 내준다. 김경문 감독은 4-2로 끌려다니던 7회부터 마무리 요원 조상우를 조기에 투입하면서 상대 타선에게 더 이상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표팀 구원 투수들 중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지닌 조상우는 7회와 8회 이스라엘 타선을 완벽히 잠재우면서 경기 후반 흐름을 돌려 놓는 데 성공한다.

상대 타선이 투수진에 익숙해지기 전에 발빠른 투수교체로 약점을 최소화한 코칭스태프의 투수진 운용이 돋보였다.

3. 돌부처의 결자해지

5-4로 리드하던 9회초,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돌부처 오승환(삼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기대대로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으나 6회 투런 홈런을 친 라바웨이에게 홈런을 내주면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다. 오승환은 홈런을 내준 순간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승부욕을 드러냈다.

연장 10회초 마운드에 다시 오른 오승환은 무사 1, 2루의 승부치기 상황에서 상대의 보내기번트 작전을 봉쇄하고 세 타자를 묵직한 돌직구를 앞세워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특히 메이저리그 강타자 출신 이안 킨슬러를 상대로 몸쪽 꽉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팀 내 최고참 돌부처의 결자해지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미국과의 1차전에서 김경문호는 치열한 타격전 끝에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면서 9연승 신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진의 이닝 소화 능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첫 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강백호가 컨디션을 빨리 회복한다면 한층 상대 투수진을 공격적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출발을 알린 김경문호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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