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윤석은 분명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33년 연기 경력에서 그는 빛나는 영웅이기 보단 소시민의 깊은 감정과 고뇌를 표현하길 즐겼다. 코로나 팬데믹 2년 차, 조심스럽게 극장 개봉을 결정한 <모가디슈> 또한 그 연장선이었다. 

1990년 대 남북 유엔 동시가입을 앞두고 벌어진 숨은 이야기. 영화 <모가디슈>는 당시만 해도 냉전 양상이던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현실을 뒤로하고 소말리아 모가디슈 내전에서 서로 협력해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배우 김윤석은 대한민국 대사 한신성 역을 맡았고, 허준호가 북한 대사 림용수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한신성 대사의 성격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윤석은 분명한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영웅의 이야기였다면 매력이 덜했을 것"이라며 그는 "완전 비무장 상태에서 살벌한 내전 상황을 벗어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운을 뗐다.

"한신성 대사가 능구렁이처럼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고, 결정을 번복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마지막엔 인간의 도리를 한다. 대사관 모든 식구가 평범한 사람들인데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초인적 힘을 발휘할 때가 있잖나. 그런 면에서 한신성이 관객분들에게 공감받는 캐릭터이길 원했다. 모자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비범해지는 그 과정이 참 소중하지 않나.

솔직히 시나리오를 보고 불가능한 프로젝트라 생각했다. (여행 금지국인) 소말리아가 아닌 모로코 에사우이라라는 곳에서 촬영해야 했는데 반경 5km가 넘는 범위까지 세트를 만들어야 했다. 모로코 사람들이 흑인계열이 아니라 캐스팅도 문제였다. 무모한 거 아니냐고 류승완 감독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몇 달에 걸쳐 그게 이뤄지더라. 그 제작 시스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의 말대로 영화는 소말리아 현지에서 촬영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꼼꼼한 고증과 준비 과정을 거쳤다. 소말리아 건축 양식이 남아 있는 모로코 카사블랑카, 라바트, 에사우이라를 오가며 촬영장을 마련했고, 아프리카와 유럽 각국의 흑인 배우들을 오디션으로 뽑아 두세 번의 통역을 거듭하며 소통했다고 한다. 제작진의 끈기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4개월 내내 모로코에 머물며 소통한 덕에 배우와 스태프들은 끈끈한 우정 같은 게 생겼다. 언론 시사회에서 김윤석이 가슴이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붉힌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해외 로케이션을 4개월간 한다는 건 함께 생활한다는 뜻이다. 다들 공동작업 경험이 많아 서로 배려했다. 그렇게 뭉쳐진 게 아닌가 싶다. 조인성씨는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꼭 작업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만나니 겉멋을 부리지 않는 담백한 사람이더라. 해가 질 때면 배우들이 숙소에서 다들 나와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정말 그립다. 다들 한국에서 전기 냄비를 챙겨왔던데 그게 참 재밌더라(웃음). 현지에서 라면은 어떻게든 끓여먹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수준 더욱 올라가야"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신성 대사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 ⓒ 롯데엔터테인먼트

 
내적으로 행복했던 경험일지라도 작품 자체의 주제가 남북의 협력, 화해 메시지를 일정 부분 담았다는 점에서 <모가디슈>가 젊은 관객층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이에 김윤석은 "남북의 화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생존"이라며 말을 이었다. 

"전쟁통에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두 공동체가 함께 생존법을 찾는 과정이다. 각국의 입장이나 정치적 판단은 중요하지 않게 되겠지.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 외에 남북 문제는 그 다음 순서일 것이다. 하루아침에 서로 얼싸안지 않잖나. 영화 후반부에 이들의 모습을 본 관객분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참 궁금하다.

결국은 사람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면이 극적이고 격렬하게 보일지라도 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얼굴이 중요하지. 배우들이 현장에 좀 일찍 도착해서 피부를 좀 태우기도 했고, 땀을 표현하기 위해 글리세린과 물을 섞어 바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 잘 표현됐다면 참 다행이지."


<모가디슈>로 김윤석은 독단과 아집이 얼마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배우와 함께 장편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한 김윤석은 "귀를 열고 주위 조언을 응용해 좋은 선택을 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영화를 만들 때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그런 면에서 류승완 감독은 부러울 정도로 탄탄하고 열린 사람"이라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경 촬영을 마치고, 4차 대유행 중인 올해 여름 개봉하기까지 김윤석 또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서 여러 감회가 들 법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1년 반 넘게 갈 줄 생각했겠나. 이 시국에 개봉하는 게 용감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 관객분들에게 좋은 영화라는 평을 받고 싶다. 요즘 OTT나 여러 메커니즘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극장은 반드시 정상화 되고, 광장에도 다시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극장의 가치를 오히려 이런 시대에 절감하지 않을까. OTT든 극장이든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영화와 드라마의 수준이 더욱 올라가야 한다. 앞으로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김윤석 모가디슈 조인성 김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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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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