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의 유니타드 착용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독일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의 유니타드 착용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이 작지만 큰 반란을 일으켰다.

원피스 수영복처럼 상체만 가리는 레오타드(leotard)를 입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남자 선수들처럼 발목 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유니타드(unitard)를 입고 나온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유니타드를 입은 선수들은 독일팀이 유일하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은 여자 기계체조 선수의 유니타드 착용을 허용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고난도 연기를 선보이는 데 편하고, 미적 감각을 더 강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레오타드를 입어온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독일팀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하체를 드러내는 레오타드가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을 성적화(sexualization) 대상으로 만들었고, 결국 지난 2018년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나사르 스캔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체조 대표팀 겸 미시간주립대 체조팀 주치의였던 나사르는 선수들을 치료하는 척하며 무려  30년간 150여 명의 선수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징역 175년형을 선고 받았다(관련 기사 : 30년간 체조선수 성폭행한 미 대표팀 주치의, '175년형 선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4관왕에 오른 미국 여자 기계체조의 '보물'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긴 이 사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고, 미국체조협회 회장과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고 미시간주립대는 피해자들에게 5억 달러(약 5760억 원)를 배상했다.

"무엇을 입든, 우리 스스로 선택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독일팀의 엘리자베스 세이츠는 "유니타드를 입고 나서기까지 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있었지만, 동료 선수들과 함께 큰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여성이 무엇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사라 보시도 "여자 기계체조는 18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이 주로 출전하기 때문에 생리를 시작하거나 사춘기가 되면 하체가 드러나는 레오타드를 입는 것이 꺼려질 수도 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우리를 보고 용기를 내서 유니타드를 입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독일체조협회는 성명을 내고 "우리의 목표는 선수들이 불편을 겪지 않으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선수들도 잇달아 환영하고 나섰다. 바일스는 "스스로 가장 편한 옷을 입겠다는 독일팀의 결정을 지지한다"라며 "유니타드 혹은 레오타드를 입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자메이카의 여자 기계체조 선수 다누시아 프란시스도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도 여자 선수가 유니타드를 입어도 되는지 몰랐다"면서 "독일팀이 입고 나온 유니타드가 더 많은 여성을 스포츠의 세계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모래사장, 수영장에서도... 반란은 계속된다 
 
 국제수영연맹의 '아프로 스타일' 수영모 금지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

국제수영연맹의 '아프로 스타일' 수영모 금지 논란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 ⓒ BBC

 
스포츠의 복장 관행을 향한 도전은 다른 종목에서도 이어졌다.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도 비키니 하의 대신 남자 선수처럼 반바지를 입고 나섰다. 이들은 앞서 열린 유럽대회에서 비키니 하의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올림픽에서도 반바지를 입기로 했다.

노르웨이 핸드볼 협회도 "선수들이 스스로 편하게 느끼는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유니폼에 관한 새로운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선수들을 옹호했다.  

수영에서도 흑인 선수들이 특유의 둥근 곱슬머리에 적합한 '아프로 스타일' 수영모를 착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흑인 여성의 경우 기존의 수영모로는 머리가 다 가려지지 않아 머리카락이 손상되기 쉽고, 경기력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수영연맹(FINA)이 "특정 선수의 경기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국제대회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 흑인 선수들은 인종차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의회까지 나서 평등과 다양성의 원칙에 반한다며 비판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FINA는 "다시 검토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영국의 수영 코치 토니 크로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FINA의 결정은 오해와 무지를 보여준다"라며 "가뜩이나 많은 장벽에 가로막힌 흑인 수영선수들 앞에 또 다른 장벽을 세웠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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