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목이 25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남자 67㎏급 결선에서 바벨을 들고 있다.

한명목이 25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역도 남자 67㎏급 결선에서 바벨을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3개의 지상파 방송 채널이 모두 루마니아와의 축구 중계에 열을 올렸던 주말 늦은 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역도선수의 땀방울이 빛났다. 메달과는 1kg 차이를 남겨 스포츠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지만, 그가 써낸 새로운 가능성에는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27일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역도 67kg급 결선. 국내 매스컴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외로운 경기'에 태극마크를 단 한명목(경남도청)이 출전했다. 한명목은 인상에서 147kg, 용상에서 174kg의 바벨을 들어올리며 합계 321kg을 번쩍 들어올렸다.

한명목이 들어올렸던 무게는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어쩌면 '깜짝 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명목이 용상에서 세 번의 시기를 모두 마친 뒤 올림픽 신기록이 두 번이나 갈아치워졌다. 결국 한명목은 4위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3위와는 1kg 차이였다.

'베테랑의 품격', 개인 최고 기록 갈아치웠다

한국 나이 서른의 베테랑 한명목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일곱 명의 역도 선수단 중 유일하게 앞선 올림픽 경험이 있었다. 한명목은 5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62kg급에 출전해 도합 280kg을 들며 9위에 올랐다. 당시 한명목 선수는 허리 부상의 여파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달랐다. 무리한 도전보다는 차근차근 바벨의 무게를 높이는 도전을 이어갔다. 한면목은 바닥에서부터 멈춤 없이 한 번에 바벨을 들어올리는 인상에서 첫 시기 142kg을 들어올렸다. 이어 2차 시기 147kg에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마지막 3차 시도에서 149kg를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콜롬비아의 루이스 모스케라, 파키스탄의 타리브 탈하에 이어 인상 3위에 오른 한명목은 가슴팍을 한 번 거쳐 바벨을 들어올리는 용상에서 도전을 이어갔다. 첫 시도에서 167kg의 바벨을 번쩍 들어올린 한명목 선수는 2차 시기 자신의 몸무게 세 배에 가까운 174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하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명목은 3차 시기 다시 선택한 174kg의 무게를 다시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메달권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경기를 끝냈다. 도합 321kg. 세계연맹이 체급을 개편한 이후 나선 올림픽에서 한명목이 개인 최고 기록을 써낸 것이다. 경기를 미리 마친 한명목은 초조하게 다른 선수의 경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앞선 인상에서 151kg을 들었던 루이스 모스케라가 한명목의 순위를 한 계단 밀어냈다. 모스케라는 180kg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하며 합계 331kg, 올림픽 신기록을 써냈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였던 우크라이나의 에르가셰프가 용상 2,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하며 '메달권' 순위를 지켜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인상에서 한명목에게 밀렸던 이탈리아의 자니 밀코가 용상 1, 2차 시기의 실패를 딛고 3차 시기에서 177kg를 기록하며 322kg을 기록하며 한명목을 3위로 밀어냈다.

이어 용상 1차 시기에서 175kg을 들었던 중국의 첸리쥔이 2차 시기에서 187kg를 신청했다. 12kg 차를 한 번에 뒤집으려는 도박이었다. 2, 3차 시기에서 그가 연달아 실패하면 한명목에 메달이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첸리쥔은 들어올리며 332kg의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결국 한명목은 최종 순위 4위로 올림픽을 마쳤다.

이런 기록 '무중계'? 너무했던 방송 3사

메달의 유무와 상관 없이 한명목의 도전은 모두에게 박수받기 충분했다. 런던 올림픽에서의 장미란의 은메달, 리우 올림픽에서 윤진희(경북개발공사)가 따낸 동메달에 이어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 역도의 연속 메달을 도전한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네티즌들 역시 그런 한명목의 도전을 응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명목 선수의 도전을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같은 시간 KBS1에서는 뉴스를 방송하고 있었고, KBS2, MBC, SBS는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루마니아와의 예선전을 중계하고 있었기 때문. KBS와 MBC가 공식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중계에서도 역도의 이름은 없었다.

더욱이 한명목의 도전과 같은 시간 열렸던 태권도 간판 이대훈의 은퇴경기 역시 어떤 전파를 타지 못한 채 방송 3사의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그런 탓에 '메달을 눈앞에 둔 선수의 경기를 TV로 못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SNS와 포털사이트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직접 실행에 나선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의 선수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계를 볼 수 있는 '해적방송'이나 해외 방송사의 중계 링크를 공유하기까지 했다. 선수들의 친지들 역시 SNS를 통해 한명목 선수의 해외 중계를 공유했는데, 공유된 중계마다 수천 명의 네티즌들이 몰리기까지 했다.

문제는 당초 방송통신위원회가 중복 중계로 인한 시청권 권익 침해를 우려해 방송 3사에 올림픽 종목을 순차 방송하라는 권유를 내렸음에도 이러한 패턴이 이어진 것. 비인기 종목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올림픽임을 감안하면, 향후 방송통신위원회가 보편적인 중계권을 지키도록 하게끔 하는 강제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이 드러났다.

한편 한명목 선수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 올림픽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명목 선수는 1kg의 차이로 메달이 무산된 것이 아쉬워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는 한국 팬들의 응원 가운데에서 그가 좋은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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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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