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의 선택은 결국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과의 동행이었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손흥민과의 4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기존에 토트넘과 2023년 6월까지 계약되어있었던 손흥민은 이로서 2025년까지 동행을 연장하게했다.

풋볼 인사이더 등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기존 계약에서 손흥민은 주급 14만 파운드(약 2억 2,000만 원)로 에이스 해리 케인(20만 파운드·약 3억 1600만 원) 과 탕귀 은돔벨레(16만 파운드·2억 5000만 원)에 이어 3위였으나, 이번 계약 갱신으로  20만 파운드(약 3억 1600만 원)를 손에 넣으며 케인과 함께 팀 내 최고 주급자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통틀어서도 톱 레벨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한 차례 재계약을 거치며 280경기에 출전해 107골 64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골 10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하는 올해의 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은 이번이 세 번째로 계약기간을 모두 마치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만 무려 10년을 보내게 된다. 20205년에 손흥민의 나이가 어느덧 33세가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계약에 가깝다.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이번 계약의 의미는 선수로서의 가치가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대형계약의 기회였다는 데 있다. 향후 선수로서의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된 환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리그 적응을 완료하고 최고의 대우와 주전으로서의 위상이 보장된 현 소속팀에서 안정적으로 축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팬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우승 가능성'이었다.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우승기록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이적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팀동료 해리 케인이 토트넘을 떠나려고 하는 것도 우승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손흥민의 재계약 여부와 별개로 토트넘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 시즌 우승청부사 주제 무리뉴 감독(AS로마)체제에서 유로파리그와 카라바오컵 등에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무관에 그쳤고 무리뉴 감독은 시즌 중반 경질당했다. 토트넘은 비시즌간 후임 감독을 선임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야 누누 에스피리토 산투 감독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누누 감독은 FC포르투(포르투갈)-발렌시아(스페인)-울버햄튼(잉글랜드) 등 여러 유명 구단들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우승 경력과는 거리가 멀었고 능력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지도자다. 토트넘은 전통적으로 우승보다는 수익성과 효율을 더 강조하는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카일 워커-키어런 트리피어-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손흥민의 옛 팀동료였으나 토트넘을 떠난 이후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선수들이 적지않다. 케인도 여전히 이적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만일 케인마저 이적한다면 토트넘의 우승 도전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손흥민도 지난 몇 년간 레알 마드리드-바이에른 뮌헨-리버풀 등 유럽의 여러 명문 빅클럽들과 이적설이 연결되었지만 구체적으로 협상이 진전되었던 경우는 없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의구심을 제기할 정도로 손흥민은 리그 톱레벨의 선수치고는 명문구단들의 관심 자체가 매우 적은 편이었다.

만일 손흥민이 병역혜택을 받는 시기가 조금 더 빨랐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손흥민은 유망주 시절이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못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로 차출이 불발됐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나섰으나 팀이 8강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손흥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야 간신히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을 해결할수 있었다.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과 이미 연장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이때만 해도 손흥민이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럽무대에서의 선수생활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토트넘 입장에선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구단은 병역혜택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시즌중 아시안게임 차출까지 허락했다.

결국 기대대로 손흥민은 병역혜택을 얻으며 유럽에서의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되었고 주가는 이후 더 폭등했다, 일찌감치 손흥민의 미래 가치를 감안하여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장기계약으로 묶어둔 토트넘의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었다.

만일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하지 않았다면 이는 곧 토트넘보다 위상이 더 높은 구단이나 우승 가능성이 확실히 높은 빅클럽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손흥민의 가치를 감안할 때 유럽 상위 5대 리그를 기준으로 매년 우승에 도전하며 챔피언스리그에도 꾸준히 출전할 수 있을 정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빅클럽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손흥민도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이 됐다. 기량만으로 봤을 때 손흥민은 이제 유럽의 어떤 빅클럽에 가더라도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은 없어보인다. 다만 손흥민의 나이나 전성기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빅클럽 진출을 모색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미 조금 늦은감이 있었다.

유럽 5대리그의 우승권 강팀들은 대부분 손흥민의 동포지션에서 그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어린 연령대(살라-마네-음바페-네이마르-아자르-그나브리-스털링 등등)의 검증된 대형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어린 유망주들을 찾는데 주목하고 있다. 비유럽권 아시아 선수인 손흥민은 영국과 독일을 제외하고 다른 리그에서는 다시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는 문제나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제한 규정 등도 고려해야했다.

리그의 위상이나 인기로 따져도 현재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고 있으며, 토트넘의 연고지인 런던은 생활환경이 편리한 대도시다. 이미 충분히 적응이 끝난 손흥민이 새로운 리그나 팀으로 이적하려면 그에 걸맞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소수의 강팀들이 오래 장기집권하고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독일 리그의 경우 설사 강팀으로 가서 우승트로피를 얻는다고 해도 큰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어려모로 손흥민이 토트넘과의 재계약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현실적인 결정이었다.

우승이 선수의 커리어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손흥민은 비록 차범근이나 박지성같이 우승경력은 아직 없지만,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럽축구 역사상 최고의 아시아 선수'라는 반열에 올랐다.손흥민이 그 과정에서 구단을 '신흥 명문'으로 이끄는데 기여한 레전드로 남는다면 오히려 우승트로피 1~2개보다도 더 인상적인 업적으로 축구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서 뭐라하든 손흥민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어느덧 커리어 후반기에 접어든 손흥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중 '토트넘 레전드'로서의 명예롭게 남긴 길을 선택했다. 많은 팬들도 손흥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충분히 손흥민만의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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