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영화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름 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모가디슈>의 등장이 우선 반갑다. 지난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국내 블록버스터 개봉이 대거 미뤄졌고, 올해 또한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며 또다시 이들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중재로 극장 측이 총제작비 50%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매출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한 일종의 지원책이 나름 효과를 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기로 한 <모가디슈>는 그래서 작품 내외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크게 줄어든 절대 관객 수를 유인할 수 있을지 여부와 작품 내적으론 관객들이 보고 실망하지 않을 정도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당시 파견돼 있던 한국 외교관과 북한 외교관의 협력 탈출기. <모가디슈>를 짧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왜 이제 와 30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지, 또 남북한의 협력과 화해 메시지가 지금의 관객에게 과연 먹힐지 여부가 성패의 관건이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김윤석, 조인성, 구교환, 정만식, 김소진, 김재화, 박경혜 등이 각각 남한과 북한 대사와 사무원을 연기했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와 유사한 환경인 모로코의 한 작은 마을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할 정도로 영화적 규모 또한 크다. 

그간 시원한 액션, 사회적 풍자로 독창성을 인정받아 온 류승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초중반 각각 깊은 갈등의 골을 지닌 채 서로를 경계하는 남한과 북한 측 외에도 주변 캐릭터의 사연을 덧대서 상황적 필연성을 끌어낸다. 부패한 소말리아 정권과 반기를 든 시민과 반군, UN 가입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소말리아에서 수년을 버틴 각 인물들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응축된 에너지를 후반부에 각종 카체이싱으로 풀어내는 격이다. 당시 관련 기록을 대부분 파기하거나 내전으로 인해 파괴된 상태기에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쉽지 않은 사안인데 감독의 무리 없는 상상력으로 역사의 빈틈을 잘 채워 넣은 느낌이다. 한창 민주화 항쟁이 일어난 직후의 대한민국 상황과 1980년대까지 동아시아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북한의 상황 사이를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각종 소품과 인물의 대사로 처리한다.

전작 <군함도> 때 애국심 마케팅, 그리고 다소 지적이 과했지만 식민 사관의 영향을 받았다는 비판이 크게 남은 걸까. <모가디슈>는 <군함도> 때와 비슷한 '탈출'이라는 소재를 십분 다르게 활용했다. 애초에 <모가디슈>의 최초 제목이 탈출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작품의 본질을 새삼 파악할 수 있다.

영화엔 사실 여러 층위의 정서가 한 데 섞여 있다. 인류애적 관점에서 위기에 처한 상대를 마땅히 도와야 한다는 보편적 상식과 함께 냉전의 시대를 관통하며 서로 적대시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아픔, 부모와 달리 아직은 냉전체제에 포섭되지 않아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그렇다. 타국에서 벌어진 내전의 비극과 분단의 현실이 묘하게 얽혀서 담담하지만 동시에 뭉클한 어떤 감정을 끌어내기도 한다.

<모가디슈>는 철 지난 애국심 강조나 남북한 화합이 아닌 사람이라면 마땅히 응해야 할 인도적 따뜻함에 가깝다. 가슴 절절한 신파를 기대했다면 미리 접는 게 좋다.  어쩌면 류승완 감독도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몇 가지 특기를 두고, 새로운 모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올해가 남북 UN 동시 가입 30주년이다. 긴 분단의 역사를 함께 한 북한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 영화를 통해 일말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영화는 일반 상영 외에도 아이맥스와 4DX, 스크린X, 돌비 애트모스 등 특별관 상영에 맞는 버전으로도 공개된다. TV 화면에선 체감할 수 없는 여러 효과와 촬영물이 담긴 만큼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할 것을 권한다.

한줄평: 어설픈 화합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인류애
평점: ★★★☆(3.5/5)

 
영화 <모가디슈> 관련 정보

감독: 류승완
영제: Escape from Mogadishu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덱스터 스튜디오,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1년 7월 28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