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게임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말로 답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일은 남은 두 게임도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나간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문제점을 찾기 위해 뉴질랜드를 상대하며 잘못한 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플레이 하나하나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22일(목) 오후 5시 이바라키에 있는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B조 뉴질랜드와의 첫 게임을 0-1로 패하고 말았다.

헛발질도 문제, 멘탈도 문제

적잖은 축구인들은 이번 조편성 결과가 나왔을 때 B조 1위 후보로 서슴없이 한국을 꼽을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유럽 예선을 통과한 루마니아 정도만 한국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온두라스와 뉴질랜드는 우리가 방심만 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상대로 본 것이다.

개막식 전이었지만 다른 종목보다 조금 일찍 뚜껑이 열리니 올림픽 본선 게임이 주는 부담감은 더 크게 다가왔고 쉽게 봤던 뉴질랜드는 5-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수비벽을 높게 쌓았다. 한국은 전체 볼 점유율을 63%로 유지하며 12개의 슛을 날렸지만 정작 뉴질랜드 골문 안쪽으로 날아간 유효슛은 단 2개밖에 찍어내지 못했다. 반면에 뉴질랜드는 한국을 상대로 2개의 슛 기록 중 1개를 천금의 결승골로 만들어냈다. 축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정과 결과가 종종 이렇게 나타난다.

뉴질랜드는 70분에 묘한 상황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더 조 벨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그렇게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우리 수비수 정태욱의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공이 뉴질랜드의 골잡이 크리스 우드 앞에 떨어졌고 그는 손쉽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차 넣었다. 그런데 2부심의 깃발이 높이 올라가 오프 사이드를 알렸다. 하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는 온 사이드 판정으로, 바로 이것이 결승골로 찍혔다.

이에 마음 급하게 된 한국 벤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동현 대신 정승원을 78분에 들여보냈고, 87분에는 왼쪽 풀백 강윤성 대신 박지수를 들여보내 키다리 센터백 정태욱을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는 공격 전술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태욱 머리에서 떨어진 세컨드 볼을 소유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리스 우드를 제외한 뉴질랜드 필드 플레이어 아홉 명이 두 줄로 늘어서 촘촘하게 수비벽을 쌓는 바람에 웬만해서 슛 기회를 잡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것이다.

뉴질랜드가 수비벽을 높고 촘촘하게 세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었는데 우리 선수들은 실점 이전에도 이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아무리 겹수비를 펼쳐도 두 차례 이상 그 틈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잡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22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에게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발리슛 기회가 찾아왔지만 허무하게도 헛발질이 나왔다. 전반전 끝무렵에도 권창훈은 왼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받아 터닝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골문 안쪽으로 날리지 못했다. 

41분에 오른쪽 크로스로 만든 황의조의 노마크 스탠딩 헤더 슛은 상대 골키퍼 미첼 우드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고, 후반전 교체 선수들의 활약으로 67분에 선취골 기회를 잡기도 했다. 이동준의 컷 백 크로스를 받아 이동경이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을 낮게 깔아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제대로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골키퍼 대신 뉴질랜드 간판 수비수 윈스턴 리드의 커버 플레이에 공이 멈추고 말았다.

결국 우리 선수들은 16.6%밖에 안 되는 유효슛 기록(2/12개)만 안고 그라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빅토르 고메스(남아공)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고 결승골 주인공 크리스 우드가 이동경에게 악수를 요청했지만 화가 치밀어오른 표정의 이동경은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장면을 포함하여 우리 선수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화를 자주 냈다. 위험하게 보이는 상대 선수의 태클이 나와도 고메스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약속했던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루마니아 수비벽도 높은데...

같은 장소에서 이어 벌어진 B조 루마니아와 온두라스의 게임도 1-0으로 끝났다. 전반전 추가 시간 루마니아의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플레이 메이커 안드레이 치오바누가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코너킥이 온두라스 오른쪽 풀백 엘빈 올리바의 머리를 스치며 자책골로 들어간 것이다.

온두라스는 이 흐름을 뒤집기 위해 체격 조건 좋은 골잡이 벤구체를 앞세워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루마니아의 겹수비를 끝내 허물지 못했다. 후반전 교체 선수 호세 레예스의 왼발 중거리슛도 위력적이었지만 루마니아 골키퍼 마리안 아이오아니의 슈퍼 세이브와 수비수들의 온몸 내던지기가 인상적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의 다음 게임 상대 팀 루마니아도 뉴질랜드처럼 다섯 명의 수비 라인이 견고한 팀이다. 주장 완장을 찬 '마리우스 마린'이 백 스리의 중심에 서서 과감한 리베로 역할을 해내기도 하지만 왼쪽에 '알렉산드루 파스카누'와 오른쪽에 '비르질 기타'를 두고 탄탄한 수비벽을 세운다. 양쪽 윙백 '플로린 스테판, 안드레이 라티우'는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백 스리 동료들과 어울려 언제든지 다섯 명의 수비 라인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등번호 10번을 단 가운데 미드필더 안드레이 치오바누가 플레이 메이커로서 빌드 업 중심에 서며 원 톱 게오르기 가네아는 드리블, 연계 플레이, 슛에 이르기까지 재능이 뛰어난 공격수다. 55분부터 교체 선수로 뛴 안토니오 세페르는 빈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난 슈퍼 서브로서 온두라스와의 이 게임 루마니아의 유일한 유효슛 기록을 남긴 요주의 인물이라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는 일요일(25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루마니아를 만나야 할 한국 선수들은 뉴질랜드만큼이나 끈질긴 수비 전술을 갖추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좀 더 정확하고 빠른 공격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쉽게 흥분하지 않는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허공을 쳐다보며 분풀이를 내뱉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파트너가 될 동료를 찾아서 평소에 연습했던 패턴에 대해 짧은 의견이라도 주고받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결과
(22일 오후 5시 / 8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

한국 0-1 뉴질랜드 [득점 : 크리스 우드(70분)]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권창훈(58분↔송민규), 이강인(58분↔이동준), 엄원상(58분↔이동경)
DMF : 원두재, 김동현(78분↔정승원)
DF : 강윤성(87분↔박지수), 정태욱, 이상민, 이유현
GK : 송범근

루마니아 1-0 온두라스 [득점 : 엘빈 올리바(45+1분,자책골)]

루마니아 선수들
FW : 게오르기 가네아(68분↔안드레이 신테안)
MF : 플로린 스테판(46분↔라두 보보크), 알렉산드루 도브레, 발렌틴 게오르게(55분↔안토니오 세페르), 안드레이 치오바누(69분↔투도르 발루타), 마르코 둘카, 안드레이 라티우(74분↔리카르도 그리고레)
DF : 알렉산드루 파스카누, 마리우스 마린, 비르질 기타
GK : 마리안 아이오아니
- 경고 : 알렉산드루 도브레(44분), 마르코 둘카(71분), 안드레이 신테안(82분)

온두라스 선수들
FW : 호르헤 벤구체, 더글라스 마르티네스
MF : 에드윈 로드리게스(57분↔호세 레예스), 호르헤 알바레스, 카를로스 피네다, 리고베르토 리바스(57분↔루이스 팔마)
DF : 웨슬리 데카스, 호세 가르시아, 데닐 말도나도(88분↔카를로스 멜렌데스), 엘빈 올리바(88분↔크리스토퍼 멜렌데스)
GK : 알렉스 귀티(46분↔미카엘 페레요)
- 경고 : 엘빈 올리바(26분), 호르헤 알바레스(48분)

◇ 남자축구 B조 한국 일정
☆ 한국 - 루마니아(7월 25일 오후 8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
☆ 한국 - 온두라스(7월 28일 오후 5시 30분, 요코하마 스타디움)

올림픽 본선 B조 현재 순위
1 루마니아 3점 1승 1득점 0실점 +1
1 뉴질랜드 3점 1승 1득점 0실점 +1
3 한국 0점 1패 0득점 1실점 -1
3 온두라스 0점 1패 0득점 1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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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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