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호리한 선수들만이 메달을 따왔던 동양 레슬링계에 한 선수가 파란을 일으켰다. 2018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처음 관심을 받은 이 선수는 조만간 있을 도쿄 올림픽에서 최중량급 선수로는 첫 번째 메달을 노린다. 세계 레슬링에서는 보기 힘든 '최중량급 동양 선수'의 반란이다.

대한민국, 나아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중량급' 레슬링 선수 김민석(울산 남구청). 레슬링 대표팀의 코로나19 감염 탓에 이번 도쿄 올림픽으로 향하는 선수단은 베테랑 류한수와 김민석 단둘뿐이지만, 김민석 선수는 강력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서양 선수들을 이겨내고 포디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으로 인해 최중량급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후배 선수들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는 김민석 선수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진천 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을 마치고, 도쿄로 출국하기 전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던 김민석 선수를 지난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잡지 못했던 연습 경기... 메달 따고 많이 했었죠"
  
 레슬링 대표팀 김민석

레슬링 대표팀 김민석 ⓒ 연합뉴스

 
27일 출국을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막바지 훈련에 돌입한 김민석 선수. 당시 "선수들 대부분이 도쿄로 가서, 선수촌에 사람들이 많이 빠진 상황"이라 전한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가벼운 기술 보강이나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는 것을 위주로 훈련하고 있다. 컨디션 조절도 함께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민석 선수의 프로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3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최중량급 메달을 따냈다는 것. '금아'의 구역이었던 최중량급 레슬링에서 써낸 대기록은 당시 국내외에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김민석 선수에게도 자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3년 전에 메달을 따고 나니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어요. 상위 클래스 선수들을 많이 꺾어가면서 이겼다 보니 일주일 동안 너무 기뻤어요. 집에서도 시합 동영상만 돌려보고, 메달만 어루만지고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선수들의 태도. 세계선수권에서의 메달을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이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먼저 인사를 하러 다가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메달 따기 전에는 성사시키기 어려웠던 연습 경기도 메달을 딴 이후로 많이 잡히곤 했다"는 것이 김민석 선수의 설명이다.

그런 결과에 힘입어 2019년 때에는 여러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세계 랭킹이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듬해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2등까지 기록하는 등 컨디션도 좋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다시 점검을 해야 했다. 김민석 선수는 "근력이나 힘 부분이 3년 전에 비해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김민석 선수는 외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빠떼루(선수가 소극적으로 플레이할 때 내려지는 벌칙. 엎드린 선수 위에 상대 선수가 등 뒤에서 공격을 한다 - 기자 말) 공격을 들어가는 데에 성공을 거둔 것이 성과라며, "2020년부터 외부 시합에서 빠떼루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출전권 앞두고 온 발가락 통풍 극복... "버텨줘 고마웠다"
 
김민석 선수가 지난 4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예선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도 어쩌면 극복의 과정이었다. 카자흐스탄에 출국하자마자 온 발가락 통풍을 극복하고, 세계 랭킹이 자신보다 높은 선수를 꺾어내며 얻어낸 티켓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대회였기에 운동도 열심히 했고, 마음먹고 '올림픽 나가보자'라는 마음으로 출국을 했는데, 카자흐스탄에 가자마자 발가락 통풍이 왔다. 너무나도 강한 통증 탓에 침대에만 일주일 동안 누워 있어서 연습을 하나도 못 하다 경기를 뛰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발을 찌르는 심한 통증 탓에 연습은커녕 대회를 뛰는 것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경기에 임하다 보니 아픔이 싹 씻은 듯 나았단다.

"그런데 한 판, 두 판, 세 판씩을 이기게 되니, 더 이상 무어라 할 것이 없을 정도의 기분이 되더라고요.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아픔이 싹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특히 저보다 세계 랭킹이 높은 나빈 쿠마르를 꺾고 올림픽 티켓을 땄을 때에는 발가락에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어요."

올림픽 출전권을 딴 이상, 통풍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김민석은 휴식을 위해 예선 대회 결승전을 기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와 동료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소식을 접했다. 선수들의 멘토였던 '큰 형' 김현우 선수도 코로나19 탓에 올림픽 티켓을 얻어내지 못했다.

김민석 선수는 "현우 형은 물론, 다른 선수들도 진짜 좋은 선수들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에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나 혼자 코로나 감염을 피해서 더욱 아쉬웠다. 형들은 '넌 진짜 럭키 가이네, 다행이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워낙 도와준 감독이나 코치님들도 많이 걸리셔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탓에 이번 올림픽에 함께 하는 사람은 그레코로만형 67㎏ 급의 류한수(삼성생명)가 유일하다. 김민석 선수는 "현수 형은 참 멋있는 형이다. 대학교 선배고, 대표팀도 함께 많이 나가다 보니 형에게 배우는 점이 많다.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동기 부여도 해주셔서 서로 의지가 많이 된다"며 웃었다.

물론 두 명의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는 것을 두고 위기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김민석 선수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위기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김민석 선수는 "현수 형과 함께 둘이서 함께 메달을 쥐게 된다면 다들 놀라실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임한다"고 전했다.

"최중량급 선수, 서양 애들에게 안 된다는 생각 깨야죠"

사실 국내에서 '레슬링'하면 가볍고 몸 좋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모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메달리스트들 역시 모두 경량급 선수였다. 하지만 김민석은 그런 이미지, 나아가 '동양 선수들은 최중량급에서 못한다'라는 이미지를 직접 깨고 있다. 그는 "비슷할 길을 걷는 어린 선수들에게 '내가 먼저 길을 뚫고 있다'라는 것이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서, '레슬링 판'에서도 중량급 선수들은 서양 아이들에게 안 된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2018년부터 내가 직접 그 틀을 깨고 있다"고 자부했다.

"사실 해외 시합 같은 곳에 후배 아이들이 나가면 외국 선수들한테 지레 겁을 먹곤 해요. 그러면 제가 '우리가 쟤네들보다 더 잘 먹는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곤 하거든요. 형인 제가 메달을 따 오면 최중량급에서 고생하고 있는 후배 선수들이 저로 인해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올림픽에서 통할 김민석만의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시합에 나가면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정신력만큼은 통할 것 같다. 경기를 편안하게 임하되, 이기고 있을 때는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말. 오히려 패배하고 있을 때 정신력을 바탕으로 역전을 한 적도 많다고. 정신력 외에도 그의 강점은 경기 운영 능력에 있단다. 김민석 선수는 "포인트를 뺏기지 않고, 한번 가져간 경기는 역전 없이 끌고 가는 능력도 좋다. 서양 선수들이 얕보고 들어왔다가 점수를 먼저 뺏기면 기세를 가져가지 못한다. 그래서 포인트를 먼저 내는 것에 훈련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상에 계신 아버지께 메달 목에 걸어드리고 싶습니다"

김민석 선수가 메달을 딴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메달 소식을 전하고 싶을까. 그는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목에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김민석 선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운동을 처음 해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고 추억했다.

그렇게 체육중학교로 간 김민석 선수는 처음엔 유도로 시작했다. 유도 초심자였던 그에게 어느 날 레슬링 감독이 '영입 요청'을 했단다. '매일 오면 소고기를 사주겠다'는 말과 함께였다. 도복에서 레슬링 수트로 옷을 갈아입었을 때에도 아버지는 변함없이 지원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도 키가 173cm에 100kg 가까이 나갔어요. 운동이나 체육을 워낙 좋아했고, 학교에서 운동 관련된 것을 한다고 하면 가장 편먹고 싶은 친구로 제가 꼽히곤 했죠. 그런데 공부 체질은 전혀 아니었어요. 그러니 아버지께서 운동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께서 지원을 워낙 많이 해주셨고, 쓰러지시기 전에도 시합장마다 오셔서 꼭 옆에서 응원을 해주러 오셨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기고 있을 때 상대가 역전하려고 하면 '지켜보시는 아버지를 위해 꼭 메달을 걸어드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버틴 일도 많았죠. 이번 올림픽 때도 아버지를 위해 꼭 버텨서 메달을 따내고 싶어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김민석 선수는 "레슬링이 재미없으시다고들 이야기를 하신다. 레슬링은 이기는 것이 가장 재미있으니 만큼, 지지 않는 경기로 끌어가서 꼭 목표인 메달을 이뤄내 레슬링에 대한 이미지를 당당하게 바꿔보겠다.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회를 옆 나라로 가서, 시차 적응을 안 해도 되니 더욱 편하다"는 김민석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김민석 선수는 "도쿄 올림픽이 나에게 첫 올림픽이지만,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한다"고 다짐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꿈의 무대입니다. 은퇴할 때까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이 무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더욱 간절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쿄에서는 더욱 마음 놓고 한 번 시원하게 싸우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2020 도쿄 올림픽 레슬링 한국 대표팀에는 김민석 선수와 류한수 선수가 출전한다. 이 중 김민석 선수는 그레코로만 최중량급인 130kg 급에 나선다. 김민석 선수는 8월 1일 11시부터 지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펼쳐지는 최중량급 대회에서 올림픽 사상 첫 아시아 선수의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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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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