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에서 밍 역을 맡은 나릴랴 군몽콘켓

영화 <랑종>에서 밍 역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켓 ⓒ 쇼박스

 
한국형 스릴러, 공포 장르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나홍진 감독이 태국의 공포영화 명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손잡았다. 나 감독은 제작자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연출자로 말이다. 둘 다 자국에서 장르 영화에 일가견이 있기에 영화팬들 사이에선 궁금증이 컸고, 그 결과물인 <랑종>이 지난 14일 한국에 먼저 개봉해 흥행 중에 있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태국 아산 지역 무당의 삶과 무속신앙을 담으러 간 촬영팀이 청마을 청년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빙의 현상을 담으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태국 특유의 습한 공기와 더불어, 금기로 치부되는 식인, 근친상간과 카니발리즘 등이 묘사되어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발랄함과 무거움 사이

스크린 안에선 광기 어린 모습을 마음껏 발산한 나릴야 군몽콘켓은 실제로는 20대 초반의 발랄한 성격이었다. 2015년, 15세의 나이로 광고 촬영을 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직 스타가 아닌 신선한 배우를 찾던 반종 감독과 나홍진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랑종> 출연이 성사됐다.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온라인으로 만난 나릴랴 군몽콘켓은 "아직 완성된 결과물을 극장에서 못 봤는데 SNS에 올라오는 한국 관객분들 반응에 기분이 좋다"며 활짝 미소부터 보였다. 구체적인 대사가 주어지지 않은 채 각종 어려운 장면을 소화해야 했고, 촬영 후반부엔 체중을 10kg 이상 감량한 강행군을 거친 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오디션에 참가해달라고 연락을 받았다. 보니까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았는데 도전해보고 싶었다. 오디션장에서 악령에 빙의된 직후 몸동작과 행동, 그리고 평소 발랄한 청년 밍을 연기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웃음). 사실 이런 형식의 시나리오는 처음이었다. 자세한 대사는 없었고 각 시퀀스와 캐릭터별로 여러 내용이 써있더라. 감독님과 엄청 얘길 많이 했다. 감독님은 참고 자료도 엄청 많이 주셨는데 동서양에서 귀신 들린 사람들의 영상을 주시기도 했다."
 
 영화 <랑종> 장면

영화 <랑종> 장면 ⓒ ㈜쇼박스

 
공유된 자료를 공부하며 그는 영화 촬영지를 미리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관찰한 사연도 전했다. "시골 마을이기에 말투나 표정 등을 보면서 거기에 익숙해지려고 했다"며 나릴야 군몽콘켓은 "(<곡성> 등에 참여한) 박재인 안무가가 보내신 영상을 보면서 토론도 했다. 밍이 할 수 있을 법한 움직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기 열정 가득하다"

관건은 표현 수위였다. 반종 감독과 나홍진 프로듀서가 격하게 토론할 정도로 밍의 행동과 영화에 등장하는 몇 가지 표현 수위가 배우에게도 부담이 될 법했다. 이에 나릴야는 "쉽지 않은 역할인 것은 맞다"며 말을 이었다.

"체중도 많이 뺐는데 현장에서 워낙 감독님과 동료 배우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즐겁게 촬영했다. 전문 영양사 분도 계셨고 심리치료사도 현장에 계셨다. 워낙 그때 열정적으로 집중하느라 연기하면서 무섭다든가 힘들다든가 하는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이 영화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수위 문제도 촬영 전에 감독님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해갔다. 영화에 나오는 건 모두 협의해서 결정된 것들이다. 영화 자체는 공포 장르지만 현장만큼은 정말 즐거웠다."

의외인 것은 정작 나릴야 본인은 공포 장르나 스릴러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흥행한 공포영화는 알음알음 보는데 제가 겁쟁이라 일부러 공포영화를 찾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태국 사람들은 불교를 믿는다. 불교가 있기 전부터 무속신앙은 존재해왔고, 구전돼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속신앙을 섬기는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그런 귀신의 존재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정도다. 제 또래 20대, 10대들도 무당, 혼령, 무속인의 저주 등을 믿는 일이 많다. 제가 사실 권선징악을 믿는 편이다. 살면서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밍의 가족도 개고기를 팔잖나. 태국에선 개고기 판매가 불법이다. 그래서 밍이 벌을 받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 막 영화계에 발을 디딘 나릴야 군몽콘켓은 나름의 포부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K-pop도 듣는 등 한국 연예계에 관심 많았다"며 그는 "미래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향후 1년, 2년 안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계획을 밝혔다.  
 
 영화 <랑종>에서 밍 역을 맡은 나릴랴 군몽콘켓

영화 <랑종>에서 밍 역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켓 ⓒ 쇼박스

 
랑종 나릴야 군몽콘켓 나홍진 태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