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는 수많은 종목들이 존재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인기스포츠인 단체구기 종목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여자농구의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 여자핸드볼의 1988서울-1992 바르셀로나 대회 2연패와 우생순 신화, 야구대표팀의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축구대표팀의 2012 런던 대회 동메달 등 빛나는 역사들은 국민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5년 전에 열린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한국 스포츠사에 아픈 기억을 남겼다. 한국은 리우 대회에서 남자 축구와 여자 하키·핸드볼·배구까지 4개 종목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으나 전원 노메달에 그쳤다. 여자 하키와 핸드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남자축구와 여자배구는 각각 8강전에서 탈락했다. 한국이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무려 44년 만이었다.

대한민국 구기종목의 메달 행진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가 동메달을 따면서 시작됐다. 1984년 LA에서는 여자농구와 핸드볼이 은메달을 따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여자 핸드볼이 구기종목 사상 최초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여자하키와 남자 핸드볼도 은메달을 더했다. 특히 여자핸드볼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연패를 차지했으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여자하키와 함께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했다.

2000년 시드니에서는 남자하키가 은메달, 야구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04년 아테네에서는 여자핸드볼이 또다시 은메달을 수확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자 단체 구기종목 최초로 야구가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핸드볼이 동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에서 남자 축구가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것이 현재까지 한국의 올림픽 구기종목 마지막 메달이다.

황의조, 이강인, 박지수... 메달 획득 기대감 높은 남자축구
 
웃으며 훈련하는 이강인과 박지수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 이강인(왼쪽)과 와일드카드 박지수가 함께 웃으며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에 속한 대표팀은 22일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대회 1차전을 치른다.

▲ 웃으며 훈련하는 이강인과 박지수 19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앤틀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 이강인(왼쪽)과 와일드카드 박지수가 함께 웃으며 훈련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에 속한 대표팀은 22일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대회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구기종목의 선전은 슈퍼스타들의 탄생과 함께 프로스포츠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또한 비인기 종목들도 올림픽을 통하여 효자종목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모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얻는 기회가 됐다.

5년 만에 야구, 남자축구, 여자배구와 여자농구, 여자핸드볼, 남자럭비까지 총 6개 종목이 태극마크를 달고 명예회복에 도전한다. 특히 메달로 가는 문턱에서 개최국이자 전통의 라이벌인 일본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많아서, 빅이벤트인 '한일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로서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다고 기대되는 것은 남자축구다. 한국 남자축구의 올림픽 최고성적은 2012 런던 대회 동메달 한 차례가 유일하지만, 올림픽 본선에만 11회 출전이자 1988년 서울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무려 9회 연속으로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웠을 만큼 올림픽무대에서는 어엿한 강호다.

2018년부터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온 김학범 감독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AFC U-23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내친김에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다. 대표팀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일궜던 황금세대들이 올림픽팀에서 주축으로 성장했고. 와일드카드로 A대표팀 출신의 황의조와 권창훈, 박지수까지 합류하며 더욱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조별리그에서 뉴질랜드(22일), 루마니아(25일), 온두라스(28일)와 B조에 편성되어 역대 최고의 조편성을 받았다는 평가도 메달권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역대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중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불리는 여자 핸드볼도 설욕을 꿈꾼다. 여자핸드볼은 역대 올림픽무대에서 역대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고 줄곧 4강 이상의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대회에서 3·4위전에서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데 이어, 2016 리우대회에서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자팀은 이번 도쿄올림픽 출전을 통하여 남녀 핸드볼은 물론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총 12개국이 출전하는 핸드볼에서 개최국 일본을 비롯해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앙골라와 A조에서 경쟁한다. 6개국 중 4위 안에 들어야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김연경 올림픽 메달 꿈 이룰까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 김연경 선수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야구는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정식종목에 다시 포함되면서 한국은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정상 수성에 나선다. 베이징에서 9전 전승 신화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았다. 또한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수와 강민호, 오승환도 이번 대표팀에 승선했고, 현재 KBO 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양의지, 한국 야구의 미래로 기대되는 이정후, 강백호 등이 합류했다.

하지만 야구대표팀을 바라는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박민우와 한현희가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낙마했다. 김경문 감독의 선수발탁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개최국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이스라엘 등 상대국들의 전력이 막강한 반면,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김하성 등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여 올림픽에 합류하지 못한 정상급 선수들의 공백이 부각되며 2008년 대회보다 전력이나 기대감이 모두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자배구는 '슈퍼스타' 김연경(상하이)의 마지막 메달 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자배구는 지난 2012년 런던대회에서 깜짝 4강의 돌풍을 일으켰으나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패해 동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하지만 김연경은 엄청난 활약으로 4위팀임에도 MVP까지 올랐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김연경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로와 대표팀에 걸쳐 배구선수로서 거의 모든 영광을 다 누려본 김연경이지만 올림픽 메달은 풀지 못 한 숙제와 같다. 김연경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 한국 여자배구로서도 당분간 이번이 메달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또다른 주축이던 이다영-이재영 자매가 학폭 논란에 휘말려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8강에 그쳤던 지난 리우 대회보다 오히려 더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한국은 개최국 일본,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세르비아, 케냐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조 4위까지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가운데 최소 2승 이상은 거둬야 조별리그 통과가 가능하다.

여자농구는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13년 만에 본선무대를 밟았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전주원 감독이 여자농구 사상 최초이자, 단체 구기종목을 통틀어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끈 세라 머리(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다는 상징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림픽 여자농구는 12개국이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한 뒤 각 조 상위 2개 팀이 8강에 직행하고, 3개 조 3위팀 중 성적이 좋은 2개 팀이 나머지 8강행 티켓을 가져간다. FIBA랭킹 19위의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와 함께 A조에 속해있다. 1승과 8강 진출이 현실적인 목표지만 경쟁국들의 수준이 높아서 쉽지 않다. 지난 시즌 WKBL(한국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이자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서도 활약중인 간판 박지수를 중심으로 강이슬, 김단비 등의 활약상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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