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의 투쟁을 다뤘지만 이 영화 조금은 다른 지점이 있었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일상의 단면을 드러냈고, 보통 사람들의 변화 과정을 쌓아나갔다. 주인공은 딸 아이의 결혼을 앞둔 한 중년 여성이었다. 영화 <갈매기>의 언론 시사가 열린 19일 서울 용산CGV에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자신들의 소신을 한껏 드러냈다.
 
영화는 시장 골목에서 생선을 팔며 자식을 키워 온 오복(정애화)이 뜻하지 않게 동료 상인에게 폭행당하며 내면적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단편 <혐오가족> <혀> 등을 연출한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이며, 지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미조 감독은 "대학원 실습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던 중 한 해수욕장에서 엄마의 영상을 찍은 적 있는데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며 "그러다 어느 한강변에서 한 중년 여성을 바짝 쫓아가는 남자를 보고 공포스러움을 느꼈는데 엄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생각하다 이번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처음엔 딸의 시점이었는데 친언니이자 배우인 김가빈과 가족의 도움으로 중년 여성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경우였다. 김 감독은 "노량진 구시장과 신시장 갈등이 시나리오 쓸 때부터 크게 다가왔고, 친한 사람들이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변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서지현 검사 미투 사건을 되짚으며 영화에 적용했고, 대한항공 사건 등도 참고했다"고 말을 이었다.
 
"서지현 검사도 처음에 사과를 원했는데 그게 묵살되면서 사건이 점점 커지고 드러나더라. 영화 속 오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이 충격이었다. 그분의 아내께서 남편은 성폭력을 한 게 아닌 불륜을 한 거라 말했는데 그게 기이하게 다가왔다. 성폭력이든 불륜이든 모두 정의가 아니잖나. 그런 모습을 시장 상인에 투영하려 했다."
 
이어 김미조 감독은 "성폭력 피해자라고 해서 영화에 그걸 묘사하지 말자는 게 원칙이었다"며 "오복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집중하는 게 아닌 오복이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무서운 건 제대로 밝히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영화 <갈매기>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오복 역의 정애화는 "사실 처음엔 오복에 공감이 안 갔는데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보니 하나씩 이야기가 넘어가는 면에 재밌더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떠나 재밌겠다 싶어 함께 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오복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그는 "우리 때 부모님은 가부장적이었기에 (불의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작품 속 실제 제 모습이라면 아마 내 탓을 하며 조용히 살아갔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인인 두 딸을 둔 엄마라는 지점에서 정애화는 "사실 스스로도 내 엄마를 안 닮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어느새 닮아 있더라"며 "이번 작품을 할 때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 욕하며 살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오복을 통해 저 또한 많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큰딸 인애 역의 고서희는 "옛말에 첫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 있는데 되게 이상한 말인 것 같다"며 "감독님이 쓰신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라 연기하는 데에 부담일 수 있는데 정말 잘 쓰신 것 같다"고 소감부터 전했다. 이어 그는 "오복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아마 관객분들은 응원할 것"이라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강한 전사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일상을 살면서 서서히 전사의 모습을 갖게 된다. 이런 게 정말 전사다운 모습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인애 친동생 지애 역의 김가빈은 "오복의 최종 선택이 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이 딸만 넷인 집안인데 부모님이 항상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아닌 건 아니라고 정확하게 얘길해야 한다고 교육하셨다"며 "사실 오복의 행동은 특이한 게 아닌 당연한 건데 사람들은 그걸 용기 있다고들 표현한다. 모든 여성이 용기 있게 자기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가장 무서운 건 제대로 밝히지 않고 덮어버리는 것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미조 감독은 <갈매기>라는 제목을 두고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장편을 찍으면 무조건 제목을 그걸로 하려고 했다"며 "한편으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음에도 육지에 발붙이고 살아야 하는 갈매기의 모습이 오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갈매기>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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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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