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23일 개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일본 국민들 83%가량이 올림픽 취소·재연기를 요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일본 도쿄는 확진자 폭증으로 긴급 사태를 발령했다. 그런데도 일본 스가 정부와 IOC는 올림픽을 강행했다. 팬데믹 속에 치르는 올림픽,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코로나 속에 열리는 올림픽은 무엇이 달라지는지 듣기 위해 지난 17일 스포츠 평론가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최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도쿄 긴급사태 속 올림픽 개최, 정치적"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 최동호 제공

 
- 코로나로 인해 논란 많았던 도쿄올림픽 개막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결국 개막을 하지만 일본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긴급사태를 발령했고 올림픽은 무관중으로 열리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우선 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올림픽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코로나가 창궐하는데 굳이 올림픽을 열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일본과 IOC는 올림픽을 놓지 못하고 있죠. 왜 그럴까요? 올림픽은 본질적으로 스포츠가 아니고 정치이고 경제라는 겁니다.

스가 정권은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정권에 대한 지지를 높이고 또 올림픽을 통해서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은 정치적 욕망이 강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올림픽을 취소하면 노무라연구소가 추산한 바로 18조 8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거든요. 그래서 올림픽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거죠.

올림픽을 포기하면 IOC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일본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인데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호전되면 유관중 경기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거나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서 희생해 달라'고 말한 거나 '선수촌에서 일하는 일본 국민이 감염될 확률은 0%'라고 언급한 것은 IOC의 실체를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IOC는 올림픽 주식회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 그럼 지금 올림픽 강행, 하려는 게 IOC와 일본 정부 중 어디가 더 강할까요?
"IOC로서는 올림픽을 절대 포기할 수 없죠. IOC는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생존이 가능한 단체입니다. 올림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올림픽 주식회사라고 비유하는 겁니다. 일본의 경우도 일본 국민의 83%가량이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림픽을 붙잡고 있는 실체는 일본 국민이 아니라 일본의 집권여당, 정치인이라고 봐야 되겠죠."

- 지금 일본에서 올림픽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올림픽 관계자 중에 양성 판정 받은 확진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죠. 긴급사태 발령하고 아무리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올림픽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건데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봐요. 왜냐면 지금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막 시작되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이것은 올림픽 기간 동안 확진자가 폭증할 수도 있다는 얘기죠.

만약 올림픽 기간 동안 확진자가 급증하고 선수촌이나 올림픽 관계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폭증한다면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될 거라고 봅니다. 때문에 올림픽을 앞둔 지금 올림픽 관계자 중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것이 어쩌면 올림픽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4차 대유행을 경고하는 일종의 시그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올림픽 기간 동안에 폭증한다고 한다면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아무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될 거라고 본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개막식은 예정대로 열리지만, 폐막식은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다고 보세요?
"예상치 못한 대유행으로 올림픽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폐막식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올림픽이 중도에 중지되지 않는 한 폐막식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 만약 코로나 폭증으로 인해 올림픽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되나요?
"올림픽이 도중에 중지된다는 것은 역사상으로 이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입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되겠죠. 일단 도쿄 올림픽 자체가 기록으로 인정될 수 있느냐나 또 메달을 딴 선수들의 기록이 인정될 수 있느냐 등이죠. 올림픽 중단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아마 매뉴얼이나 미리 준비된 대책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

- 그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IOC나 일본 정부는 대비해야하지 않나요?
"개최국 일본이나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고 있어야 되겠죠. 하지만 일본 정부나 IOC가 과연 올림픽 중단이라는 상상 이상의 가능성을 미리 상정하고 준비하고 있을까란 의문이 듭니다."

- 그런 대비가 없다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요?
"저는 솔직히 올림픽 중단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IOC나 조직위원회를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제 상상력으로도 올림픽 중단을 가정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상하지 못하면 당연히 준비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겠죠. 그런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일본의 감염전문가 중에서 올림픽을 중단을 경고하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그럼 지금부터 올림픽 중단은 상상 가능의 영역이 된 건데요. 지금부턴 준비해야 되겠죠."

"코로나 상황 속, 멘탈 중요성 훨씬 커져"
 
도쿄올림픽 개막 D-5 도쿄올림픽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온 18일 오전 올림픽 축구. 럭비, 근대5종 경기 등이 열릴 일본 도쿄스타디움의 관중석 모습.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부분의 올림픽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 도쿄올림픽 개막 D-5 도쿄올림픽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온 18일 오전 올림픽 축구. 럭비, 근대5종 경기 등이 열릴 일본 도쿄스타디움의 관중석 모습.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부분의 올림픽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 연합뉴스

 
- 도쿄 말고도 후쿠시마 등에서 올림픽이 열리잖아요. 긴급사태가 발령 안 된 지역 관중은 어떻게 되나요?
"도쿄올림픽은 도쿄도를 포함해 9개 광역 자치단체에서 개최됩니다. 도쿄도를 포함해서 사이타마, 가나가와, 홋카이도, 후쿠시마현 등 6개 광역자치단체에선 무관중 경기고요. 미야기, 이라바키, 시즈오카, 3개 현에선 수용 규모 기준 50%, 최대 1만 명 입장입니다. 올림픽 전체 경기의 96%가 무관중 경기로 열리게 되는데요. 조직위원회가 일본 국내에 판매된 티켓 363만 장을 환불해 줘야 됩니다. 환불에 들어가는 비용만 9400억 원이고요. 이미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발생한 손실도 있고 여기에 또 티켓 환불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조직위원회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게 된 상황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 심리도 위축돼 있을 것 같거든요. 선수들의 심리적 위축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도쿄올림픽은 역대 가장 이변이 많은 올림픽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국제대회가 취소됐습니다. 선수 입장에선 실전경험을 잃어버린 거고요. 현재는 선수촌이 완전 통제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선수촌, 경기장, 훈련장만 출입이 허용되고요. 시내 구경도 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갑갑하겠죠. 그래서 멘탈이 훨씬 중요해진 거죠.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환경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이것을 뒤집어 얘기하면 도쿄올림픽에선 멘탈 강한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이번에는 메달도 안 걸어주고 자기가 걸어야 한다면서요?
"올림픽 시상식이 셀프 시상식이 돼버렸습니다. 시상대에 선 선수들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요. 메달 수여자가 메달을 목에 걸어 주는 게 아니라 쟁반에 받혀진 메달을 스스로 자기 목에 거는 겁니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올림픽을 보게 되는 거죠. 메달 걸어주고 활짝 웃고 두 팔 높이 치켜들고 포옹하고 눈물 흘리는 등이 다 감동이고 스포츠적 감성이죠. 그러나 이런 장면이 다 사라지게 됐으니 도쿄올림픽 시상식은 굉장히 기계적이고 적막한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 일본의 방역 상태는 어떤가요?
"일본에 입국하기 위해선 96시간, 72시간 전에 음성판정을 받아야 하고요. 입국 후엔 세 번의 음성판정을 받아야 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입국절차만 4시간 걸린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긴급사태라는 건 방역시스템을 최대한으로 가동한다는 뜻인데 긴급사태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 올림픽 도중 선수 중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경기는 어떻게 되나요?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는 격리조치 됩니다. 경기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확진으로 인해 경기에 불참하게 되면 차순위 선수, 예를 들면 예선 16위 선수가 불참하게 되면 17위 선수가 16강전에 참가하게 된 겁니다.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경기에 불참할 경우에는 은메달이 수여 됩니다. 선수들 스스로도 안전을 지키는 개인 방역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단체 종목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단체종목도 확진자가 발생해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FIFA는 올림픽 엔트리를 18명에서 22명으로 늘렸습니다. 확진자 발생으로 경기가 어려워질 상황에 대비해 엔트리를 늘린 겁니다. 만약 한 팀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경기 참여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죠. 최악의 경우지만 축구는 조별리그 3경기, 8강전, 4강전, 결승전입니다. 금메달까지 6경기를 치르는데요. 이 중에 만약 2경기 이상을 확진자로 인해 경기 불능인 팀을 만나 부전승을 거둔다면 과연 어떻게 평가될까란 생각도 듭니다."

- 출전 선수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그걸 숨길 가능성은 없나요? 메달 획득을 위해 숨기고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요. 코로나 검사 기록이 다 보관되겠죠."

- 올림픽은 외교적인 면에서도 중요하잖아요, 그러나 지금 보면 외국 정상이 참석 안 할 것 같은데 이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올림픽 개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는 다양하죠. 올림픽을 정상외교의 장이라고도 하죠. 때문에 세계 각국의 정상이 몇 명이나 참석하느냐는 성공적인 개최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개막식에 참석하는 정상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뿐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겠지만 정상 외교의 장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도쿄올림픽은 실패한 올림픽이 될 것 같습니다."

 - 올림픽에서 관전 포인트 짚어주세요.
"도쿄올림픽은 경기보다도 코로나19 이슈가 더 관심을 받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과연 안전하게 별 탈 없이 올림픽을 마칠 수 있느냐는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보고요. 우리 입장에선 금메달 7개에서 10개 이상으로 목표한 5회 연속 톱10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한데요. 톱10을 달성하고 야구가 결승전 또 축구가 4강 이상 올라가면 어느 날 갑자기 올림픽 붐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올림픽 전체로 보면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대결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올림픽에서도 G2 경쟁이 치열해졌죠. 중국은 선수 431명을 포함해 777명의 대규모 선수단이고요. 미국은 선수만 613명을 파견합니다. 중국과 미국 모두 해외 원정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입니다. 금메달 기준 순위로는 2008년 베이징에서 중국 1위, 미국이 2위였고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모두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였습니다. 아직까진 미국이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도전이 워낙 만만치 않아서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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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주 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최동로 도쿄올림픽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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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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