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사상 첫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가운데,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야구대표팀에도 그 파장이 미치고 있다.

소속팀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과 술자리를 가지며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2루수 박민우(NC 다이노스)와 투수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새로운 대체 선수를 뽑아야 했던 대표팀은 투수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하지만 새롭게 보강한 선수들의 발탁 자격기준을 놓고 또다른 논란에 휩싸이며 김경문 감독의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다.

최근 프로구단에서 벌어진 연이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선수들의 거짓말 논란으로 한국 야구계를 바라보는 팬들의 여론이 싸늘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대표팀 엔트리 발탁과 교체를 둘러싼 의혹이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며 여론이 더 악화된 모양새다.

가뜩이나 준비과정에서부터 어려움과 고민이 많을 대표팀이, 올림픽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자국 팬들의 응원과 격려는 커녕 질타만 받고있는 안타까운 모습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대표팀은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첫 합동훈련을 진행했지만 과연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을지 대표팀의 사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표팀 선수 발탁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성적상 마땅히 들어가야 할 선수들이 외면받았다는 데 있다. 당초 박민우와 한현희가 낙마하면서 대체 1순위로 거론된 것은 같은 포지션인 2루수 정은원(한화)이나 안치홍(롯데), 투수 강재민(한화) 등이었지만 이들은 끝내 태극마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리그 성적에서 기존 대표선수들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도, 많은 팬들이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의아하게 여기는 이유다.

두 번째는 대체선수들을 둘러싼 모호한 발탁 기준과 국가대표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다. 김경문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실제로 김광현, 양현종, 류현진같은 한국 정상급 좌완투수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올림픽에는 차출이 불가능했던 탓에 이번 대표팀에 좌완투수는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 되는 차우찬(LG)과 신인 이의리(KIA)정도였다.

하지만 신인 김진욱은 올 시즌 전반기 1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8.07에 그쳤고, 성적과 경험면에서는 백정현(삼성)같은 검증된 대안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의 "국가대표팀에서 투수를 키워야 한다"는 발언도 최상의 전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승환은 성적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케이스다. 오승환은 실력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거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소속이던 2015년 삼성 시절 동팀동료들과 함께 마카오에서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적발되어 법적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한현희가 방역법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대표팀까지 하차해야 했던 것이 결국 도덕성 문제라고 했을 때 하필 그 대체자가 그에 못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던 오승환이라는 사실은 뭔가 아이러니하다. 또한 추신수-최정(이상 SSG) 등 베테랑들을 대표팀에서 제외하며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김경문 감독이기에 이제와서 오승환을 뽑은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문 감독이 논란의 전력이 있는 선수를 뽑은 것은 오승환이 처음도 아니다. 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꼼수 병역면제'를 노렸다는 비난을 받았던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을 선발하여 많은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전임자인 선동열 감독은 이 사건으로 한동안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국정감사까지 소환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취임 당시부터 오지환-박해민을 의식한 듯 '당초 논란이 있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고 했지만 3년 만에 입장을 바꿔 이들을 발탁한 것을 두고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일어났다. 김 감독은 당시 사석에서 개인적 의견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야구대표팀 선수들과 김경문 감독을 향한 과도한 비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팬들은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는 야구대표팀의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팀인만큼 그 공정성과 자격 기준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요구에 최대한 성실하게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적정선이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과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의혹제기나 비난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김진욱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표팀에 뽑혔다는 이유로 일부 팬들로부터 SNS 등을 통하여 인신공격성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발탁을 놓고 특정선수를 편애하거나 특정구단과 담합했다는 식의 음모론까지 나온다. 이는 결코 대표팀을 위하여 올바른 문제제기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결국 대표팀을 비롯하여 야구인들 전체가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데 비롯된다. 한국야구는 그간 코로나 방역수칙 문제를 비롯하여 음주운전, 불법도박, 승부조작, 학폭, 선수협, 팬서비스, 국가대표팀과 병역혜택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경문 감독이 그나마 이 문제를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정면돌파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나 김인식 감독처럼 '야구만 잘하면 되겠지' '대회성적만 잘 나오면 되지'라는 식으로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야구팬들은 결과보다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한다. 대표선발 논란에 있어서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바로잡을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감독의 근거와 소신이 있다면,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앞장서서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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