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역대 최고성적에 도전하는 김학범호가 드디어 완전체 전력을 구성했다. 김학범호는 와일드카드로 차출이 불발된 김민재 대신 박지수를 선택하여 마지막 최종엔트리 22인을 확정했다. 이로써 올림픽에 출전할 와일드카드 3인은 황의조(공격수)-권창훈(미드필더)-박지수(수비수)로 결론이 났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단은 17일 오후 나리타 공항을 통해 올림픽 개최지 일본에 입성했다.

와일드카드는 올림픽 축구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는 A대표팀이 출전했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나이 제한이 생겼고, 와일드카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도입됐다. 월드컵이나 대륙선수권 대회와 달리 올림픽은 연령제한이 있지만 최대 3장에 한해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24세 이하 선수들까지 참가가 가능해졌고, 와일드카드는 25세 이상부터 발탁이 가능해졌다.

올림픽 참가국들은 전력보강을 위하여 와일드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로 와일드카드가 역대 올림픽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경우도 적지 않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카메룬에는 '검은 표범' 파트릭 음보마(당시 30세)가 있었고, 당시만 해도 풋풋한 유망주였던 에투와 환상의 공격진을 구축하며 5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카메룬을 사상 첫 올림픽 정상으로 이끌었다. 같은 해 동메달을 차지한 칠레도 당시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였던 이반 사모라노(당시 33세)가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2004 아테네-2008 베이징 올림픽을 2연패한 아르헨티나는 로베르토 아얄라(당시 30세)와 가브리엘 에인세(당시 26세, 이상 2004년), 후안 로만 리켈메(당시 30세)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당시 24세, 이상 2008년) 같은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하며 당시만 해도 풋풋한 유망주였던 리오넬 메시를 보좌하며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 우승팀인 브라질에는 네이마르(당시 24세)가 있었다. 이밖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2004년), 호나우지뉴(브라질, 2008년), 라이언 긱스(웨일스-영국연합팀 2012년)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각각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한국도 1996년 대회 이후 꾸준히 와일드카드를 활용했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서는 황선홍- 하석주-이임생, 2000년대 시드니 대회에서는 김도훈-강철-김상식,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도 유상철-정경호,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김정우-김동진,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정성룡-박주영-김창수,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손흥민-석현준-장현수 등 모두 A대표급 주전급 선수들이 나섰다.

하지만 한국축구의 역대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기대와는 달리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문제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환경적인 제약이나 부상 등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와일드카드였던 이임생은 당시 멕시코와의 2차전 이후 부상으로 대회 도중 이경춘과 교체됐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선 당초 와일드카드였던 수비수 홍명보가 대회 개막전을 하루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강철로 갑작스레 바뀌면서 대표팀 수비조직력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당초 와일드카드로 낙점된 김남일과 송종국이 연이어 부상으로 낙마했다. 동메달을 수확한 2012년 런던대회마저도 수비수 김창수와 골키퍼 정성룡이 대회기간중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특히 한국의 역대 와일드카드 공격수들은 유난히 올림픽 무대에서 운이 안풀리기 일쑤였다. 황선홍과 김도훈 등은 모두 올림픽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 선수가 득점을 올린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가 처음이었고 주인공도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김동진(조별리그 최종전 온두라스전)이었다. 하지만 그해 한국축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그의 득점이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박주영이 와일드카드 공격수로 선정되었으나 경기력과 별개로 대회 전부터 병역기피 의혹과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자격 논란 등에 휩쓸리며 곤욕을 치렀다. 박주영은 올림픽무대에서도 4강전까지 부진을 면치못하며 실패한 카드로 끝나는 듯 했으나, 마지막 일본과의 3.4위전에서 값진 결승골을 작렬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박주영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득점을 비롯하여 와일드카드로 유일하게 멀티골(2골)을 기록한 공격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신태용호의 리우 대회 와일드카드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유명세를 탔다. 손흥민-장현수-석현준으로 구성된 와일드카드 3인방은 8강에서 온두라스에 패해 탈락하며 런던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이후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의 아쉬움을 털고 병역혜택까지 더었다. 하지만 장현수는 이후 병역특례 봉사활동 조작으로 인한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 석현준은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이며 나란히 한국축구의 흑역사로 전락했다.

황의조-박지수-권창훈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의 와일드카드 역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황의조는 김학범 감독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미 와일드카드로 한번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이끈 경험이 있다.

A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소속팀에서는 유럽무대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했을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한국축구의 올림픽 공격수 와일드카드 잔혹사를 끊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오세훈-조규성 등 백업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를 단 한명도 뽑지 않았다는 점에서 황의조가 막히거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대안이 없다는 게 걱정거리다.

권창훈은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을 밟게 됐다. 2선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수행할 수 있는 전술적 능력과 개인기술은 나무랄데 없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권창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의욕이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지수는 A대표팀 경험까지 갖추고 있는 우수한 수비수지만, 올림픽팀에서는 가장 늦게 합류하면서 동료들과 실전에서 한번도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올림픽에 나서야한다는 게 부담이다. 최근 소속팀에서 연이어 오심 논란 등으로 잦은 퇴장을 당했던 트라우마나 '김민재의 대체자'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심리적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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