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에릭센 부상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덴마크는 에이스 부재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응집하며, 동화같은 4강 진출을 써냈다.

▲ 덴마크 에릭센 부상 이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덴마크는 에이스 부재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응집하며, 동화같은 4강 진출을 써냈다.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UEFA 유로 60주년 기념으로 열린 유로 2020은 한 곳이 아닌 10개국 분산 개최로 열리면서 유럽 전역을 열광에 빠뜨렸다. 특히 매 경기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진데다 역대 가장 많은 득점과 대기록이 쏟아지면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유로 2020을 간단한 키워드로 정리했다.
 
# 142
 
51경기 동안 무려 142골이 나왔다. 지난 유로 2016부터 24개국 체제로 개편되면서 경기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경기당 평균 2.78골은 역대 유로 대회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는 대회로 회자되고 있는 유로 2000의 경기당 평균 2.74골을 뛰어넘었다.
 
이번 유로 2020에서 최다 득점 팀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이상 13골)다. 4강에서 이탈리아에 패하며 탈락한 스페인은 경기당 평균 2.2골을 기록,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뽐냈다. 4강 돌풍을 일으킨 덴마크도 12골을 터뜨리며, 뒤를 이었다. 결승에 오른 잉글랜드는 7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 자책골
 
어느 유로와 비교해 유독 자책골이 많았던 대회로 기록된다. 11개의 자책골은 종전 최다 기록인 유로 2016에서의 3골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심지어 이번 유로 2020이 열리기가지 역대 총 자책골의 합계인 9골보다 더 많았다.
 
# 페널티킥
 
VAR 판독의 영향이 커진 탓일까. 페널티킥의 비율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유로 2020에서의 13번.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7번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정작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어진 것은 9골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5골로 득점왕에 등극한 호날두는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성공시켰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완벽한 공수 밸런스와 조직력을 앞세워 53년 만에 유로 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였다.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이후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만치니 감독은 한 명에 의존하기보단 조직적인 시스템 안에 선수들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주력했다.
 
2018년 9월 포르투갈전 패배 이후 유로 정상에 오르기까지 A매치 34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리며,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 황금 세대
 
이번 유로에서 황금 세대를 구축한 팀들은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벨기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로 2016 8강,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의 성적을 남긴 벨기에의 최종 목표는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에덴 아자르, 케빈 데 브라위너,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더베이럴트, 악셀 비첼 등 황금세대의 주축들의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이번 유로 2020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벨기에의 최종 성적표는 8강 탈락.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에덴 아자르, 대회 직전 부상 후유증을 앓은 데 브라위너가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26명 가운데 23명을 20대로 구성한 잉글랜드는 젊고 유능한 황금세대들을 앞세워 사상 첫 유로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보수적이면서도 후방의 단단함을 중시하며 최적의 효율 축구를 구사한 끝에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결승에서 이탈리아에 패하며 우승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이밖에 황금세대를 앞세운 우크라이나(8강), 스위스(8강)., 오스트리아(16강)는 유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으며, 덴마크도 29년 만에 4강 진출로 돌풍을 일으켰다.
 
# 에릭센
 
대회 초반 축구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은 경기 도중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심정지로 인해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였다. 덴마크는 결국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핀란드에 0-1로 패했다. 에릭센의 비중이 매우 높은 덴마크로선 치명적인 전력 누수를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한 에릭센은 이후 덴마크 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동료들을 격려했고, 동기부여를 얻은 선수들은 하나로 응집하며 마지막 러시아와의 3차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이른바 '코펜하겐의 기적'을 연출한 덴마크는 이후 뛰어난 조직력을 앞세워 동화같은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 죽음의 조
 
이번 유로 2020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키는 곳이 죽음의 F조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로 2016 우숭국 포르투갈,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까지 우승후보 3팀이 한 곳에 모였다. 헝가리의 고전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2무 1패로 선전했다.
 
결과적으로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3팀이 F조에서 생존했는데 조별리그에서 많은 힘을 소진한 탓일까. 16강을 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프랑스는 스위스에 3-1로 앞서갔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2골을 내준 뒤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독일과 포르투갈은 각각 우승후보 잉글랜드, 벨기에에 가로막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날두가 유로 2020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유로 통산 14골로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날두가 유로 2020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유로 통산 14골로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 호날두
 
호날두는 지난 유로 2016에 이어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4경기 5골로 생애 첫 유로 득점왕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유로 통산 최다인 14골로 불멸의 기록을 남긴 것이 최대 성과다. 종전 미셸 플라티니의 9골을 넘어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의 알리 다에이가 보유한 A매치 통산 109골과도 동률을 이뤘다.
 
# 라이징 스타
 
이번 유로 2020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예 스타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미켈 담스고르를 꼽을 수 있다. 당초 담스고르는 선발보단 후보에 가까웠다. 에릭센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담스고르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휼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선보였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대담성은 덴마크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러시아전 1골, 웨일스전 1도움, 잉글랜드전 1골 등 총 2골 1도움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른쪽 윙백 덴젤 둠프리스는 네덜란드의 16강 탈락으로 인해 다소 빨리 잊혀진 케이스지만 적어도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포스는 절정에 가까웠다. 과감한 오버래핑과 박스 안 침투로 네덜란드 공격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전에서 경기 MVP에 선정될만큼 영향력이 상당했다.
 
이탈리아의 우승에 기여한 왼쪽 풀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왼쪽 공격에 있어 굉장한 핵심이었다. 비대칭 포백이 원활하게 운용된 것은 스피나촐라의 공격 가담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스피나촐라는 터키와의 1차전, 16강 오스트리아전에서 경기 MVP를 수상하는 등 대회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다. 8강 벨기에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고 결장하자, 이후 이탈리아는 공격의 동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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