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농구 등에 이어 이번에는 골프다. 스포츠 예능 장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방송가에서 골프가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SBS가 새롭게 선보이는 골프예능 <편먹고 공치리>(이하 공치리)는 스타들의 호화캐스팅과 골프 조합의 색다른 가능성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16일 방송된 <공치리> 첫 회에서는 예능 베테랑 이경규, 배우겸 방송인 이승기, 야구스타 이승엽, 미녀 골퍼 유현주 등이 출연하여 첫 팀대결을 펼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세 남자는 음식점에서의 첫 만남부터 치열한 입골프 대결을 펼치며 탐색전에 나섰다.

이경규는 '골프의 신'이라고 새겨진 골프가방을 메고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골프책을 집필하기도 했다는 이경규는 장타의 조건으로, '한 성깔하는 성격'을 언급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승기는 "성격으로 치면 450미터 장타도 가능하겠다"며 깐족거렸다. 이경규는 타이거 우즈, 임창정, 황정민, 강호등 등 스타들과의 골프 인연을 자랑하며 실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연예계 골프 고수로 꼽히는 김국진을 이긴 적이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승기는 중학교 친구들과의 골프 대결에서 타수만 101개를 치고 왔다며 '백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승기는 이 프로그램를 통하여 "이경규를 이기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경규는 "이승기에게 지면 삭발을 하겠다"고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첫 대결을 펼친 용인 골프장으로 이동한 멤버들에 유현주가 합류했다. 고정은 물론 예능 출연 자체가 최초라는 유현주는 "인생이 8할이 골프였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골프는 10대부터 70대까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는 매력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출사표를 밝혔다.

네 멤버가 모인 첫 골프는 2대2 자체 팀전으로 치러졌다. 각자 볼을 치고 같은 편의 타수를 합산하여 9홀 합산 타수가 72타에 가깝거나 더 낮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이경규와 현주, 이승기와 이승엽이 각각 한팀을 이뤘다.

이경규와 이승기가 실수를 번갈아가며 뜻밖의 최약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이경규는 사전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첫 홀부터 실수를 연발하며 헤저드 처리에 벙커까지 속출하는 굴욕을 당했다. 5연속 벙커링에 더블파를 기록한 이경규는 벌써부터 녹초가 된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나마 유현주의 활약으로 첫 홀은 승기-승엽팀을 두 타 차이로 추격하며 끝냈다.

이승기도 1홀 헤저드-2홀 OB-3홀 벙커로 이어지는 실수를 연발하며 백돌이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이승기는 "카메라 앞에서 골프를 하는게 쉽지 않다"고 고백하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묘하게도 이경규와 이승기는 같은 구간에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유현주는 프로답게 부드럽고 정규한 스윙을, 이승엽은 홈런타자다운 호쾌한 스윙에 첫 장거리 버디까지 성공시키며 파트너의 실수를 만회했다. 사전에 버디당 딱밤내기를 했던 이경규는 이승엽에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딱밤을 얻어맞고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5홀에서는 승패에 따라 시원한 음료와 까나리액젓을 건 복불복 내기가 성사됐다. 이승기가 기적같은 칩인으로 첫 버디에 성공하며 승리를 따냈다. 까나리에 당첨된 이경규와 유현주가 당첨됐다. "정신이 확 돌아온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경규-현주팀은 6홀에서 이경규가 살아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7홀에서 이경규가 다시 벙커샷과 50cm 더블파 실수가 이어지며 멘탈이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승기 역시 공을 툭 밀어 넣으려다가 실패할 뻔했으나 공이 아슬아슬하게 모서리를 돌다가 간신히 들어가며 전원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지막 홀을 앞두고 2타를 앞서가던 승엽-승기팀은 시작전 이승기의 운전으로 받은 멀리건(최초의 샷이 잘못 돼도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경규는 "당연한 이야기"라며 냉큼 수락했다. 이경규가 능청스럽게 "내가 오늘 아무리 못 쳐도 멀리건 달라고 한 적 있냐"고 질문하자 뜬금없이 공작새가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모두가 폭소했다.

승엽-승기팀은 막판 경규-현주팀의 거센 추격을 받아 한 타차까지 따라 잡혔다. 하지만 이승엽이 마지막 파를 성공시키며 최종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승엽-승기팀은 승리팀의 자격으로 황금마커와 그린재킷을 획득했다. 다음 주에는 배우 주상욱과 골프 유투버 박사장의 출연을 예고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골프 예능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미 JTBC <세리머니 클럽>, TV조선 '<골프왕>, MBN <그랜파>등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졌다. 하반기 방영예정인 <골신강림>까지 지상파는 물론이고 웹 예능과 유튜브에서도 골프 콘텐츠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중이다. 관찰예능과 먹방-쿡방, 트로트 등 특정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와 장르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던 현상을 연상시킨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박세리나 김미현, 유현주 같은 골프계 간판스타들은 물론이고, 이경규, 이승기, 김국진, 김종국, 신동엽, 강호동, 이수근, 이성경 같은 핫한 연예인-셀럽들,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등 예능에서 보기힘든 원로배우들, 이동국, 이승엽 같은 스포츠 스타들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골프가 전 세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골고루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골프는 흔히 진입방역이 높은 상류층의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204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연예계나 스포츠계에도 골프를 좋하는 마니아들을 상당하여 다양하고 이름값있는 출연자를 섭외하기에도 유리한 편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자유가 사라진 지금, 종목 특성상 탁트인 야외에서 펼쳐지는 운동의 재미와 시원한 풍광도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의 매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골프예능이 성공적인 인기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 종목의 가지고 있는 매력과, 해당 스포츠를 방송의 문법에 맞게 구현해내는 것은 별개의 차원이다. <도시어부>처럼 방송화하기 어려운 장르로 꼽히던 '낚시'라는 레저를 특유의 캐릭터쇼와 B급 컬쳐를 활용하여 예능 시트콤에 가깝게 성공적으로 재해석해낸 모범사례도 있다. 반면 <핸섬 타이거즈>나 <축구 야구 말구>같이 더 대중적인 인기스포츠와 화려한 스타들을 내세우고도 단조롭고 지루한 구성의 한계로 인기를 모으는 데 실패한 반면교사들 역시 수두룩하다.

아직 대부분이 방영 초기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된 골프예능중 보편성 측면에서 확실하게 인기를 끌었다고 할만한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낚시하면 <도시어부>, 축구하면 <뭉찬>, 트로트하면 <미스앤 미스터트롯>을 가장 먼저 연상하듯이, 확실한 골프라는 장르를 표현할 수 있는 대표작이 없는 셈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해당 분야에 깊은 이해나 사전정보가 없더라도 시청자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이 뛰어난 작품이었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아직 골프의 다양하고 복잡할 룰에 익숙하지 못하다. 또한 역동적인 다른 구기종목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매너가 중시되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예능적으로 구성하고 편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르와 구성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만은 아니다.

<편먹고 공치리> 첫 방 역시, 방송분량의 대부분은 골프보다는 출연자들의 만담에 가까운 토크에서 나왔다. 골프 경기가 주는 긴장감보다는 골프에 아직 서툰 이경규-이승기의 연이은 실수퍼레이드와 개인기에 의존한 면이 컸다. 골프에 이미 익숙한 마니아팬들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확장성을 발견할수 있느냐가, <공치리>는 물론이고 골프예능의 장수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편먹고공치리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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