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축구 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왼쪽)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24세 이하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와일드카드(25세 이상 선수 3인)로 발탁했던 수비수 김민재의 올림픽팀 합류가 결국 불발됐다. 대신 A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박지수(김천 상무)가 대체 발탁됐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수비진을 구상했던 올림픽대표팀은 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이 더 커졌다.

김민재의 명단 제외는 소속팀 베이징의 차출 동의를 얻지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올림픽은 클럽팀의 의무 차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소속팀이 반대하면 협회가 선수를 마음대로 차출할수 없다.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역시 와일드카드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원했으나 소속팀 리버풀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김민재는 올해 말로 베이징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베이징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민재를 이적시키기 위하여 유럽 구단들과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에서 김민재가 자칫 부상이라도 입거나 부진하면 이적이 무산될 수도 있다. 또한 유럽행이 무산되면 베이징으로서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이적료 한푼 챙기지 못하고 자유계약(FA)으로 김민재를 풀어줘야할수도 있다. 또한 베이징에 잔류하더라도 올림픽 종료 후 복귀하면 자가격리 기간으로 인한 공백기를 고려하면 후반기에 당장 활용하기도 어렵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올림픽대표팀이 떠안게 됐다. 김민재는 지난 6월 30일 와일드카드로 발탁되어 7월 2일 파주에 소집되어 팀훈련을 함께해왔으나 결국 올림픽팀에서 단 한경기도 뛰지 못하고 하차하게 됐다. 김민재는 지난 13일 열린 아르헨티나전(2-2)에 이어 16일 열린 프랑스(1-2)와의 평가전에도 모두 결장했다. 한국은 올림픽 직전 치른 2차례 평가전을 1무1패로 마무리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조직력을 한창 끌어올려야할 시기에 무려 보름에 가까운 시간만 아깝게 허비한 셈이 됐다.

대체선수로 가세한 박지수도 나름 좋은 선수지만 A대표팀 부동의 센터백이자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자리잡은 김민재에 비하면 무게가 떨어진다. 더구나 박지수는 올림픽대표팀에서 단 한번도 호흡을 함께 맞춰보지못했는데 뉴질랜드(22일)와의 첫 경기까지는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과거 올림픽에서 1996년 애틀란타 대회의 이임생→이경춘, 2000년 시드 대회의 홍명보→강철의 사례처럼 갑작스럽게 대회 직전 와일드카드를 교체해야했던 데자뷰를 연상시킨다. 다만 이들은 부상 때문이었고, 김민재와 박지수의 교체사례는 소속팀의 반대로 인한 차출불가라는게 차이점이다. 결과적으로 너무 뒤늦게 합류한 이경춘과 강철은 올림픽팀의 조직력에 녹아들지못하며 실패한 와일드카드가 되고 말았다.

김학범 감독과 김민재의 성급한 선택이 결국 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고려하다가 뒤늦게 말을 바꿨고, 소속팀의 동의를 얻지못한 김민재에게 집착하다가 조직력을 끌어올려야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대표팀에 혼란만 안겼다. 최상의 와일드카드 구성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장고 끝에 악수가 된 꼴이다.

애초부터 손흥민과 김민재는 올림픽 차출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렇다면 선수의 네임밸류에 연연하지말고 현실적으로 최대한 빨리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게 최선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최종명단 발표 직전까지 애매모호하게 뜸을 들이다가 정작 손흥민이 직접 나서서 어렵게 소속팀의 차출 동의를 얻어오자, 뒤늦게 '손흥민의 혹사 우려'를 핑계로 내세우며 발을 뺐다. 손흥민과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럴거면 왜 처음부터 손흥민을 와일드카드 후보에 포함시키고 공개적으로 언플까지 했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재도 마찬가지였다. 김학범 감독은 뉴질랜드와의 1차전 직전까지도 기다릴수 있다고 언급할만큼 김민재를 반드시 올림픽에 데려가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엄연히 소속팀의 동의를 구하지못한 상황에서 발탁 강행은 무리수였다. 시간만 끌다가 결국 팀의 전력보강에도 실패하고 선수의 마음에도 상처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덩달아 손흥민과 김민재 대신 발탁된 권창훈과 박지수 두 선수에게도 올림픽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이들과 바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중의 부담을 안긴 꼴이었다. 사령탑의 과욕이 오히려 팀의 단합과 조직력을 해치는 자충수가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민재로서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 역시 본인이 짊어져야할 몫이다. 2019년 전북 현대를 떠나 해외리그행을 놓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굳이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을 선택한 것은 김민재 본인이었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2020년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서는 비록 농담이었지만 소속팀 동료와 리그수준을 비하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중국 언론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이 사건이 김민재의 올림픽 차출 불발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볼수는 없지만, 이후 김민재와 베이징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민재의 지지부진한 유럽 이적 협상에 이어 올림픽팀 차출 불발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소속팀 베이징 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베이징이 무작정 김민재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김민재는 엄연히 아직 베이징 소속 선수이고 구단의 자산이다. 입장을 바꿔서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소속팀 동의없이 독자행동을 하고 국제대회에 나가겠다고 통보한다면 좋은 시각으로 볼수있을까. 가뜩이나 계약만료와 이적협상까지 겹쳐져있는 민감한 시기에 손흥민처럼 적극적으로 소속팀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대표팀에 덜컥 합류하여 사태를 악화되기까지 방관만 했던 김민재의 처신에도 문제가 많았다.

올림픽같은 큰 무대에서 한국축구가 좋은 성적을 기대할수 있는 원동력은 '원 팀'에 있다. 특출한 슈퍼스타의 존재보다는 구성원들의 헌신과 희생이 하나로 모여서 강팀들을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저력이 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표팀의 전력강화에 도움이 되어야할 와일드카드가 선수의 이름값에 집착하다가 도리어 자충수가 되어버린 모습은 유감이다. 김학범호로서는가 한시라도 빨리 선수구성을 둘러싼 혼란에서 벗어나 다시 원팀다운 면모를 회복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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