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8월 한국인 최초로 UFC 타이틀전에 나섰던 '코리안 좀비'정찬성은 경기 도중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4라운드 KO로 패하며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알도와의 경기 이후 정찬성은 부상 치료와 군복무 등으로 3년 넘게 공백기를 가졌다가 2017년2월 데니스 버뮤데즈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물론 정찬성은 옥타곤 진출 3경기 만에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을 정도로 화끈한 파이터로 유명했지만 버뮤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정찬성의 패배를 전망한 격투팬들이 내세운 논리는 바로 3년 6개월의 공백이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선수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긴 공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뮤데즈를 1라운드2분49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코리안좀비'의 건재를 과시했다.

정찬성의 경우처럼 후유증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파이터가 오랜 시간 경기를 치르지 않으면 감각이 저하되고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격투기에서는 이를 '링 러스트'라고 하는데 실제로 공백이 길었던 파이터들이 초라한 선수생활 말년을 보내곤 했다.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각)에도 또 한 명의 파이터가 긴 공백을 깨고 복귀한다. 은퇴를 번복하고 4년 8개월 만에 옥타곤에 오르는 여성파이터 미샤 테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4년8개월 만에 옥타곤에 복귀한 테이트(왼쪽)는 4연패 중인 마리온 르노를 상대로 5년4개월 만의 승리에 도전한다.

4년8개월 만에 옥타곤에 복귀한 테이트(왼쪽)는 4연패 중인 마리온 르노를 상대로 5년4개월 만의 승리에 도전한다. ⓒ UFC

 
'무적' 시절의 론다 로우지를 괴롭혔던 파이터

물론 홀리 홈에게 당한 하이킥 실신 KO패나 아만다 누네즈에게 당한 48초 간의 일방적인 폭행을 기억하는 격투팬들에게 론다 로우지는 격렬한 UFC의 정글을 견디지 못하고 프로레슬링으로 도망 친 나약한 파이터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UFC에서 여성 디비전이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격투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UFC 여성 밴텀급 초대 챔피언 로우지였다.

초창기 UFC 여성 디비전은 2000년대 초반의 프라이드FC가 그랬던 것처럼 타격과 그라운드가 어우러진 '종합격투기'가 아닌 여러 격투기를 수련한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던 '이종격투기'에 가까웠다. 그 사이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로우지의 기량은 단연 돋보였고 로우지는 '필살기'로 불리던 암바를 앞세워 종합격투기 데뷔 후 7명의 상대를 전부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제압했다.

그렇게 무적의 여성파이터로 군림하던 '암바여제' 로우지를 격투기 데뷔 후 처음으로 2라운드를 넘어 3라운드까지 경험하게 해준 파이터가 바로 미샤 테이트였다. 끝내 로우지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많은 격투팬들이 로우지를 이길 여성파이터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절, 테이트는 로우지를 상대로 최후까지 저항했다(로우지는 테이트전 이후 다시 4연속 1라운드 피니시 승리를 이어갔다).

학창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하며 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테이트는 대학시절 타격과 주짓수를 모두 허용하는 종합격투기에 빠져 집중적으로 무에타이와 주짓수를 수련했다. 2007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한 테이트는 스트라이크포스와 케이지스포트, 프리스타일 케이지 파이팅 등을 오가며 활약했다. 그러던 2010년8월, 테이트는 스트라이크포스 여성 밴텀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트라이크포스 여성 밴텀급 3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1년 7월 마를로스 코넨을 서브미션으로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할 때만 해도 테이트의 장기집권이 시작되며 전성기가 활짝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2012년3월에 열린 2차 방어전에서 4경기 연속 암바승을 거둔 신예 론다 로우지를 만나 1라운드4분27초 만에 암바의 희생양이 되면서 벨트를 빼앗겼다. 그리고 스트라이크포스가 UFC에 합병되면서 테이트 역시 활동무대를 옥타곤으로 옮겼다.

테이트 시작으로 여성파이터 복귀러시 이어질까

테이트는 2013년8월옥타곤 첫 경기에서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던 캣 진가노에게 3라운드 KO로 패했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았던 UFC 여성 밴텀급에서는 로우지의 다음 도전자가 마땅치 않았고 결국 스트라이크포스 시절 로우지에게 가장 길게 저항했던 테이트에게 설욕의 기회를 줬다. 테이트는 같은 해 연말로우지와의 재대결에서 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3라운드에 로우지의 암바에 걸리면서 설욕에 실패했다.

하지만 테이트는 좌절하지 않았다. 로우지와의 2차전 패배 이후 리즈 카무치와 린 나카이, 사라 맥맨,제시카 아이를 연파하고 4연승을 달린 테이트는 '로우시 시대'를 끝낸 홀리 홈의 도전자로 낙점됐다. 테이트는 2016년 3월에 열린 타이틀전에서 타격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5라운드에서 서브미션으로 홈을 제압하며 스트라이크포스에 이어 UFC에서도 여성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중소단체 FCF까지 더하면 무려 3개 단체 챔피언에 등극한 셈이다.

하지만 테이트는 같은 해 7월 1차 방어전에서 '암사자' 아만다 누네즈를 만나 4개월 만에 타이틀을 빼앗겼다. 그리고 다시 4개월 후 코치로 활약했던 TUF18에서 자신이 가르쳤던 라켈 페닝턴에게 판정으로 패한 후 경기력에 크게 실망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테이트는 파이터로서의 열정이 다시 끓어 올라 지난 3월 은퇴를 번복했고 오는 18일에 열리는 UFN192대회를 통해 4년8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테이트와 상대하게 될 선수는 밴텀급 12위에 올라 있는 마리온 레뉴. 1977년생의 베테랑 파이터로 고등학교 체육교사와 프로파이터를 겸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레뉴는 옥타곤 데뷔 후 첫 7경기에서 4승1무2패를 기록했지만 최근 4경기에서는 모두 판정으로 패하며 하락세를 타고 있다. 연패에 빠져 있는 노장파이터 레뉴는 테이트 입장에서 복귀전 상대로 꽤나 적절한 파이터라는 뜻이다.

과거 아무리 3개 단체에서 타이틀을 차지했던 뛰어난 파이터였다 해도 테이트는 최근 4년이 넘도록 한 번도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4연패 기간은 물론 격투기 데뷔 후 한 번도 피니시 패배가 없는 레뉴를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되는 이유다. 역대 UFC 여성 파이터 중에서 테이트처럼 긴 공백을 극복하고 돌아온 선수는 없었다. 따라서 테이트의 승패여부와 경기내용은 현역 복귀를 고민하는 다른 여성 파이터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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