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엔트리 승선을 확정한 롯데 김진욱

도쿄올림픽 엔트리 승선을 확정한 롯데 김진욱 ⓒ 롯데 자이언츠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대체 선수는 내야수가 아닌 좌완 투수였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4일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과 관련해 대표팀에서 자진사퇴한 내야수 박민우(NC다이노스)의 대체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루키 김진욱이 선발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투수 10명(우완8 좌완2),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4명이었던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는 투수 11명(우완8 좌완3), 포수 2명, 내야수 7명, 외야수 4명으로 변경됐다.

박민우가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엔트리가 발표될 때까지 각종 언론과 야구팬들은 정은원(한화 이글스)과 심우준(kt 위즈), 안치홍(롯데) 등 박민우의 대체 선수로 적합한 '내야수'들을 예상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내야수가 아닌 현 시점에서 가장 구위가 좋다고 평가한 좌완 루키 김진욱이었다. 과연 김진욱은 13년 전 베이징올림픽의 윤석민이 그랬던 것처럼 대표팀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베이징에서 대표팀 구했던 '대체선수' 윤석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수장은 당시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김경문 감독이었다. 2007년 SK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김인식 감독, 선동열 감독 등이 모두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면서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게 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2005년과 2007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아직 감독으로 확실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지도자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7월 14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고 대부분의 대표팀이 그렇듯 당시에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는 두산의 2년 차 우완 임태훈이었다. 물론 임태훈이 2007년 신인왕에 빛나는 좋은 불펜 투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반기에만 12승을 올린 리그 최고 우완 윤석민을 탈락시킨 게 문제였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투수인 윤석민보다는 전문불펜투수 임태훈이 대표팀에서 더 활용가치가 높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태훈은 최종 엔트리 발표가 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는 대표팀 소집 이후 평가전에서의 부진까지 이어졌고 결국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출국 직전 임태훈 대신 당시 다승 1위를 달리던 윤석민을 대체 선수로 선발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윤석민 선발은 한국에게 '신의 한 수'가 됐고 윤석민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으로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민은 2008년엔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했지만 2006년에는 19세이브 9홀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불펜 경험 역시 풍부한 투수였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불펜으로만 5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은 7.2이닝을 던지면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2.35로 맹활약했다. 특히 윤석민 자신을 비롯한 14명의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선물한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6-2로 앞선 9회에 등판해 세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특히 김경문 감독이 마무리로 낙점했던 한기주(1승19.31)와 리그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상태에서 윤석민마저 없었다면 대표팀의 금메달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윤석민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한국야구의 구세주로 떠올랐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우완투수로 군림했다.

'신인 듀오'가 일본 잡을 비밀병기?

윤석민의 경우처럼 대체 선수로 뒤늦게 선발되더라도 본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충분히 대표팀에 기여하면서 본인의 야구인생에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야구팬들이 내심 올해 신인 중 이의리(KIA타이거즈)와 함께 최고 좌완 신인으로 불린 김진욱의 '깜짝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만약 김진욱이 올림픽에서 한국의 좋은 성적에 기여한다면 향후 선수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3억 7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김진욱은 시즌 초반에는 선발 요원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김진욱은 시즌 개막 후 3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2패10.54로 뭇매를 맞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5월 30일 NC전에서 시즌 4번째 선발 등판했지만 3.2이닝 3피안타 4볼넷 5실점 패전으로 크게 나아진 게 없었다. 하지만 롯데의 래리 서튼 감독은 특급 유망주 김진욱을 2군에 보내는 대신 불펜으로 이동시켜 1군 경험을 쌓게 했다.

6월 한 달 동안 10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5.00으로 한결 나아진 투구 내용을 선보인 김진욱은 7월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3경기에 등판해 2.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특히 4일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는 8회 1사만루 위기에서 SSG의 간판타자 추신수와 최정을 연속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야구팬들이 쉽지 않은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던 좌완 김진욱을 다시 눈여겨보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렇게 김진욱은 올림픽 개막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물론 만 19세의 루키 김진욱에게는 대표팀 선발과 올림픽 출전 자체가 큰 영광이고 경험이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순간 김진욱도 '디펜딩 챔피언'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에는 좌완이 3명 밖에 없는 데다가 백전노장 차우찬(LG 트윈스)이 최근 2경기에서 6.1이닝 12실점으로 부진해 이의리와 김진욱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경문 감독과 야구팬들은 내심 겁 없는 루키 듀오 김진욱과 이의리가 13년 전 2년 차 좌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과의 경기에서 (좋은 쪽으로) 대형사고를 쳐주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내야수 대신 뽑은 좌완루키 김진욱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시즌 평균자책점 8.07짜리 투수를 대표팀에 선발한 김경문 감독의 안목은 다시 한 번 재평가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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