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다시 동점가자'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후반전 황의조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황의조, '다시 동점가자'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후반전 황의조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름밤 무더위를 날려버릴 멋진 골들이 터져나왔다. 그중에서 우리 선수들이 터뜨린 2개의 동점골은 저절로 박수가 터져나올 듯한 원더 골이었다. 엄원상의 두 번째 동점골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극장 동점골이었으니 더 짜릿했다. 하지만 그 너머 자리를 잘못 잡고 있는 수비의 문제점은 도쿄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큰 숙제로 남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3일(화) 오후 7시 30분 용인 미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을 2-2로 비겼다.

수비형 MF, 센터백 연거푸 실수

남아메리카 예선 1위로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아르헨티나는 역시 강팀이었다. 이렇게 좋은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흐름을 내주고 끌려가는 게임이었지만 끝내 두 개의 동점골을 멋지게 뽑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진정한 시험대는 도쿄이기 때문에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게임 시작 후 11분 18초 만에 아르헨티나가 먼저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상징 리오넬 메시와 같은 등번호를 단 플레이 메이커 알렉시스 마칼리스터르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빨랫줄처럼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들어갔지만 직전에 우리 필드 플레이어들의 어이없는 빌드 업 실수가 눈에 띄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원두재의 패스 실수부터 잘못됐고 자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가로채기를 시도한 원두재의 패스를 받은 센터백 김재우가 그 공을 그대로 상대에게 넘겨준 것이 또 하나의 결정적 실수였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알렉시스 마칼리스터르가 마음대로 공을 몰다가 시원한 중거리슛을 때릴 수 있도록 넉넉한 거리를 준 점이었다. 마칼리스터르는 연거푸 실수를 저지른 원두재-김재우 사이로 시원한 중거리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주춤주춤 물러서며 거리를 주는 수비 라인

우리 선수들은 7분 뒤에도 골키퍼부터 아찔한 빌드 업 실수를 저질렀다. 안준수 골키퍼가 급한 마음에 걷어낸다는 공이 낮게 깔려 상대 미드필더에게 넘어갔고 곧바로 첫 골을 넣었던 알렉시스 마칼리스터르에게 위험천만한 왼발 중거리슛을 내줬다. 비록 이 슛이 우리 골문 왼쪽 기둥 옆으로 빗나갔지만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뒤 일어난 안준수 골키퍼는 크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도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공격 자원이 여럿 있었기에 엄원상을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비 조직력을 확인하며 배울 점이 많았다. 

31분에 엄원상의 역습 오른발 대각선 슛이 예레미아스 레데스마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아르헨티나 골문 오른쪽 옆그물에 걸렸을 때 아르헨티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골문 앞 위험 지역으로 촘촘하면서도 빠르게 커버하는 맨투맨 수비 전환 속도는 엄원상의 그것만큼이나 빨랐다. 얼리 크로스나 컷 백 크로스 각도가 안 나오니 엄원상의 선택지는 어설픈 대각선 슛 하나밖에 안 보였던 것이다.

후반전 시작 직후에도 엄원상의 엄청나게 빠른 역습 드리블이 오른쪽 끝줄 방향으로 전개될 때 그만큼 빠른 이동준이 얼리 크로스를 받고싶은 위치로 달려갔지만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는 역시 빨랐고 얼리 크로스 각도까지 예상하고 틈을 주지 않았다. 엄원상은 전반전처럼 마음에 들지 않은 각도였지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했고 그 공은 골문 왼쪽으로 굴러나갔다.

엄원상을 중심에 둔 우리 선수들의 역습에 대처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이 두 장면만으로도 배울점은 많았다. 슛 각도 나쁜 곳으로 상대 선수들을 몰았고 그 뒤 다른 선수들의 조직적인 커버 플레이가 적절했다.

1+1=0 공식 잊었나?

그 와중에 이동경의 왼발 끝에서 놀라운 첫 번째 동점골이 나왔다. 역시 축구의 수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35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동현의 놀라운 압박으로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공을 가로챈 우리 선수들은 곧바로 설영우의 어시스트 패스, 이동경의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슛을 적중시켰다.

이때 아르헨티나 수비 대응은 11분 18초에 우리 선수들이 실점했을 때 어설프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위험 지역에서 빌드업을 차단 당한 것, 어정쩡한 거리주기로 엄청난 중거리슛을 쉽게 내준 것이 닮은꼴이었다.

54분에는 우리 수비수들이 다른 종류의 실수를 저지르며 추가골을 내줬다.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카를로스 발렌수엘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가운데 쪽으로 몰고 들어오다가 왼발 감아차기를 우리 골문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발렌수엘라 바로 앞에 송민규가 따라붙었지만 역시 거리를 어정쩡하게 내줬고 바로 뒤에서 왼쪽 풀백 김진야가 자리를 못 잡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축구 수비 장면에서 가끔 볼 수 있는 1+1=0이 되는 엉뚱한 순간이 또 벌어진 것이다. 김진야가 주변 위험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대 선수를 마크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송민규와 협력 수비로 슛 각도를 최소화시켰어야 했던 장면이었다. 발렌수엘라의 왼발 감아차기 지점이 우리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이었기 때문에 우리 수비수들이 더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커버 플레이 약속을 지켰어야 했던 것이다. 필드 플레이어의 커버 플레이는 단순히 둘 이상의 선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뼈아픈 실점 순간이었다.

그나마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면서 엄원상의 짜릿한 극장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35초에 엄원상의 오른발을 떠난 공이 회전도 없이 낮게 깔려 아르헨티나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 수 없는 멋진 골이었지만 이 2개의 동점골 순간들로 우리 선수들이 민낯을 드러낸 수비 쪽 실수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6일(금) 오후 8시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유럽의 강팀 프랑스와 마지막 평가전을 펼친다.

도쿄올림픽 축구대표 평가전 결과(13일 오후 7시 30분, 미르 스타디움 - 용인)

한국 2-2 아르헨티나 [득점 : 이동경(35분,도움-설영우), 엄원상(90+2분) / 알렉시스 마칼리스터르(12분), 카를로스 발렌수엘라(54분)]

한국 선수들
FW : 이동준(59분↔황의조)
AMF : 송민규(59분↔권창훈), 이동경(59분↔이강인), 엄원상
DMF : 원두재(87분↔강윤성), 김동현(46분↔정승원)
DF : 김진야, 김재우, 정태욱, 설영우(46분↔이유현)
GK : 안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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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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