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버터(Butter)'가 빌보드 HOT 100 7주 연속 1위에 올랐습니다. 이제 한 주만 더 하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와 타이를 이룹니다. 아마 올여름까지는 독주가 이어질 것 같으니 사실상 올해 최고의 히트곡 확정입니다. 지난주 금요일(9일) 발표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봅니다.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며 팬데믹 이후를 기대하는 세계적 분위기를 반영한 댄스 곡이다.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는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며 팬데믹 이후를 기대하는 세계적 분위기를 반영한 댄스 곡이다. ⓒ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첫 번째 키워드는 '긍정'입니다. '퍼미션 투 댄스'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곡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2016년 히트곡 '캔트 스탑 더 필링(CAN'T STOP THE FEELING!)'입니다. 화창한 날씨 아래 각자의 일상 속에서 남녀노소 흥겹게 몸을 흔들고 춤을 추는 긍정 바이브 그 자체의 팝송이죠. 

이 노래가 2016년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딱 한 주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후 5년 동안 이런 긍정적인 댄스 팝이 정상을 차지한 적이 있나 싶어 차트를 뒤져봤습니다. 놀랍게도 2017년 에드 시런의 메가 히트곡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를 제외하면 딱히 꼽을 만한 곡이 없습니다. 

흔한 '팝 스타일'이라고 폄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함께 춤추고 노래하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미국 차트 정상에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특히 보이그룹은 더 그렇죠.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이 하나도 없습니다. 엔싱크도 '잇츠 거너 비 미(It's Gonna Be Me)' 딱 한 곡 있습니다. 영국 아이돌 원 디렉션 역시 빌보드 1위에 오른 노래가 없고요. 
 
 현재 미국 주류 팝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스타들의 노래는 밝고 해맑은 대신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추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Butter'에 밀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오른 'good 4 u'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10대의 불안을 노래합니다.

현재 미국 주류 팝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스타들의 노래는 밝고 해맑은 대신 다양한 인종, 성별, 연령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추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Butter'에 밀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오른 'good 4 u'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10대의 불안을 노래합니다. ⓒ 유니버셜뮤직코리아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에서는 이런 밝은 정서가 더욱 힘들어졌죠. 개인적으로 미국 로컬 아티스트가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댄스 팝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빌리 아일리시가 Z세대의 불안을 노래하고 디즈니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가운뎃손가락을 펼치는 세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팬덤으로 주목받고 지난 몇 년간 빌보드 차트에 이름도 올려 친숙한 BTS가 '다이너마이트' - '버터' - '퍼미션 투 댄스'를 들고 나타난 겁니다. 우울하고 위태로운 세상,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 깊은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는 팝. 라디오 스테이션이 자주 선곡할 수밖에 없고 코로나19 이후 신나는 분위기에서 틀기 딱 좋은 노래입니다. 

2016년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트럼프 당선 이전의 미국을 상징한다면 2021년의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수한 상황을 노래로 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백신이 보급되며 코로나19의 공포가 한 풀 꺾인 상황을 투영하듯, 춤을 추는 세계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몸을 흔듭니다. '기다림은 끝났다'는 문구가 눈에 딱 들어더군요. 안타깝게도 델타 변이 확산으로 4단계에 돌입한 우리의 상황과는 정반대라 씁쓸합니다.

영국의 터치가 느껴지는 '방탄소년단 팝 3부작'
 
 'Permission To Dance'를 함께 작곡한 프로듀서 스티브 맥은 30곡의 영국 싱글 차트 1위곡을 보유한 스타 프로듀서로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와 앤 마리의 '2002' 등 히트곡을 맡았다.

'Permission To Dance'를 함께 작곡한 프로듀서 스티브 맥은 30곡의 영국 싱글 차트 1위곡을 보유한 스타 프로듀서로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와 앤 마리의 '2002' 등 히트곡을 맡았다. ⓒ Steve Mac 위키피디아 캡쳐

 
두 번째 키워드는 '영국'입니다. 알려진 대로 '퍼미션 투 댄스'는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과 그의 파트너 조니 맥다이드, 프로듀서 스티브 맥이 만든 노래입니다. '셰이프 오브 유' 이후 대다수의 에드 시런 히트곡을 만든 트리오죠. 특히 스티브 맥을 주목해야 하는데, 영원한 한국인의 스타 그룹 웨스트라이프의 역사를 함께했을 뿐 아니라 UK 싱글 차트 1위에 서른 곡을 올려놓은 리빙 레전드입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영국 아티스트들과 활발히 협업하는 분인데, 특히 한국인의 팝송 앤 마리의 '2002'와 클린 밴딧 '심포니(Symphony)'의 프로듀서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팝 3부작에서는 유독 영국의 터치가 강합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데이비드 스튜어트는 스코틀랜드 출신 아티스트죠. 이 노래 보컬 프로덕션을 맡았고 '버터' 작곡에 참여한 제나 앤드류스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태어난 가수입니다. 그리고 에드 시런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원 디렉션의 초창기 노래들을 연상케 하는 기타 인트로와 댄스 팝의 이유가 있죠. 

결정적으로 RM이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땐 / 엘튼 존 노래를 따라 부르면 돼'라고요. '다이너마이트' 속 롤링 스톤, '버터'의 마이클 잭슨에 이어 꼭 해외 음악 시장에 헌사를 바치는 모습입니다. 공교롭게도 '퍼미션 투 댄스'의 스트링 세션과 몽글몽글한 일렉트릭 피아노는 1976년 엘튼 존의 히트곡 '돈트 고 브레이킹 마이 하트(Don't Go Breaking My Heart)'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그냥 간편하게 디스코, 펑크로 묶지만 사실 소프트 록에 가까운 스타일의 노래입니다.
 
 '퍼미션 투 댄스'에서 헌사를 받은 엘튼 존은 트위터를 통해 방탄소년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퍼미션 투 댄스'에서 헌사를 받은 엘튼 존은 트위터를 통해 방탄소년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 엘튼 존 트위터

 
UK 싱글 차트는 댄스 팝, 일렉트로닉이 꾸준히 강세입니다. 그리고 최근 댄스 플로어를 장악한 노래들은 대부분 영국 아티스트의 노래였습니다. '퓨처 노스탤지어(Future Nostalgia)'의 두아 리파, '워터멜론 슈가(Watermelon Sugar)'의 해리 스타일스. 차트 성적으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콜드플레이 신곡 '하이어 파워(Higher Power)'의 긍정 메시지는 아주 강력하죠.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 기반에는 영국 음악의 유행과 창작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올해 영국 음반 산업 해외 매출이 사상 최대 5억 197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는데, 우연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7월 9일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는 공개 하루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7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음악 역대 6번째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 순항 중입니다.

7월 9일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는 공개 하루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7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음악 역대 6번째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 순항 중입니다. ⓒ BIGHIT MUSIC

   
마지막으로 '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언제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갑니다. '화양연화' 이후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이해하는 두 가지 거대한 축이 있죠. 하나는 세계에 도전하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피, 땀, 눈물'이고, 다른 하나는 고독을 딛고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봄날'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상이한 두 스타일을 교차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왔습니다. '페이크 러브', '온(ON)'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도 있었고 '유포리아(Euphoria)'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처럼 위로를 건넬 때도 있었죠. 이 둘을 교차한 '아이돌(IDOL)'이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도 있었고요. 

적지 않은 분들이 BTS의 팝 페이즈를 기존 방탄소년단과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다이너마이트'를 처음 들었을 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도 첫 영어 곡이었기에 단순한 곡과 후렴부 클라이맥스가 안전하면서도 인위적인 선택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를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축적해온 서사와 노래가 없었다면 이런 팝스타 세계관이 가능했을까요. 어려웠을 겁니다.

지난달 제가 방탄소년단의 팝 활동을 일종의 '부캐'라 설명한 이유입니다. ([칼럼] 방탄소년단의 팝스타 '부캐' 플레이) 그들 스스로도 계획에 없었던 이벤트 격 싱글이라 표현하지만, 팝 노래들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기존 방탄소년단의 성장 서사와 그대로 일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결한 '다이너마이트'를 내며 반응을 살폈을 때 대박을 터트렸고, 이후 < BE > 앨범으로 잔잔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죠. '버터'를 선보이며 한 단계 더 과감하게 나아가더니 '퍼미션 투 댄스'로 오랜 서구 팝스타, 보이 그룹의 이미지까지 성공적으로 가져와 본인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팝 3부작은 BTS에게 세계적인 보이 밴드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기존 서구 사회가 요구해온 팝스타 지위를 완전히 거머쥐었음을 의미합니다.

방탄소년단의 팝 3부작은 BTS에게 세계적인 보이 밴드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기존 서구 사회가 요구해온 팝스타 지위를 완전히 거머쥐었음을 의미합니다. ⓒ BIGHIT MUSIC

 
지금 방탄소년단은 여유롭습니다. 열망하고 도전하는 입장에서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종합해 모두가 사랑하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올랐죠. 물론 누군가는 고뇌하고 두려워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그리던 과거 방탄소년단을 그리워할 수도 있고, 호기롭게 'No More Dream'을 외치던 신인 시절에 애정을 둘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탄소년단과 BTS가 다른 존재는 아닙니다. 방탄소년단은 언제든 유연하게 자신들이 펼쳐놓은 폭넓은 스펙트럼 속 한 장면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룹입니다. 

대중음악 시장은 언제나 팝스타를 원합니다. 어마어마한 성적과 수익을 거두고, 월드 투어를 다니며 전 세계 팬들과 호흡하면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인물을 말이죠.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서구 청년들이 수행해온 이 역할을 이제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이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미와 함께, 세계 팬들과 함께,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뉴스레터 제너레이트(https://zenerate.glivery.co.kr/p/2257299104614)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