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기자말]
 영화 <스페이스 잼> 포스터

영화 <스페이스 잼> 포스터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망해가는 우주 유원지 '바보동산'을 운영하는 미스터 스왝해머(대니 드비토 목소리)는 관심을 끄는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자 수하의 '너드럭스'를 시켜 지구의 인기 만화 캐릭터 '루니 툰'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외계의 침략을 받은 루니 툰 캐릭터들은 너드럭스의 키가 작은 점을 이용해 농구 시합으로 운명을 결정짓자고 제안한다.

제안을 받아들인 너드럭스는 NBA 경기장으로 가서 슈퍼스타들의 농구 재능을 빼앗는다. 무시무시한 '몬스타 팀'으로 변한 걸 본 루니 툰 캐릭터들은 NBA 은퇴 후 야구 선수가 된 마이클 조던(마이클 조던 분)을 만화 세계로 데려와 도움을 청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마이클 조던은 '툰즈 팀'에 합류한다.

등번호 23번으로 유명한 마이클 조던은 농구 선수를 넘어 1980년대~199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1996년 개봉한 영화 <스페이스 잼>은 벅스 버니, 로드 러너, 와일 E. 코요테 등 캐릭터로 사랑 받은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과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란 다른 세계에 있는 대중문화 아이콘을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1990), <쿨 월드>(1992)처럼 2D 만화와 실사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결합한 작품이다. 

시작은 광고였다. 1990년대 중반 벅스 버니와 마이클 조던이 함께 출연한 나이키 광고 시리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나이키와 워너브라더스는 <고스트버스터즈>(1984), <트윈스>(1988),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0), <데이브>(1993)를 만든 이반 라이트만에게 제작을 맡겨 장편 영화로 발전시켰다. 연출은 모티브가 된 나이키 광고 시리즈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바 있는 조 핏카 감독이 맡았다.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스페이스 잼>은 벅스 버니와 마이클 조던이 팀을 이루어 화성인들과 농구 시합을 한다는 나이키 광고의 콘셉트에 전개를 위한 최소한의 살 정도만 붙였다. 관객이 원하는 건 (어떤 이유든 간에 벌어지는) 농구 시합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잼>의 각본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임을 고려해도 매우 엉성하다. 영화가 강조하는 '내면에 있는 힘을 믿어라'란 메시지는 농구의 재능을 잃은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NBA 스타들의 모습과 모순된다. 배우 빌 머레이는 별다른 이유 없이 등장하다가 막판엔 만능 치트키 마냥 쓰인다. 군데군데 들어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유머와 라이벌 디즈니를 겨냥한 디스도 어색하다. 루니 툰 특유의 슬랩스틱 개그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각본이 마이클 잭슨의 실제 삶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현실의 마이클 조던은 NBA를 3연패 한 후 1993년 은퇴를 선언하고 제2의 인생으로 야구를 결정했다. 영화는 마이클 조던에게 멘토와 같았던 아버지, 마이너리그에서의 선수 생활, 다시금 농구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스페이스 잼>에 고스란히 '이상한' 재연 형식으로 담았다. 루니 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마이클 조던의 전기 영화인지, 아니면 마이클 조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루니 툰 영화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마이클 조던은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해외의 일부 매체에선 그의 연기가 끔찍하다고 지적했는데 연기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전문 배우도 어려워하는 (루니 툰 세계를 위한) 그린 스크린 속에서 (루니 툰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린으로 감싼 배우들과 연기하는 작업을 무난히 소화한 점은 실로 대단하다. 루니 툰 캐릭터들과 호흡도 좋고 의외로 잘 어울린다.

<스페이스 잼>엔 루니 툰의 다양한 캐릭터, 영화배우, NBA 선수와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너드럭스에 농구 재능을 빼앗긴 슈퍼스타로 나오는 찰스 바클리, 패트릭 유잉, 래리 존슨, 먹시 보그스, 숀 브래들리다. 특히 1980~1990년대 NBA를 풍미한 전설적인 파워포워드이자 마이클 조던의 라이벌인 '코트의 악동' 찰스 바클리가 어린 애들에게 길거리 농구로 털리는 장면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NBA의 스타 선수들이 영화에 참여하고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준 건 출연료보단 마이클 조던과의 우정과 NBA 인기를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스페이스 잼>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건 마이클 조던의 연기, 농구 장면, 2D와 실사를 합한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다. 바로 사운드트랙이다.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도 좋지만, R. 켈리의 'I Believe I Can Fly', 모니카의 'For You I Will', 씰의 'Fly Like An Eagle', 투 언리미티드의 'Get Ready For This', 비 리얼, 쿨리오, LL 쿨 J, 버스타 라임즈의 'Hit 'Em High', 씨앤씨 뮤직 팩토리의 'Gonna Make You Sweat(Everybody Dance Now)' 등 삽입곡이 진짜 끝내준다. 오프닝 크레딧에 들어간 주제곡인 쿼드 시티 디제이스의 'Space Jam'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영화 <스페이스 잼>의 한 장면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스페이스 잼>은 제작비 8천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를 들인 대작이다. 미국에서 9천만 달러를 벌어 1996년 미국 흥행 순위 15위에 올랐고, 세계 수익까지 합한 성적은 2억 3천만 달러로 1996년 월드와이드 19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영화와 관련한 상품들로 벌어들인 수익이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문화적 파급력이 실로 대단했다.

평가는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엇갈린다. 일반 관객이 참여한 IMDB 평점은 6.4로 준수한 편이다. 반면에 전문가들이 참여한 로튼토마토 수치는 44%에 불과하다. 미국의 인터넷 영화 평론 방송 '노스탤지어 크리틱' 등 일부 평자들은 <스페이스 잼>을 '최악의 영화'라 평가하기도 했다.

<스페이스 잼>은 <덩크슛>(1992), <후프 드림스>(1994), <히 갓 게임>(1998), <코치 카터>(2005), <글로리 로드>(2006) 등 농구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과 다른 결을 갖고 있다. 1990년대 대중문화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타임캡슐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유산이다. 그 중심에는 마이클 조던과 그가 했던 덩크 중 가장 '기이한' 슬램덩크가 있다. 지금 NBA를 대표하는 르브론 제임스가 주연을 맡은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2021)는 과연 다음 시대까지 컬트 클래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5년 후 평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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