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그리고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의 <아이언맨>,<토르>,<캡틴 아메리카> 등은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반지의 제왕>처럼 기획 단계 때부터 3부작을 계획한 영화도 있고 1편의 성공으로 속편 제작이 결정된 경우도 있지만 잘 만든 영화는 속편과 3편까지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종합격투기에도 일종의 3부작이 존재한다. 프라이드에서 반달레이 실바에게 당한 굴욕적인 연패를 UFC에서 설욕한 퀸튼 잭슨의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2차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파이터들이 최후의 승부를 위해 3차전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2010년대 후반 헤비급 최강 자리를 놓고 다퉜던 다니엘 코미어와 스티페 미오치치의 2년1개월에 걸친 '3부작 라이벌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오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코미어와 미오치치를 뛰어넘는 관심을 받는 3부작 라이벌전의 마지막 편이 미국 네바다주 파라다이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전격 개봉(?)한다. 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1승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와 '악동' 코너 맥그리거가 3번째 맞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두 파이터의 라이벌전은 어떤 타이틀도 걸려 있지 않지만 격투팬들의 관심은 그 어떤 타이틀전 못지 않게 뜨겁다.
 
 지난 두 번의 만남에서 한 차례씩 KO를 주고 받은 포이리에(왼쪽)와 맥그리거는 UFC264에서 진정한 우열을 가린다.

지난 두 번의 만남에서 한 차례씩 KO를 주고 받은 포이리에(왼쪽)와 맥그리거는 UFC264에서 진정한 우열을 가린다. ⓒ UFC

 
106초 만에 싱겁게 끝나버린 1차전

지난 2014년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킬러' 컵 스완슨에게 패하며 페더급 타이틀 전선 진입에 실패한 신예 포이리에는 에릭 코크와 디에고 브랜다오, 아키라 코라사니를 차례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4연승의 길목에서 UFC 진출 후 3연승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던 아일랜드의 타격가 맥그리거를 만났다. 승리하는 선수가 UFC 페더급의 신성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맥그리거의 변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타격능력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다. 맥그리거는 가드를 내린 채 날카로운 킥과 펀치로 포이리에를 압박했고 경기 시작 100초 만에 포이리에를 왼손펀치로 쓰러 트린 후 강력한 파운딩으로 가볍게 경기를 끝냈다. 경기 초반 팽팽한 탐색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무색해진 맥그리거의 여유 있는 KO승, 그리고 포이리에 입장에서는 대단히 허탈한 KO패였다.

1차전 이후 맥그리거와 포이리에의 운명은 크게 바뀌고 말았다. 데니스 시버와 채드 멘데스를 차례로 꺾으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낸 맥그리거는 2015년12월 페더급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조제 알도를 단 13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6년 네이트 디아즈와 두 차례 슈퍼파이트를 치른 맥그리거는 2016년11월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UFC 역사상 최초로 두 체급 동시 챔피언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에 포이리에는 언제나 상승 흐름에서 정찬성과 스완슨,맥그리거 같은 강자들을 만나 번번이 무너지며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포이리에는 자신이 페더급에서 한계를 보이는 결정적인 원인을 힘든 감량에 있다고 판단하고 라이트급으로 체급상향을 단행했다. 사실 파이터들이 체급을 올리는 것은 대단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UFC에 진출하기 전 이미 라이트급에서 활약했던 포이리에에게는 크게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다.

맥그리거 침몰시킨 포이리에의 카프킥

결과적으로 포이리에의 라이트급 전향은 성공적이었다. 2016년9월 마이클 존슨에게 KO로 패한 것이 '옥에 티'였을 뿐 포이리에는 라이트급 전향 후 11경기에서 9승1패1무효경기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그 중에는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와의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 판정승도 있었고 앤서나 페티스, 에디 알바레즈 등 전 라이트급 챔피언들을 상대로 한 피니시 승리도 있었다. 포이리에는 라이트급에서 9승 중 피니시 승리가 6번에 달했다.

맥그리거는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른 후 플로이드 메이웨더와의 이벤트 복싱경기에 나서는 등 타이틀 방어에 소홀하다가 결국 한 번의 방어전도 해보지 못하고 타이틀을 박탈 당했다(맥그리거는 UFC를 포함해 그 어떤 단체에서도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았다). 2018년 10월에는 맥그리거 대신 라이트급 왕좌에 오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레슬링은 물론 타격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4라운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포이리에 역시 2019년9월 하빕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지만 실력 차이를 절감하며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맥그리거는 작년 1월 도날드 세로니를 40초 만에 꺾으며 건재를 과시했고 포이리에 역시 댄 후커를 판정으로 제압하며 자신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라이트급의 두 강자는 지난 1월 UFC 257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었다. 물론 경기 전까지는 1차전에서 KO승을 거둔 맥그리거의 우위를 전망한 격투팬이 더 많았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1차전에서 당한 허무한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포이리에는 강력한 '카프킥(상대의 종아리를 노려 근육손상을 유발시키는 변형 레그킥)'을 장착해 맥그리거의 하체를 무력화시켰다. 실제로 맥그리거는 2라운드부터 제대로 스텝을 밟지 못했고 결국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무려 6년4개월의 긴 시간 만에 포이리에가 맥그리거에게 설욕에 성공한 것이다.

두 파이터 우열 가릴 3번째 대결의 승자는?

포이리에는 심판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때 양손가락을 하나씩 들어 보이며 자신과 맥그리거가 1승1패가 됐음을 알렸다. 그리고 승자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해 맥그리거와 3차전을 치를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맥그리거 역시 다리에 부상이 있었다고 변명을 하면서도 포이리에의 카프킥이 예상보다 훨씬 위협적이었음을 인정했다. 물론 다시 맞붙는다면 자신이 승리할 거라는 자신감도 잊지 않았다.

UFC에서도 최고의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포이리에와 맥그리거의 3차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다 할 도발이나 디스전 없이 비교적 신사적으로 진행됐던 2차전에 비해 맥그리거는 3차전을 앞두고 다시 기존의 악동으로 돌아왔다. 특히 포이리에가 운영하던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던 돈을 보란 듯이 다른 단체에 기부하며 포이리에를 도발했다(물론 포이리에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웃어 넘겼다).

많은 파이터들과 격투팬들은 이번 경기를 초반에 승부가 나면 맥그리거, 장기전으로 가면 포이리에가 유리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맥그리거가 초반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상대를 서서히 잠식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가는 포이리에의 전술에 말려들 확률이 높다. 분명한 사실은 포이리에와 맥그리거의 3번째 맞대결을 통해 격투팬들은 둘 중 어떤 파이터가 더 강한지 확실하게 알게 될 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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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64 더스틴 포이리에 코너 맥그리거 3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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