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0월 발매된 보이즈 투 멘의 데뷔 앨범 < Cooleyhighmarmony >

1991년 10월 발매된 보이즈 투 멘의 데뷔 앨범 < Cooleyhighmarmony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근 미국의 그룹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이 한국의 음악 레이블 '그루블린(GROOVL1N)'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빅스의 라비가 이끌고 있는 힙합 레이블로 유명한 그루블린은 보이즈 투 멘의 한국 활동을 전담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6월 30일 보이즈투멘은 바이브의 윤민수와 함께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리메이크한 싱글 'Love Me Once Again'을 발표했다. 1990년대에 보이즈 투 멘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팝 팬들이라면 격세지감이라고 느낄만 할 것이다.
 
모두가 사랑했던 그들의 사랑 노래
 
보이즈 투 멘은 데뷔 이후 1990년대 초중반의 팝 음악을 주름잡았던 존재다. 팝 가수의 경우 해외에서의 인기와 국내에서의 인기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보이즈 투 멘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보컬을 통해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음악은 발라드를 선호하는 국내 팬들과도 궁합이 잘 맞았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휘성이 부르는 버전을 통해 'End Of The Road'를 알게 되었다. 크러쉬와 진보, 지 소울, 그리고 나얼에 이르기까지, 국내의 많은 뮤지션들은 보이즈 투 멘에게 빚을 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팝'이 공개되었다. '디스 이즈 팝'은 페스티벌과 오토튠, 브릿팝, 컨트리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져 있는 팝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의 첫번째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바로 보이즈 투 멘이다.
 
다큐멘터리는 보이즈 투 멘의 성공 신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Motownphilly'라는 노래 제목처럼, 보이즈 투 멘은 '모타운(Motown)과 필라델피아 소울의 자손들이다. 이 소년들의 성공 신화를 이끈 것은 단연 와냐 모리스, 나단 모리스, 숀 스톡맨, 마이클 맥캐리, 네 사람이 빚어낸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그리고 여기에 베이비페이스(Babyface), 지미 잼 &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 등 당대 최고의 히트메이커들의 곡이 더해졌다.

그러자 최고의 화학작용이 일어났다. 'End Of The Road', 'I'll Make Love To You' 등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장기간 군림했고,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부른 'One Sweet Day'는 16주 1위를 차지하면서 신기록을 썼다. 최장기 집권 기록은 2019년이 되어서야 릴 나스 엑스(Lil Nas X)에 의해 깨졌다. 필라델피아 출신의 동네 친구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초대를 받는 스타가 되었다. 와냐 모리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만지는 것마다 금이 되던 시절'이었다.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 넷플릭스 코리아

 
그러나 이들은 9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쇠퇴를 겪게 된다. 알앤비가 힙합과 긴밀하게 결합하기 시작했다. 트렌드의 빠른 변화 속에서 더 이상 알앤비 사랑 노래는 주류 음악이 아니었다. 한편 보이즈 투 멘을 벤치마킹한 백인 남성들이 보이즈 투 멘의 자리를 차지했다. 엔싱크(N'Sync)나 98 Degrees, 백 스트리트 보이즈(Back Street Boys) 등이 그 주인공이다.
 
베이비페이스는 이 상황에 대해 '멋지고 새로운 걸 원하면 흑인 젊은이들이 뭘 하나 염탐하면 된다'며 자조하듯 말한다. 채드윅 보스먼이 열연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에도 이와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재즈와 블루스, 알앤비. 흑인의 보물을 백인이 가져가 더 큰 박수를 받는 구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보이즈 투 멘의 앨범 판매량과 차트 순위는 하락을 거듭했고, 2003년엔 원년 멤버 마이클 맥캐리가 건강 문제 때문에 팀을 떠났다. 자연스럽게 보이즈 투 멘의 영광은 막을 내렸다.
 
"우린 백인들의 생득권을 얻으려고 두 배는 노력해야 했는데요!"
- 숀 스톡맨(보이즈 투 멘)

 
하강을 받아들이는 방법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2019년 공연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2019년 공연 ⓒ Boyz II Men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그들은 더 이상 '핫'하지 않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 그들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진입시킨 것도 20년 전의 일이다. 미국에서는 이들의 노래를 듣는 것이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로 여겨지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2019년 내한 공연 당시 보이즈 투 멘은 "최근 그 누구도 우리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이 고백은 그 자리를 채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와냐는 "우리는 정말 잘 나갔어요"라며 과거형의 이야기를 한다.
 
추억의 가수가 된 보이즈 투 멘은 어느 날 라스베이거스 정기 공연을 제의받게 된다. 와냐 모리스는 '라스베이거스는 죽으러 가는 곳 아닌가'라는 생각에 주저한다. 라스베이거스는 셀린 디옹과 레이디 가가의 성공적인 공연으로 유명하지만,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선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전성기가 지난 팝스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욕감을 삼키고' 이 무대에 섰을 때, 보이즈 투 멘은 차트가 담아낼 수 없는 '존재의 이유'를 되찾게 된다.

베이비페이스는 '음악은 듣는 이를 특정 시간과 공간으로 데려다주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보이즈 투 멘은 보편의 추억을 자극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 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그렇게 그들의 2막이 시작된다. 누군가는 그들이 추억에 기대는 왕년의 인기 가수라고 절하할 것이다. 그러나 보이즈 투 멘이 수천만의 추억을 등에 진 소리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시대를 풍미한 팝스타의 영욕이, 그리고 동시에 하락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성숙한 태도, 무대를 소중히 여기는 가수의 마음도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즈 투 멘이 겪은 일들은 '추락'이 아니라 '하강'이 된다. 세월 앞에 빛이 바래고 녹이 슬어도, 사랑 노래는 계속된다. 'End Of The Road'의 가사 한 소절처럼,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보낼 수 없다.
 
Although we've come to the end of the road, Still I can't let you go
"비록 우리는 길의 끝에 왔지만, 난 아직도 당신을 보낼 수 없어요."
- 'End Of The Road'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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