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지난 5월 21일 부부의 날, 이아무개 중사가 공군 동료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휴대전화엔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중사를 죽음으로 내몬 건 성추행과 그로 인한 2차 가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6월 29일 MBC < PD수첩 >에서  '故 이 중사의 마지막 메시지-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선 사건 당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입수, 최초로 공개했다. 아울러 이 중사가 군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군 내부의 조직적인 회유와 합의 종용 압박을 겪어야 했던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는 모습이 나왔다.

방송에서 다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방송 다음 날인 6월 30일 '故 이 중사의 마지막 메시지-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편 취재와 연출을 맡은 김영원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군 내 성인지 감수성 굉장히 낮아 놀랐다"

- 지난 6월 2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故 이 중사의 마지막 메시지-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편을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감이 어떠세요?
"일단 처음 취재 시작할 때 많이 좀 걱정과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군대에서 벌어진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었어요. 군은 아무래도 폐쇄적이잖아요. 그래서 과연 저희가 1시간 방송을 할 만큼 충분히 될까 고민이 많이 됐었는데 그에 비해서 밀도 높게 방송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군대 조직을 잘 모른다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그렇죠. 사실 군대 내 조직도 제가 모르거니와 공군의 특성이 또 있잖아요. 근데 다행히 이번에 공동연출한 정명훈 PD가 공군을 나왔어요. 그래서 군대 조직문화나 군대 관련된 부분은 정명훈 PD가 많이 알려 준 부분도 있었고 또 여군들의 얘기를 들을 때는 제가 여자 PD로서 갔을 때 좀 얘기를 듣고 하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서로 경험 없는 부분을 보충해 주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공군 성추행사건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이게 처음 공론화된 게 <뉴스데스크> 5월 31일 보도 되면서잖아요. 저희도 그 뉴스로 처음 접하고 저희가 다룰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초기 단계에서 유족분들 취재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처음에 뉴스 나가고 거의 한 일주일간 국군수도병원에 유가족분들이 계속 계시는데 거기에 수많은 정치인과 여야 인사들이 방문하면서 부모님들이 너무 오열하시고 정말 같은 얘기를 계속하시잖아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신 상태였던 거예요.

그리고 그 당시 군에서 수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군 수사라는 거에 대해 조금은 믿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 PD수첩 > 같은 방송에 나왔을 때 그게 수사에 영향을 미칠까봐 고민을 많이 하셨거든요. 근데 저희가 여러 차례 가서 찾아뵙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자 마음을 열어 주셨고 취재를 진행하게 됐죠."

- 취재는 어떤 것부터 시작했나요?
"일단 유가족 취재부터 먼저 시작했고요. 동시에 피해자가 소속되어 있었던 부대 20비행단과 15비행단에 저희가 제보 받는다는 걸 뿌렸어요. 제보 받는다는 공지를 SNS에 올려서 관계자들의 얘기를 좀 들으려고 노력했죠. 물론 현역 군인으로 계신 분들을 저희가 실제로 취재하는 거는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부대 내 얘기를 들어 보려고 처음에 노력했었죠."

- 제20전투비행단 정보통신대대 전역자 말에 의하면 3월에 성추행 소문이 돌았다고 나오던데 이 중사가 성추행 당한 소문이 돌았단 건가요?
"정확히 '이 사람이 성추행 당했다. 이 사람이 피해자고 이 사람이 가해자다'라는 소문이 돈 것 같진 않아요. 다만 그 정보통신대대 안에서 이 중사와 장 중사가 어떤 이유로든 안 보이게 되는 상황이었잖아요. 그 두 사람이 사라졌는데 '어 근데 그 대대에서 성추행이 있었대'라는 소문이 난 건데 그럼 그 두 사람인가 보다라고 추측은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 성추행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나 봐요?
"이 중사님 진술에 따르면 (장 중사는) 평소에도 굉장히 무섭게 하는 선임이었다고 하고요. 저희도 제보자들 얘기 들었을 때 장 중사가 좀 다소 언행이 거칠거나 공격적이거나 이런 부분들이 있었다고 하기는 해요. 그거랑 이 중사님 진술한 내용이랑 종합해서 볼 때 평소에도 좀 힘들게 하는 선임이었던 것 같아요."
 
 김영원 MBC PD

김영원 MBC PD ⓒ 이영광

 
-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는데 안 하고 2주 만에 장 중사가 파견 형식으로 분리된 거잖아요. 군은 왜 이렇게 했을까요?
"요즘 성범죄가 일어나면 피해자랑 가해자 분리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게 되게 상식인데 군 안에서는 이 중사님이 당한 피해가 그렇게 심각한 거라고 보지 않았던 거 같아요."

-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처음이 아니고 요즘에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잖아요. 근데 그렇게 했다는 게 이해 안 되더라고요. 예전엔 성인지 감수성이 낮아서 그랬을 수 있는데 지금은 이런 거 하나하나가 문제 되는데.
"저도 이번에 취재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부분인데 군 내에 성인지 감수성에 굉장히 낮아요. 저희 방송에는 내보내지 못했지만 이번에 취재하면서 그 일환으로 군대 내성범죄 판결문 분석을 했었어요. 근데 불과 작년, 재작년에도 현재의 성인지 감수성과 맞지 않는 판결이 되게 많았어요. 예를 들면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슴을 터치했다. 근데 주무르지 않고 그냥 손으로 톡 친 정도기 때문에 이건 성추행이 아니다. 피해자는 단순히 불쾌했을 순 있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거는 무죄다'라는 판결문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 불쾌한 거 하고 성적 수치심의 차이가 있을까요? 불쾌하니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건데 불쾌하지 않고 성적 수치심 느낄 수 있나요?
"그렇죠. 그거 자체를 '이건 이 정도면 불쾌했을 거고 이 정도면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거야'라고 구분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건데 근데 그게 불과 작년, 재작년에 내려진 판결들이에요."

- 부모님 인터뷰하셨잖아요. 딸 이야기를 물어본다는 게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긴 했는데 유가족분들도 어쨌든 우리 딸이 너무 억울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그 억울함을 어떻게든 좀 풀어 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셔서 언론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셨거든요. 저희같이 길게 한 것도 있지만 많은 언론사에서 많은 뉴스에서 계속 인터뷰 요청을 했을 텐데 똑같은 얘기를 정말 여러 번 반복하셔야 했을 거예요. 아무래도 정확한 피해 상황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여쭤보는 게 저희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부모님밖에 없어서 했죠."

"공론화 안 됐으면 제대로 조사 이루어졌을까"

- 군 대응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것 같아요. 이 중사는 옮겨간 데에서 왕따 당한 것 같은데.
"15비행단으로 전출 간 뒤 그 안에서도 관심병사 취급을 당했다는 얘기를 유족분들이 해주셨어요. 근데 저는 처음에는 어떻게 보면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하니까 그냥 피해자가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만난 다른 피해 여군들이 다 똑같이 하는 얘기가 그런 식으로 전출을 갔을 때 그 부대에서 이분이 왜 온 건지 모를 수가 없대요. 다 안 대요."

- 장 중사 등이 6월에 구속되었잖아요. 이 중사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구속되었을까 싶은데.
"맞아요. 애초에 이 사건이 벌어진 후 3월 8일 군 경찰에서 올린 보고서에 불구속 수사하겠다고 적혀 있어요. 이미 그 단계에서, 아직 가해자 조사도 하지 않았을 때 가해자는 구속하지 않겠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던 거거든요. 이게 과연 공론화되지 않았으면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졌을까 싶기는 해요."

- 2차 가해도 심했던 것 같아요. 노 상사나 노 준위가 회유했다잖아요. 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니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희 방송에 나온 김태경 심리상담학과 교수님도 하시는 말씀이 2차 가해가 없었다면 이분이 극단적인 상태까지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1차 가해만큼이나 2차 가해가 피해자를 힘들게 했을 거다 혹은 더 힘들게 했을 거라는 거죠."

- 이 일이 일어난 게 3월이고 성추행이 일어나기 전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죠. 전 회식 자리였다고 알았는데 그걸 회식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요?
"맞아요. 회식이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사실 되게 죄송스러워요. 그 자리는 그냥 개인적인 술자리였던 거예요."

- 군은 민간 검찰이 수사하는 게 아니라 군검찰이 수사하니까 덮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군검찰뿐 아니라 군내에 경찰, 검찰, 법원 다 있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도 다 군인이잖아요. 그리고 그들은 지휘관의 통제를 받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지휘관이 '우리 조직을 보호하고 싶다. 우리 부대에서 이런 사건이 나온 것 쉬쉬하자'라고 한다면 그걸 따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인 것 같고 이번 사건에서도 실제로 은폐하려고 했었던 정황들이 많이 보이죠."

- 특검 주장이 나왔지만 안 된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지난 월요일(6월 28일)에 유가족분들이 '더 이상 국방부 수사를 믿을 수 없다 그것만 믿고 지켜볼 수가 없고 국정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기자회견 하면서 밝히셨었고 조금 더 공개된 장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봤으면 하시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 성폭력 피해자들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역을 하는 거죠?
"피해자분들이 다 공통으로 2차 가해에 엄청 시달리세요. 이번에 이 중사님처럼요. 그렇다 보니 더 이상 군 내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피해자분들이 다 공통으로 여기에 있으면 내가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느끼셨다고 해요. 내가 더 이상 이 안에서는 군인으로서 또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요. 그중에는 '난 열심히 해서 장군을 해야지'라든가 '나는 정말 퇴직할 때까지 군인으로 살 거야'라든가 그런 꿈들을 꾸고 계셨던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버텼지만 2차 가해 때문에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나오신 분들이죠."

- 그럼 나라로서도 손실 아닌가요?
"그렇죠. 여군들도 분명히 중요한 전력인데 그럼으로써 전역을 하게 되는 거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 사람들이 받은 훈련도 있고 교육도 있고 여군을 이 상태까지 키우기 위해서 들어간 노력과 비용이 있잖아요. 근데 이분들이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그거를 제대로 조치해 주고 보호해 주지 못해서 이 사람들이 전역할 수밖에 없는 거는 군으로서도 전력 손실이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일단 우리나라 군이 이렇게까지 폐쇄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서 많이 안타까웠고요. 쉽게 말하면 왜 군에 가지 말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고 할까요. 사실 지금도 좀 걱정되는 건 이게 5월 31일에 보도됐는데 처음에는 정말 폭발적으로 관심이 몰렸어요. 근데 지금 그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하지만 군에서 해온 행태를 보면 언론에서 혹은 민간에서 '이런 게 지금 문제야'라고 관심을 보였을 때에야 어떤 조치를 취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민간에서 계속 감시를 하고 계속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팔로우 해줘야 해요. 사안에 점점 관심이 줄어들어서 조용히 사라져 버리지 않고 끝까지 제대로 조치가 되는지 다들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것 중 소개할 만한 게 있을까요?
"군에서 성범죄 피해를 입고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사건을 세상에 알렸던 분들이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어요. 2013년에도 오 대위 사건이라고 육군 대위님이었는데 그분도 상관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희롱,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거든요. 저희가 오 대위님 아버님을 취재했었어요. 찾아뵀더니 아직도 따님 얘기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중사님 유가족분들께 '이건 되게 긴 싸움이 될 거고 군을 믿지 말라는 얘기 꼭 해 주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거든요.

저희가 이 중사님 얘기를 충실히 담으려 하다 보니 그런 취재 내용이 빠지게 되긴 했는데 참 그게 2013년이었고 지금은 8년이 지난 거죠, 2021년이니까요. 이게 또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혹시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