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MBC < PD수첩 > 등을 진행하고 있는 전종환 MBC 아나운서는 지난 6월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이라는 첫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전 아나운서의 MBC 입사 과정과 기자 생활, 현재 아내인 문지애 전 MBC 아나운서와의 연애와 결혼, 육아 등의 이야기를 재밌게 담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지난 6월 30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전종환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전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아들이 잘 지는 방법도 배웠으면..."  
 
 전종환 MBC 아나운서

전종환 MBC 아나운서 ⓒ 이영광

   
-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이란 첫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잖아요. 작가로 데뷔한 건데 어때요?
"이제까지 해왔던 일이 제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거나 진행을 했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제 이야기만 한 거잖아요. 제 속내를 다 보인다는 것이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 주위 반응은 어때요?
"오랫동안 알아 왔던 사람들도 예를 들어 아나운서 초창기에 그렇게 마음고생 했는지 모른다는 얘기도 많이 하고요. 이거를 쓰면서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는 것도 있지만 기존의 제가 알았던 사람들과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방식의 대화를 시작한 거 아닌가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이란 에세이집은 2005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것부터 지금까지의 일이잖아요.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올 즈음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 보도국에서 넘어왔을 때 초반에 제가 한 석 달 정도 방송을 맡지 않고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그때 그 시간에 어떻게 보낼까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기자 생활을 했던 것들을 다 흘려 버리기에는 좀 아쉽고 그걸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에 하게 됐고요. 그래서 그날 밤에 제가 생각하는 것 중에 흐름을 한번 뽑아 보고 그다음에 석 달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쑥 써왔어요. 한 석 달 정도 쓰니깐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의 글이 나왔어요. 그때 쓴 원고를 기반으로 출판사와 만나고, 그러나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 셈이죠."

- 그럼 원래 기자 이야기만 하려고 했나요?
"여기 보면 첫 번째가 아나운서 얘기고 그다음 기자 얘기인데 1, 2부 흐름은 그대로였었고 원래 그다음에 지난 정권 시절 기자 일을 하면서 저희가 많이 힘들기도 했었고 속절없이 지기도 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무기력함 같은 얘기가 핵심이었고 그 얘기를 쓰기 위해서 쓰기 시작 했어요. 그게 있었다면 3부였겠죠. 그러나 3부를 편집장과 애기를 하면서 많이 뺐어요.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은 '나는 실패한 기자입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전 썼거든요."

- 아나운서국으로 옮겼기 때문에 실패한 기자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아니죠. 제가 옮겼다 옮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시절 MBC 보도국 혹은 MBC 저널리즘 자체가 온전치 못 했었고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하나하나도 당연히 성공했다거나 잘했다고 (보기 어렵죠.) 외부 상황 같은 것들은 일종의 핑계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 당시 저널리즘 실패했다고 얘기할 수 없으니깐 그 안에서 무기력했던 저를 돌아보며 쓴 얘기였다는 게 가까울 거 같아요. 제목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되게 건방진 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 제목이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거는 작가의 말에 제가 아들한테 건네는 말에 있는 거예요. 제 아들 이름이 범민이인데 '훗날 범민이 이 책을 보고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때론 지기도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잘 지는 방법도 배워간다면 아빠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라는 문장에서 빼 온 것이죠.

저도 40년 정도 세상을 살아 보니까 사람이 늘 이길 수 없잖아요.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겠죠. 아무리 세상 잘난 사람이라 해도 살면서 여러 국면에서 당연히 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때 진다는 행위 자체를 너무 부정한다거나 아니면 지고 나서 그걸 놔버린다거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린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우리가 조금 더 잘 소화시키고 잘 받아들인다면 그다음 한 발짝 또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란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 아나운서 합격 이야기가 나와요. 대부분 아나운서 준비를 학원 다니죠. 그런데 아나운서님은 학원도 안 다니고 한 번에 합격하셨던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어요?
"자신감은 아예 없었고요. MBC가 그전까진 대학 졸업 예정자부터 지원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2005년도에 학력파괴라고 해서 제가 볼 땐 재학생도 지원할 수 있게 해준 거예요. 제가 입사 원서 넣을 땐 3학년 2학기였으니까 진짜 그냥 한번 넣어 본 거예요. 기자도 하고 싶었고 아나운서도 하고 싶은데 일단 제가 아나운서 시험 봐서 조금 올라가는지 안 떨어지는지 확인을 해보자는 정도 마음으로 지원을 했던 거였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넣어보자고 했는데 하나하나 올라가기에 너무 신기했었고 이상했었죠. 그리고 되고 나니 너무 그 당시에는 현실적이지 않았어요."

- 기자가 꿈이었다고 책에 나오던데 왜 기자가 아닌 아나운서로 시험 본 건가요?
"그때도 기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3학년 2학기 때라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잖아요. 시험 삼아 넣어보는 거죠, 그래서 1차에서 떨어지면 그때부턴 기자 준비만 하자는 생각을 했었고 그때 만약 4차까지 올라가서 그때쯤 떨어졌다면 '어 나에게 가능성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나운서 시험을 더 볼지 기자 시험을 볼지 고민을 좀 했었을 거 같아요. 3학년 2학기 때 갑작스럽게 학력 제한이 없어지면서 저에겐 여분의 카드였던 거죠."

- 아무 노력 없이 합격하니 그만큼 힘든 게 많았을 거 같아요.
"아나운서들에게 라디오 뉴스 진행은 정말 일반 회사로 치자면 워드프로세서를 작성할 줄 알고 ppt 할 줄 안다 정도의 일이 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에요. 라디오 뉴스 3분 짜리 하면 기사 5개 정도 소화를 하거든요. 그런데 기사 하나에도 오독이 3번 4번 나니 발발 떨었죠. 저 스스로 보기에 너무 수준 미달이었던 거죠. 처음에는 재학생으로 합격된 게 너무 좋았는데 세상엔 공짜가 없더라고요.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재입사 동기들은 앉은 시간 더 노력해 왔었는데 저는 그냥 된 거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거죠. 저는 갖춘 게 너무 없었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잘 지는 게 필요했던 거 같아요."

- 자만이나 교만도 있지 않았나요?
"있었죠. 처음에는 됐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는 '내가 잘 났나? 뭐 안 했는데 뽑아주니 내가 뭐가 있나 보네'라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신입 아나운서 교육 첫날에 선배들이 해보라고 해서 하는데 이거는 너무 수준 차이가 큰 거죠. 그때 느낀 거죠."

"입사 7년 차 때 기자로 전직... 나이 생각 않고 치열하게 했다"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책표지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책표지 ⓒ 난다

 
- 문지애 아나운서에게 팬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기자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같은 아나운서고 1년 선배잖아요, 팬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사실 선배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팬이라는 게 어찌 보면 나는 네가 이성적으로 매력 있다는 얘길 한 거 같기도 하고 적절했냐고 하면 적절하지 않은 거 같은데 그땐 그 친구가 들어오기 전에 후배로 붙은 거라고 알려줬어요, 근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인 거예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냥 부적절하지만, 팬이라고 얘길 했던 거 같아요."

- 반응이 어땠어요?
"얘는 1년 선배니까 무서운 줄 알고 왔는데 팬이라니까 뭐 이런 애가 다 있냐는 표정으로 기분 나쁠 건 없잖아요, 팬이라는 데 기분 나쁜 건 없으니까 환하게 웃더라고요. 네가 부적절했습니다(웃음)."

- 사내연애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맞아요. 왜냐면 당시에는 아나운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많았고 그래서 만약에 저희 연애하는 게 기사라도 나면 아내는 아직 저와 결혼할 마음도 없는데 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기사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게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만난다는 걸 자연스럽게 사람들한테 알리지도 못했었고 아내가 당시 워낙 유명해서 활동도 많이 했었던 시기였어서 몰래 하느라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이게 왜냐면 터놓고 해야 편한데 아닌 척 해서 힘든 점들이 많았습니다."

- 아나운서로 자리 잡으니 기자로 전직하잖아요. 20대 신입 시절 하던 걸 입사 7년 때 하신 거 같아요. 사회부 기자는 신입이 하잖아요. 그러나 입사 7년 차가 하니 힘들지 않았어요? 나이 무시 못 하잖아요.
"근데 그때라도 다른 기자들이 공부하며 성장한 대로 하지 않으면 기자란 일을 제가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고 그게 저뿐만 아니라 당시 보도국에 있던 선배들도 비슷한 생각을 해서 '니가 정말 할 마음이 있으면 나이나 이런 거 상관없이 가서 다른 기자 일 처음 배우는 거처럼 배우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온전히 동의했고요, 그래서 나이 같은 거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냥 빨리 1인분의 몫을 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치열하게 했던 거 같아요."

- 사회부 기자 할 때 뭐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 힘들었죠, 왜냐면 처음에 수습기자 한다는 얘기는 처음부터 다 배워 가는 거니까요. 그중에서 특히 단신 기사를 쓰는 게 크게 보면 방송 기사는 리포트 기사와 라디오 뉴스에 나오는 단신 기사가 있는데 단신 기사야말로 정말 압축하고 압축해서 하지만 사안을 다 관통하면서 석 줄 안에 써야 되는데 그게 훈련이 필요한 일이고 그전에 산문 같은 걸 쓸 수 있다고 해도 성격이 다르니까요. 그거를 온전히 익히는 데까지 그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 보도국 생활은 어땠어요? 아나운서 생활했지만 기자는 신입이라 괴리가 있었을 거 같은데.
"MBC라는 같은 회사였지만 내가 알던 그 회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문화였고 그리고 당시 저희 지휘하던 캡 같은 경우가 되게 카리스마 있고 후배들을 강하게 몰아붙여요. 그게 너무 생소했고 같은 회사인가 싶었고 그럴수록 마음은 빨리 1인분의 몫을 해야하고 일을 잘 못 해서 다른 기자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 입사 7년 차지만 기자로서는 신입이잖아요. 입사로 따지면 후배인 기자들 하곤 어땠어요?
"저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은 이미 7년 차 기자 일하고 있었고 전 연차를 받아서 겉모습은 7년 차인데 속은 사실 빈깡통이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그사이 후배들이 보기에 사실 되게 흥미로웠을 거 같아요. 겉으로 저에게 예의를 갖추고 잘해줬지만 속으로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과연 일에 적응할 수 있을까나 아니면 조금 하다가 못 견디고 떠나지 않을까라는 등 복합적인 마음으로 저를 좀 바라보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엄청 잘해 줬습니다. 특히 김경호 선배 아래 제가 있었고 그 아래 있던 후배들은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격의 없이 정말 물어봤고요. 당시 내가 물어봤던 기자 선배들뿐만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늘 도움과 자문을 구했고 그 조언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해요. 만약 저를 내팽기고 어떻게 하나 보자는 마음으로만 선후배들이 저를 대했으면 기자로서 적응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 육아보다 군대 다시 가는 게 낫다는 내용도 있어요. 그러나 남자들은 가장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던데 그것보다 힘든가요?
"육아가 늘 그렇게 힘들단 얘긴 아니고 해 보니까 초반 100일까지 밤에도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요. 그럼 그때마다 깨서 아이에게 분유를 타서 먹이고 다시 소화를 시켜서 재워야 해요. 그거를 밤새 하고 나면 탈진이 되는데 그러고 나서 회사 일을 해야 되니까요. 아이가 태어나 100일 전까지 갖는 고통스러움은 잠을 못자서예요. 군대는 하라는 거 하고 잠은 재우잖아요. 군대는 전력 유지를 위해 잠재우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100일까진 그보다 군대 가는 게 낫다는 거죠."

-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 거 같아요.
"제목에 실려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늘 이길 수 없는 것이고 여기서 중요한 게 다만인 것 같아요. 가능하면 이기는 게 좋죠. 저도 그렇고 누구든 그렇지요. 이기는 게 좋은데 늘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럴 거면 다만 잘 지는 법을 알아서 졌을 때 너무 상처받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잘 극복해서 한 걸음 나아가면 좋겠다는 게 이 책을 통틀어 하고 싶은 얘기예요."

-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전혀 없고요. 쓰고 나니까 다음 걸 생각한다는 자체가 전혀 안 온 거 같고 쓰고 나니 쓰는 일이 무섭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알 거 같고요. 단순히 글 쓰는 게 무섭다기 보다 그래서 책 한 권으로 만들고 그 책이 어떤 의미가 있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섣불리 손쉽게 써서 책 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제 안에서 이거를 책으로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 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일인 거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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