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더 몬스터> 영화 포스터

▲ <더 몬스터> 영화 포스터 ⓒ (주)블루라벨픽쳐스

 
10살 소녀 리지(엘라 밸런타인 분)는 술을 끊지 못한 채로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 캐시(조 카잔 분)를 돌보는 데 지쳤다. 캐시 역시 홀로 리지를 키우는 것이 버거워 전 남편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폭풍우가 치는 밤 리지를 데려다주기 위해 차를 몰고 전 남편의 집으로 향하던 캐시는 갑작스레 도로에 뛰어든 늑대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911에 신고를 한 후 아무도 없는 숲속 도로에서 고립되어 있던 두 사람 앞에 견인 트럭이 도착한다. 그런데 늑대의 사체가구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나타나 견인기사 제시(아론 더글라스 분)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2008년, 9.11 테러로 인해 더 이상 집(국가)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는 미국인의 불안을 건드린 두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한 편은 뉴욕이 외계인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클로버 필드>(2008)다. 다른 한 편은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이 연출한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2008)이다. 

외딴 별장에 머무르는 제임스(스콧 스피드먼 분)와 크리스틴(리브 타일러 분)이 가면을 쓴 세 명의 침입자의 공격을 받는다는 단순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삼아 1970년대 <할로윈>(1978)을 연상케 하는 슬래셔 무비 조와 실제 벌어진 범죄들의 요소를 결합시킨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은 9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8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는 대히트를 쳤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이 남긴 가정 침입의 공포는 이후 <더 퍼지> 시리즈로 이어졌다.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의 <더 몬스터>는 그의 전작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제한된 공간인 집에서 낯선 자들의 공격을 받는다는 전작의 설정은 <더 몬스터>에서 숲 한가운데 도로에 고립된 자동차 안팎과 정체 모를 괴생명체로 바뀌었다. 장르의 형태를 빌렸을 뿐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건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의 드라마인 점도 비슷하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에서 세 명의 침입자는 어떤 동기를 가지고 제임스와 크리스틴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더 몬스터>의 괴생명체는 초자연적 것인지, 외계에서 온 것인지, 실험으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과거부터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디. 영화가 뚜렷한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목적은 단 하나. 캐시와 리지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다.

<더 몬스터> 속 괴생명체는 '실재하는 존재'이면서 '실재하지 않는 존재'다. 실재하는 존재로서 괴생명체는 크리처물로서 긴장감을 안겨준다. 괴생명체의 머리는 <베놈>(2018)의 '베놈'과 흡사하다. 제작비가 3백만 달러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인 상황에서 CGI로 괴생명체 전체를 만들었다간 현실감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제작진은 스턴트맨이 옷을 뒤집어쓰고 연기하는 '슈트 액터'를 선택했다. 여기에 CGI를 덧붙여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속 괴생명체는 특별히 흠잡을 곳이 없는 수준을 자랑한다.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괴생명체는 캐시와 리지의 심리적 관계를 드러내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괴생명체가 사실인가, 허구인가 여부는 중요치 않다. 핵심은 캐릭터 탐구다. 

캐시와 리지는 끊임없이 다툼을 벌인다. 리지는 엄마에게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하지만, 캐시는 "그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반응한다. 곳곳에 들어간 플래시백은 관객이 둘의 깨진 관계를 한층 절절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정체 모를 괴생명체는 캐시와 리지의 어긋난 관계와 불안한 심리를 형태화한 은유로서 기능한다. <바바둑>(2014)에서 워킹맘 아멜리아(에시 데이비스 분)와 아들 사무엘(노아 와이지만 분) 앞에 나타난 악령 바바둑처럼 말이다. 짙은 어둠, 외딴 숲, 아무도 없는 도로, 거센 폭풍우 등 주변 환경 역시 두 사람의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두 사람이 괴생명체와 맞서는 건 서로의 관계가 처한 문제점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더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괴생명체를 '외부의 괴물'과 '내부의 괴물'로서 동시에 활용한 <더 몬스터>는 흔히 접하는 관습적인 공포 영화가 아니다. <바바둑>, <팔로우>(2014), <굿나잇 마미>(2014), <더 위치>(2015), <유전>(2017), <겟 아웃>(2017)처럼 심리적이거나 사회적인 주제를 은유와 추상의 화법을 사용하여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그리는 새로운 호러 영화들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이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 <더 몬스터>에서 탐구한 해체되는 가족의 공포는 다음 작품 <다크 앤드 위키드>(2021)에서도 계속된다. 제49회 시체스영화제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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