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김재훈(32·G복싱짐)은 권아솔과 함께 로드FC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다. 특유의 캐릭터를 앞세워 일반 팬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한 편이며 그러한 인기에 힘입어 경기에 나설 경우 늘 폭발적 관심이 몰린다. '궁극의 52연타', '샤샤샤 펀치'등을 히트시키며 '강건마의 헤비급 실사버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 한정, 로드FC 각 체급 챔피언은 물론 어지간한 UFC 파이터보다도 인지도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김재훈에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로드FC를 대표하는 파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데뷔한 지 7여년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부산협객' 박현우, '쿵푸 팬더' 아오르꺼러, '싱어송 파이터' 허재혁 등을 상대해 전패를 당했다.

슈퍼 헤비급 매치로 불리던 아오르꺼러와의 격돌에서는 힘 싸움에서 밀렸고 박현우, 허재혁 등에게는 초반 잘하다가도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며 역전패에 울었다. 유명세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성적이 따르질 않았다. 유쾌한 성격 때문에 휴식기에도 많은 방송에 출연하는 편인데 얼굴색 등이 좋지 못한 것에 대해 '건강 이상설'까지 번지며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이번 시합은 관심도에 비해 마무리가 살짝 아쉬운 이벤트 매치였다.

이번 시합은 관심도에 비해 마무리가 살짝 아쉬운 이벤트 매치였다. ⓒ 로드FC

 
때문에 영화배우 금광산(46·팀 스턴건)과의 대결에 김재훈은 사활을 걸었다. 격투시합을 치러 본적이 없는 사실상 일반인인 데다 40대 중반의 배우인지라 프로파이터 입장에서 쉬운 대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김재훈은 방심하지 않았다.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한판인 만큼 여기서마저 패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리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한 절박함은 2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있었던 계체현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재훈은 계체를 통과한 후 진행된 페이스오프에서 금광산의 목덜미를 손으로 움켜잡고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경기에 임하는 투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거기에 162kg까지 나갔던 체중을 무려 146kg까지 뺀 것을 비롯 개그맨 안일권과 함께 훈련하며 체력보강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박종팔에게 복싱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어느 때보다도 진지함이 엿보였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프로와 일반인의 차이를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그야말로 파이터 인생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치고 시합에 임했다고 볼 수 있다.
 
7년 만의 첫승! 주저앉아 울어버린 김재훈
 
결과적으로 3일 창원체육관서 있었던 '로드몰 ROAD FC 058' 2부 제4경기 무제한급 스페셜매치 5분 3라운드 경기에서 김재훈은 드디어 첫승을 거뒀다. 1라운드 파운딩 펀치에 의한 레퍼리스톱 TKO승으로 승리를 가져간 그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한참을 울었다. 김재훈 개인에게는 파이터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금광산은 초반 로우킥을 차면서 김재훈의 다리를 공략했다. 자신보다 체중이 훨씬 무거운 김재훈을 맞아 어설프게 난전을 벌이느니 서두르지 않고 거리 싸움을 펼치려는 의중이 엿보였다.

하지만 김재훈은 경험 많은 프로파이터답게 노련했다. 잠깐의 빈틈을 틈타 펀치를 거칠게 휘두르며 치고 들어갔다.

몸이 밀착됐다 싶은 순간 적극적으로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금광산은 니킥을 차올리는 등 거칠게 저항했다. 김재훈은 금광산의 상체를 싸잡은 후 케이지 구석에 몰아넣었고 체중을 활용해 짓눌렀다. 그리고 파운딩 공격이 이어지자 심판은 급하게 경기를 중단시켰다. 로드FC를 대표하는 이슈메이커에게 감격의 첫승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일단 상대가 누구든 이제까지 단 1승도 없던 파이터에게 첫승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인지라 충분히 축하받을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훈의 이번 승리는 찝찝함을 남기고 있는 분위기다.

김재훈에게 눌려서 파운딩을 맞고 있기는 했으나 금광산은 전의를 상실하지 않고 침착하게 바닥에 손을 짚은 채 후속 동작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심판이 스톱사인을 내는 순간 금광산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충격을 받은 듯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심판의 스톱 사인이 너무 빠르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보다 더 큰 논란은 후두부다. 격투기에서 후두부 등을 때리는 행위는 엄연히 반칙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점을 받거나 반칙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날 경기에서 김재훈은 거침없이 파운딩을 날렸는데 상당수 공격이 금광산의 후두부와 정수리 등으로 들어갔다. 백번 양보해서 고의가 없는 공격으로 인정한다 해도 심판이 빨리 확인해서 경기를 멈추고 구두로라도 경고를 줬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전혀 제지되지 않았고 어정쩡한 상황에서 김재훈의 승리가 선언된지라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각종 격투 사이트나 팬 카페 등에서는 김재훈의 첫승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더 큰 모습이다. 주최측인 로드FC를 향한 실망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름 소문난 잔치가 될 수 있었던 이벤트 매치가 어설픈 운영으로 말미암아 승자인 김재훈, 패자인 금광산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상황에 따라 리벤지 매치도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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